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 마당극을 보고 / 혁명광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국민신문, 1988. 5)
본문
마당극을 보고
"혁명광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전서연
5월제가 한창인 전남대학교 교정, 5.18 8주기 다음날인 5월 I9일, 5 · 18광장에서는 추모 마당극이 열렸다.
항쟁 10일간을 시간 순으로 묘사한 이 극은 줄거리에 있어 특별한 구석은 없었으나, 자주 보아도 새로운 응어리가 돋아나는 80년 5월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공감의 폭이 크고 호응도도 높았다. 먼저 사물패들이 나와 마당판의 흥을 돋구고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걸지게 춤을 한바탕 춘다. 민중을 상징하는 구두닦이, 양아치, 공장노동자와 미제와 군부를 상징하는 무장한 공수특전단, 그리고 민중의 희망과 염원을 담은 승리의 상징 대나무등 등장인물의 수는 10여명 안팎이다. 징이 울리고 마당극이 시작되면 남녀 구두닦이의 익살과 재담이 펼쳐진다. 그들의 얘기는 점차 시국이 불안함을 염려하는 쪽으로 흐른다. 이때, 군부는 미국과 짝짜궁이 되어 권좌를 손아귀에 쥐려고 갖은 모략 꾸미기에 정신이 없다. 미국놈과 대머리 000, 노가리 000를 각각 성조기가 그려진 모자, 번쩍번쩍 빛나는 은박지, 기다란 귀로 분장하여 한동안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들의 모략은, 집권자들에 의해 투정되고 있는 '사전 계획설'을 보여주기 위함이요, 5월의 학살극이 단순히 우발적이기나 군의 과잉 진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명백히 하는 장면이다. 이에 5 ·18의 과정이 보여진다. 18일부터 23일까지 5일간의 항쟁이 단 몇 분 사이에 끝나버리고 곧 해방광주가 등장하는데, 계엄군의 진압이 너무나 단편적이고 짧게 묘사되어 아쉬움을 주었다. 그러나, 27일 새벽, 도청을 지키다 끝내 등장인물들이 거의 죽는 장면은 상대적으로 길었고 보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 절정부분이었다 ."꽃아 꽃아 아들 꽃아 5월의 꽃아, 꽃이 꽃아 아들 꽃아 다시 피어나라‥‥‥‥추모의 노래가 누군가에 의해 불려지기 시작했으나 목이 멘 관객들은 어느 누구도 따라 부를 수가 없었다. 나 또한 8년전의 억하는 심정이 솟구쳐 당장에 눈물이 솟았고 뜨거운 것이 목에 걸린 듯 마음이 괴로웠다. 한 순간의 침묵이 5 · 18광장을 가득 메웠다. 들리는 것은 한 줄기 추모의 노래와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소리뿐. 죽었던 영령들이 부활하여 칼춤을 추고 대나무를 깍은 죽창을 들고 춤사위가 걸지게 행해진다. 그러나 후련한 심정은 없고, 아직도 눈 못감고 구천을 떠도는 5월 영정들의 모습만이 눈에 선할 따름이었다.
-혁명광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부르짖음을 들으며 관객들은 망연자실, 한동안 자리를 뜰 줄 몰랐다.
"혁명광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전서연
5월제가 한창인 전남대학교 교정, 5.18 8주기 다음날인 5월 I9일, 5 · 18광장에서는 추모 마당극이 열렸다.
항쟁 10일간을 시간 순으로 묘사한 이 극은 줄거리에 있어 특별한 구석은 없었으나, 자주 보아도 새로운 응어리가 돋아나는 80년 5월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공감의 폭이 크고 호응도도 높았다. 먼저 사물패들이 나와 마당판의 흥을 돋구고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걸지게 춤을 한바탕 춘다. 민중을 상징하는 구두닦이, 양아치, 공장노동자와 미제와 군부를 상징하는 무장한 공수특전단, 그리고 민중의 희망과 염원을 담은 승리의 상징 대나무등 등장인물의 수는 10여명 안팎이다. 징이 울리고 마당극이 시작되면 남녀 구두닦이의 익살과 재담이 펼쳐진다. 그들의 얘기는 점차 시국이 불안함을 염려하는 쪽으로 흐른다. 이때, 군부는 미국과 짝짜궁이 되어 권좌를 손아귀에 쥐려고 갖은 모략 꾸미기에 정신이 없다. 미국놈과 대머리 000, 노가리 000를 각각 성조기가 그려진 모자, 번쩍번쩍 빛나는 은박지, 기다란 귀로 분장하여 한동안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들의 모략은, 집권자들에 의해 투정되고 있는 '사전 계획설'을 보여주기 위함이요, 5월의 학살극이 단순히 우발적이기나 군의 과잉 진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명백히 하는 장면이다. 이에 5 ·18의 과정이 보여진다. 18일부터 23일까지 5일간의 항쟁이 단 몇 분 사이에 끝나버리고 곧 해방광주가 등장하는데, 계엄군의 진압이 너무나 단편적이고 짧게 묘사되어 아쉬움을 주었다. 그러나, 27일 새벽, 도청을 지키다 끝내 등장인물들이 거의 죽는 장면은 상대적으로 길었고 보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 절정부분이었다 ."꽃아 꽃아 아들 꽃아 5월의 꽃아, 꽃이 꽃아 아들 꽃아 다시 피어나라‥‥‥‥추모의 노래가 누군가에 의해 불려지기 시작했으나 목이 멘 관객들은 어느 누구도 따라 부를 수가 없었다. 나 또한 8년전의 억하는 심정이 솟구쳐 당장에 눈물이 솟았고 뜨거운 것이 목에 걸린 듯 마음이 괴로웠다. 한 순간의 침묵이 5 · 18광장을 가득 메웠다. 들리는 것은 한 줄기 추모의 노래와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소리뿐. 죽었던 영령들이 부활하여 칼춤을 추고 대나무를 깍은 죽창을 들고 춤사위가 걸지게 행해진다. 그러나 후련한 심정은 없고, 아직도 눈 못감고 구천을 떠도는 5월 영정들의 모습만이 눈에 선할 따름이었다.
-혁명광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부르짖음을 들으며 관객들은 망연자실, 한동안 자리를 뜰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