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 전 · 노 재판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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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 노 재판 참관기
법이 언제부터 이렇게 관대했나
진관(스님 광주전남연합공동회장)
그들도 한낱 미물에 불과할 뿐이다. 재판받는 그들의 모습은 나약할 뿐이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그들일지라도 죄인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전직 두 대통령을 비롯한 I2·12군사반란자, 광주시민 학살자들이 재판정에 들어서자 우리 역사가 왜 이러한 모습으로 진행돼야만 했었는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자기 배만 채우는 저런 자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모습 들까지 떠올라 더욱 씁쓸하다
그동안 우리는 저 학살자들을 구속하라고 하루도 쉴 새 없이 외쳤었다. 문민정부하에서도 그 구속 요구는 한번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1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그들을 구속하고 재판을 진행 중에 있다. 김영삼정부도 처음에는 검찰을 통해 "공소권 없음"이라 했다. 국민들은 그들의 죄가 만천하에 드러나있는데도 구속하지 않으니 의아해 했다. 그러고 난 지금으로부터 얼마전 두 전직 대통령이 갑자기 구속당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또 의아했다 한 가지 범죄 사실을 놓고 카멜레온처럼 이렇게 저렇게 변화하는 꼴은 가관이 아닐 수 없다 현 정권의 어떠한 목적이 있었음이 분명한 것 같다
저들이 재판받는 동안 나의뇌리 속에는 광주시민과 함께 망월동에 누워있는 열사들이 떠올랐다. 죽어서도 항상 이리 저리 권력의 노리개나 정치적 소모품이 되어온 광주.늘 광주는 그런 아픈 자리에 있기만 했다. 오늘이라고 그러한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광주시민을 학살한 당사자들의 재판까지도 그런 꿍꿍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정권의 그 변화무쌍함은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그것은 다분히 정치적 위기극복용으로 이 재판을 써먹지는 않는지 하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과 자신들의 모습은 정말 다르다고 강조한다. 한편으로는 현 정권의 발목을 물고 있는 대선자금 공개 요구를 교묘히 피해가려는 의도가 그 속에 숨어 있다는 생각이다.
전 ·노 두 전직 대통령의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으로는 형량이 그다지 무겁게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그들의 죄값에 비한다면 너무도 하찮은 형량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수순을 밟게 된다면 역사 바로 세우기와 무관하지 않은 이번 재판은 정권의 위기방어용 마타도우라 단정 지어도 괜찮을 것이다
현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가 있다. 명명백백한.학살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인측들과 검사들간의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법이 저렇게도 관대했구나, 하는 비아냥이 절로 나을 정도이다. 그런데 거기다가 전 노측 변호인이 "대통령으로서 통치권 운운"하며 승기를 잡아나가는 모습이라니 참 한심한 꼴이다
통치권, 대통령, 정권의 정통성이니 어쨌다는 따위의 변론 앞에 검사들은 무기력하다. '정치적 보복론'을 앞세워 변론하는 변호인측에게 검사들은 대응력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동안 문민정부하에서 보여준 검찰의 속성과 관행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이리라. 정치권의 재판은 검사들의 확고한 판단보다는 현 정권의 정치를 대변하는 시녀기구와 같았다. 검찰의 "공소권 없음"과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에 맡기자"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예의 그 증거일 따름이다. 지금 재판도 마찬가지이다 정권의 위기를 극복하려 그들을 잡아들였고, 또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그들의 형량도 정해지리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재판정에서 바라본 역사의 현지점인 셈이다.
그러한 역사의 지점에서 전·노 전직 대통령과 하수인의 얼굴을 나는 찬찬히 뜯어본다. 죄의식은 고사하고 부끄러움 하나 없는 그 얼굴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아직도 자신들이 대통령인양 착각하고 있는 듯한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불현듯 온몸에서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역사의 불합리한 온갖 것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것 같다. 저들이 만든 죄목으로 저 재판정에 섰을 수많은 민주 인사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이 권력과 총칼을 무기로 돈을 빼앗고, 민주주의를 짓밟고, 통일을 저해하는 온갖 일들을 저지르며 그와 반대의 입장에 선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얼마나 탄압했던가.
현재의 재판정은 그들이 섰던 재판정의 분위기와는 아주 다르다 국가보안법,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범민련 통일인사들의 재판과는 아주 딴판이다. 어떻게 저럴 수 있단 말인가. 학살자들의 재판 진행은 보호해주면서 다른 민주인사들은 찬밥 취급하다니, 어긋나도 뭔가 크게 어긋난 것 같다. 현정권과 사법부는 그들이 12 12군사반란자이며 광주시민을 살해한 사람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재판진행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죄인을 옹호하거나 죄인이 아닌 양 보이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 한 예로 전 ·노측 변호인에게 재판장은 관대한 시간을 주고 있다. 변호사가 세 시간 이상씩 전 노정권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이 부분에서는 검사들조차 당황하는 눈치였다.
변호인들이 그렇게 당당할 정도면 피고인들의 분의기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두환은 시종일관 의기 양양해서 모든 것을 자신이 했다고 진술하는 반면 노태우는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둘 다 공통적 인 것은 그들은 죄인의 태도가 아니라 너무도 당당한 태도, 어찌보면 억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전두환은 특히 노태우의 등을 도닥거려주거나 귀에 대고 무어라 속삭이기까지 했으며 심지어는 방청석을 향해 목례를 하는 일도 있었다. 방청석을 메운 사람들이 대부분 측근이거나 가족들이라는 점이 그들의 태도를 더더욱 당당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죄인을 다루는 재판, 그것도 전국민을 상대로 한 범죄를 다루는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형식적인 차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질문을 할 때조차도 이들의 위계질서는 존중되었다 가끔 그 순서가 바뀌어 전두환보다 노태우에게 먼저 질문이 돌아가면 노태우가 되려 당황을 할 정도 였으니 짐작할만 하지 않겠는가
부처님은 사람의 몸에 피를 나게 한자를 가리켜 오역죄인이라 하시며 구제받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들은 오역죄인이다. 역사에 진 죄 , 군사반란죄 등은 차치하고라도 사람을 죽인 살인죄인들이다. 그런데도 재판을 지켜보면 그들이 살인죄인이라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들지 않는다. 단죄의 재판이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법은 그들에게 관대하기 짝이 없다.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할 법이 그들에겐 그렇지가 않다 죄인이 된 지금도 그들은 법 앞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앞으로 두고 봐야할 문제지만 재판의 추이가 무척이나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동안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그들의 재판을 미뤄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김영삼정권을 생각하면 더더욱 재판의 결과가 의심스럽다.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투쟁의 산물로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정권은 이를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는 술책으로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살인죄인, 더구나 국민을 상대로 죄를 저지른 범법자들이 교도소 내에서도 예우를 받는다는 사실은 이들의 재판이 얼마나 형식적인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이 교도소에서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하나도 없을테니 말이다. 교도소 내의 특별대우는 물론 방청권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민 모두가 참관인이 되어서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아야 할 역사적인 재판이거늘 방청석에는 그들의 측근만이 들어와 재판 전체의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다 공개재판이 이루어지고 전국민이 그들의 재판을 지켜볼 수 있다면 분명 재판은 달라질 터 이다.
법의 형평은 아랑곳 않고 형식에 그치는 재판이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눈을 속여 그들에게 면죄부를 가져다주는 재판으로 몰고갈 경우에는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이 따를 것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또하나 재판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문제는 권력자들의 먹이연쇄, 그 복잡한 관계다. 전두환은 친구인 노태우에게 대통령 자리를 물려줌으로써 안정을 얻으려 했으나 노태우에 의하여 백담사로 유배를 당해야 했다.노태우는 또한 3당야합을 통해 창출된 권력자 김영삼에게 권력을 승계해 태평가를 부를 수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그 역시 김영삼에 의해 구속이 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전직 대통령의 구속 수감이 김영삼 정부의 개혁의지가 아닌 전국민적 투쟁의 성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재판을 지켜보면 볼수록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쩌면, 이 재판이 그들에게 적당한 면죄부를 제공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저지른 엄청난 죄악이 낱낱이 밝혀지고 그들의 죄상에 적합한 형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그들의 천인공노할만한 범죄 행각이 모든 국민과 역사 앞에 드러나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처벌되지 않는다면, 광주시민들뿐 아니라 7천만 전국민의 뜨거운 분노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판과정이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어도 좋을 만큼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이 공개되어야만 그들이 얼마나 뻔뻔스러운 역사의 죄인인가가 제대로 드러날 뿐 아니라 과거를 매듭 짓고 새로운 역사로 나아갈 준비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같은 뿌리에서 창출된 현정권이 스스로의 정당성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다시 한번 이 재판의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하리라. 적당한 면죄부나 제공하려는 형식적인 재판은 결단코 중지되어야만 한다. 과거청산, 역사 바로 세우기는 전 국민적 염원이다.이 재판이 어떻게 결론지어지느냐에 따라서 현정권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다.만약 국민들을 우롱하고 정치적 카드로만 이 재판을 이용하려 한다면, 훗날 내가 내가 또다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참관기를 써야할 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법이 언제부터 이렇게 관대했나
진관(스님 광주전남연합공동회장)
그들도 한낱 미물에 불과할 뿐이다. 재판받는 그들의 모습은 나약할 뿐이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그들일지라도 죄인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전직 두 대통령을 비롯한 I2·12군사반란자, 광주시민 학살자들이 재판정에 들어서자 우리 역사가 왜 이러한 모습으로 진행돼야만 했었는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자기 배만 채우는 저런 자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모습 들까지 떠올라 더욱 씁쓸하다
그동안 우리는 저 학살자들을 구속하라고 하루도 쉴 새 없이 외쳤었다. 문민정부하에서도 그 구속 요구는 한번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1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그들을 구속하고 재판을 진행 중에 있다. 김영삼정부도 처음에는 검찰을 통해 "공소권 없음"이라 했다. 국민들은 그들의 죄가 만천하에 드러나있는데도 구속하지 않으니 의아해 했다. 그러고 난 지금으로부터 얼마전 두 전직 대통령이 갑자기 구속당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또 의아했다 한 가지 범죄 사실을 놓고 카멜레온처럼 이렇게 저렇게 변화하는 꼴은 가관이 아닐 수 없다 현 정권의 어떠한 목적이 있었음이 분명한 것 같다
저들이 재판받는 동안 나의뇌리 속에는 광주시민과 함께 망월동에 누워있는 열사들이 떠올랐다. 죽어서도 항상 이리 저리 권력의 노리개나 정치적 소모품이 되어온 광주.늘 광주는 그런 아픈 자리에 있기만 했다. 오늘이라고 그러한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광주시민을 학살한 당사자들의 재판까지도 그런 꿍꿍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정권의 그 변화무쌍함은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그것은 다분히 정치적 위기극복용으로 이 재판을 써먹지는 않는지 하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과 자신들의 모습은 정말 다르다고 강조한다. 한편으로는 현 정권의 발목을 물고 있는 대선자금 공개 요구를 교묘히 피해가려는 의도가 그 속에 숨어 있다는 생각이다.
전 ·노 두 전직 대통령의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으로는 형량이 그다지 무겁게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그들의 죄값에 비한다면 너무도 하찮은 형량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수순을 밟게 된다면 역사 바로 세우기와 무관하지 않은 이번 재판은 정권의 위기방어용 마타도우라 단정 지어도 괜찮을 것이다
현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가 있다. 명명백백한.학살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인측들과 검사들간의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법이 저렇게도 관대했구나, 하는 비아냥이 절로 나을 정도이다. 그런데 거기다가 전 노측 변호인이 "대통령으로서 통치권 운운"하며 승기를 잡아나가는 모습이라니 참 한심한 꼴이다
통치권, 대통령, 정권의 정통성이니 어쨌다는 따위의 변론 앞에 검사들은 무기력하다. '정치적 보복론'을 앞세워 변론하는 변호인측에게 검사들은 대응력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동안 문민정부하에서 보여준 검찰의 속성과 관행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이리라. 정치권의 재판은 검사들의 확고한 판단보다는 현 정권의 정치를 대변하는 시녀기구와 같았다. 검찰의 "공소권 없음"과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에 맡기자"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예의 그 증거일 따름이다. 지금 재판도 마찬가지이다 정권의 위기를 극복하려 그들을 잡아들였고, 또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그들의 형량도 정해지리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재판정에서 바라본 역사의 현지점인 셈이다.
그러한 역사의 지점에서 전·노 전직 대통령과 하수인의 얼굴을 나는 찬찬히 뜯어본다. 죄의식은 고사하고 부끄러움 하나 없는 그 얼굴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아직도 자신들이 대통령인양 착각하고 있는 듯한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불현듯 온몸에서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역사의 불합리한 온갖 것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것 같다. 저들이 만든 죄목으로 저 재판정에 섰을 수많은 민주 인사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이 권력과 총칼을 무기로 돈을 빼앗고, 민주주의를 짓밟고, 통일을 저해하는 온갖 일들을 저지르며 그와 반대의 입장에 선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얼마나 탄압했던가.
현재의 재판정은 그들이 섰던 재판정의 분위기와는 아주 다르다 국가보안법,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범민련 통일인사들의 재판과는 아주 딴판이다. 어떻게 저럴 수 있단 말인가. 학살자들의 재판 진행은 보호해주면서 다른 민주인사들은 찬밥 취급하다니, 어긋나도 뭔가 크게 어긋난 것 같다. 현정권과 사법부는 그들이 12 12군사반란자이며 광주시민을 살해한 사람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재판진행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죄인을 옹호하거나 죄인이 아닌 양 보이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 한 예로 전 ·노측 변호인에게 재판장은 관대한 시간을 주고 있다. 변호사가 세 시간 이상씩 전 노정권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이 부분에서는 검사들조차 당황하는 눈치였다.
변호인들이 그렇게 당당할 정도면 피고인들의 분의기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두환은 시종일관 의기 양양해서 모든 것을 자신이 했다고 진술하는 반면 노태우는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둘 다 공통적 인 것은 그들은 죄인의 태도가 아니라 너무도 당당한 태도, 어찌보면 억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전두환은 특히 노태우의 등을 도닥거려주거나 귀에 대고 무어라 속삭이기까지 했으며 심지어는 방청석을 향해 목례를 하는 일도 있었다. 방청석을 메운 사람들이 대부분 측근이거나 가족들이라는 점이 그들의 태도를 더더욱 당당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죄인을 다루는 재판, 그것도 전국민을 상대로 한 범죄를 다루는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형식적인 차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질문을 할 때조차도 이들의 위계질서는 존중되었다 가끔 그 순서가 바뀌어 전두환보다 노태우에게 먼저 질문이 돌아가면 노태우가 되려 당황을 할 정도 였으니 짐작할만 하지 않겠는가
부처님은 사람의 몸에 피를 나게 한자를 가리켜 오역죄인이라 하시며 구제받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들은 오역죄인이다. 역사에 진 죄 , 군사반란죄 등은 차치하고라도 사람을 죽인 살인죄인들이다. 그런데도 재판을 지켜보면 그들이 살인죄인이라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들지 않는다. 단죄의 재판이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법은 그들에게 관대하기 짝이 없다.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할 법이 그들에겐 그렇지가 않다 죄인이 된 지금도 그들은 법 앞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앞으로 두고 봐야할 문제지만 재판의 추이가 무척이나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동안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그들의 재판을 미뤄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김영삼정권을 생각하면 더더욱 재판의 결과가 의심스럽다.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투쟁의 산물로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정권은 이를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는 술책으로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살인죄인, 더구나 국민을 상대로 죄를 저지른 범법자들이 교도소 내에서도 예우를 받는다는 사실은 이들의 재판이 얼마나 형식적인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이 교도소에서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하나도 없을테니 말이다. 교도소 내의 특별대우는 물론 방청권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민 모두가 참관인이 되어서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아야 할 역사적인 재판이거늘 방청석에는 그들의 측근만이 들어와 재판 전체의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다 공개재판이 이루어지고 전국민이 그들의 재판을 지켜볼 수 있다면 분명 재판은 달라질 터 이다.
법의 형평은 아랑곳 않고 형식에 그치는 재판이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눈을 속여 그들에게 면죄부를 가져다주는 재판으로 몰고갈 경우에는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이 따를 것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또하나 재판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문제는 권력자들의 먹이연쇄, 그 복잡한 관계다. 전두환은 친구인 노태우에게 대통령 자리를 물려줌으로써 안정을 얻으려 했으나 노태우에 의하여 백담사로 유배를 당해야 했다.노태우는 또한 3당야합을 통해 창출된 권력자 김영삼에게 권력을 승계해 태평가를 부를 수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그 역시 김영삼에 의해 구속이 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전직 대통령의 구속 수감이 김영삼 정부의 개혁의지가 아닌 전국민적 투쟁의 성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재판을 지켜보면 볼수록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쩌면, 이 재판이 그들에게 적당한 면죄부를 제공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저지른 엄청난 죄악이 낱낱이 밝혀지고 그들의 죄상에 적합한 형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그들의 천인공노할만한 범죄 행각이 모든 국민과 역사 앞에 드러나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처벌되지 않는다면, 광주시민들뿐 아니라 7천만 전국민의 뜨거운 분노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판과정이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어도 좋을 만큼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이 공개되어야만 그들이 얼마나 뻔뻔스러운 역사의 죄인인가가 제대로 드러날 뿐 아니라 과거를 매듭 짓고 새로운 역사로 나아갈 준비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같은 뿌리에서 창출된 현정권이 스스로의 정당성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다시 한번 이 재판의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하리라. 적당한 면죄부나 제공하려는 형식적인 재판은 결단코 중지되어야만 한다. 과거청산, 역사 바로 세우기는 전 국민적 염원이다.이 재판이 어떻게 결론지어지느냐에 따라서 현정권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다.만약 국민들을 우롱하고 정치적 카드로만 이 재판을 이용하려 한다면, 훗날 내가 내가 또다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참관기를 써야할 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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