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 광주사태·영호남 갈등해소론 / 광주·부산·대구 지식인의 3각 진단. 김열규 외(월간경향, 1988. 2
본문
난상토론
광주사태·영호남 갈등 해원론
-광주·부산·대구 지식인의 3각진단-
참석자 : 김열규<서강대교수·국문학-사회>, 이광우<전남대교수·정치학>, 박양식<경북대교수·법학>,
김성국<부산대교수·사회학>
일 시 : 1988년 1월 7일 하오 4시
장 소 : 본사(월간경향) 5층 회의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드러난 표의 흐름은 철저한 지역대결의 양상이었고, 그것은 또한 우리 사회에 실재한 지역감정의 표출이었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해소책은 무엇인가? 제5공화국에서 이월된 광주문제의 핵심은 무엇이며, 제6공화국은 우리 시대의 멍에를 과연 벗길 수 있을 것인가?
지역감정은 큰 걱정거리
사회 제가 오늘 여기 앉아 있는 것이 조금은 떨떠름합니다. 이광우교수께서는 정치학이 전공이시고, 박양식교수께서는 법철학 쪽이니까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다룰 좌담에서 적격자이시고, 김성국교수께서도 전공이 사회학이니까 또한 적격자이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부적격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마 저도 지식인의 범주에 들 수 있으니까, 지식인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오늘 데례 온 것 같습니다.
조금전 주체측에서 설명이 있었습니다만, 지역감정의 문제는 참 큰 걱정거리라고 전 국민들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실 제가 광주를 가 본 것이 무려 10여년 전입니다. 제가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데도 호남지속을 방문한 것이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그때 저 자신도 모르게 무슨 경상도의 의식이 있었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그때 처음 강연을 하면서 광주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전국을 안 돌아 본 곳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에는 처음 온 곳이라서 뭔가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면서 제가 말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전라도 출신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집에 가서-저는 경상도가 고향인데-부모님께, 우리 두사람은 결혼을 약속했는데 허락해 달라고 요청을 해도 집에서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옛날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선거과정을 통해서 너무 심해진 것이 사실 아닙니까? 오늘 좌담은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하는 것 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드린 유인물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이른바 동서문제가 유세장에서 폭력 문제로 들어났고, 또 그 동기, 혹은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나타났고, 선거결과 표의 성향이 심하게 동서 양쪽에서 편향성을 보인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 것부터 얘기를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그러기 전에 역시 오늘의 초점은 아무래도 광주쪽이니까 그쪽의 지금 당장의 감정이라 할까요, 지역 현상이라 할까요. 그런 것을 李교수님께서 먼저 말씀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극단적인 듀얼리즘
李 글쎄요. 선거 과정에서는 그런 것 같습니다. 선거 유세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마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징적인 현상이라 그럴까요. 그것은 국민운동본부와 대학생이 아주 밀착이 되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든지 이번에는 공정선거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사실상 국민운동본부와 대학생들이 일치가 되어서 조직화를 했죠. 이것이 공정선거감시단을 구성한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맨투맨 작전으로까지 들어갔어요. 결국은 통·반장 하나에 대학생들을 하나씩 따라 보내서 24시간 그들의 행위를 체크하는 정도로까지 들어갔으니 말이죠, 꼼짝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공정선거감시단을 구성한 그 역사적인 배경, 또는 그 연원이 어디에 있건 간에 그 저변에 깔린 특징은 지배기구가 민중사이에 밀착되지 않고 완전히 유리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예요. 그 전의 감정은 지배층 계급의 감정이였지만, 특히 1980년의 광주, 소위 말하는 광주사태를 겪은 다음에는 완전히 민중화되어 버렸습니다.
지배층, 우리가 말하는 지배층은 어떤 의미에서 사용하느냐 하면, 경상도 정권이라고하는 감정이 농후하게 포함된 전라도 도민들의 감정인데요, 그러니까 지배층이란 곧 경상도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는 정부라는 의식이 전라도 사람의 감정에 젖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무튼 경상도 정권을 감시해야 되겠다고 하는 것은 전 도민의 일치된 감정이죠.
사회 그렇니까 극단적으로 경상도는 곧 권력, 호남은 곧 피지배 라는 극단적인 듀얼리즘이 적어도 호남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존재한다는 말입니까?
李 그건 뭐, 노골적으로…, 예를 들자면 다방에 앉아서 그런 얘기는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이거 백제공화국을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물론 이런 이야기는 극단적인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솔직한 말을 해야 하니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회 그런데 조금전에 말씀하신 공정선거감시단에 대해 조금더 말씀해 주시죠. 감시단을 만들어서 맨투맨 작전으로 감시활동을 전개했다고 하셨는데, 그때 공정선거가 목적이라고 하셨지만, 그때 공정 선거라는 개념 속에는 지역감정을 초월한 공정선거를 개념에 두고 있었습니까?
李 거기에는 지역감정이라고 하는 의식은 전혀 없었어요. 아마튼 공정선거만하면 우리가 이긴다고 하는, 또 민주화가 된다고 하는 그런 신념이였죠.
정치인들이 지역감정 부채질
사회 그렇다면 李교수님께서 공정선거라고 할 때 그 공정이라는 말은 호남 지구가 아니더라도 호남지역과 마찬가지로 경상도 정권에 대한 항거세력이 호남을 동조할 것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까?
李 그러한 공식적인 표현은 없었죠. 밖으로 나타난 표현은 없었지만, 그러한 신념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朴 주최하는 측의 담당기자가 몇 일전부터 참석을 요구하는 접촉을 해왔습니다. 당시 나로서는 지역감정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해소방안에 대한 대안도 별로 없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런 말이라도 좀 해달라고 해서 오늘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주 광주를 왕래하는 경상도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광주에 친한 친구들이 많이 있죠. 광주사태가 난 뒤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신문·방송을 통해서 이른바 광주사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광주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봤어요. 어떻게 무사하냐고 물었어요. 이때 그 친구는 괜찮다고 그래요. 그런데 나는 그냥 별일이 없느냐는 단순한 문안이었는데, 그 친구는 이 안부전화가 두고두고 고마와서 어쩔줄을 모르더군요.
나는 지역감정의 문제를 평소에 이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광주시민들이 수식어와 주어사이에서 문구의 혼돈을 이루고 있지 않는가 하는 측면에서 풀이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경상도 출신인 ○○○, 경상도 대구 출신인 ○○○인데, 이것은 뒤가 주어고 앞은 형용사입니다. 그래서 나도 ○○○씨를 대단히 싫어했고, ○○○도 우리 고등학교 선배 아닙니까. 이래서 저는 작년부터 개헌하자, 민주화하자는 소위 서명교수로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니까 광주 시민도 결국 경상도 사람 미워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어디 지방사람인가요. 사실 따지고 보면 다 서울에 살고 있고 서울을 무대로 활동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저 출생지가 그 지방이라는 것 뿐이죠. 이 서울 친구들이 내려와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거 뭐 선거 때마다 동문들 동원시키고, 고향사람 찾아다니는 것은 선거운동에서는 필히 등장하는 현상 아닙니까?
꼭 선거 때가 되면 서울사람이 다 된 사람들이 내려와서 그렇지 무슨 지역감정이 있어요. 문제는 경상도 출신 혹은 전라도 출신이라는 하나의 수식어가 너무 강조되고 경상도에서 태어난 ○○○가 너무 강조되는 것은 조금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든다면, 소위 '군출신들의 정치인들', 여기서도 주어를 미워했으면 미워했지 왜 앞에 수식어까지 더해서 미워합니까, 이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고는 상당히 좁은 소견이며 감정이 앞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만, 주어와 수식어를 혼돈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내가 보기엔 적어도 대구지역의 교수들과 학생들-학생들은 주로 과격한 운동권 학생들-대부분이 金大中씨를 지지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호남사람들에 대한 접촉이 빈번하지 않아서 그렇지 절대 편견은 없다고 봅니다. 현 정권의 비리라든가 이런 데 대해서는 철저하게 정의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하나의 분위기에서 과격한 학생들은 주로 야당의 지지파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 대통령선거 유세기간 중에 나타난 각 지방의 선거폭력의 문제, 좀 석연찮은 구석도 있기는 할 것 같습니다만, 이 사건들을 보는 국민들의 시야는 안 되겠구나하는 쪽으로 생각들을 바꾸게 되었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러니까 여당 쪽으로 더 많이 표가 몰린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이런 국민들의 우려가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 표의 편향성을 보인 요인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입니다.
그건 그렇고 전라도에 대한 감정은 전라도 사람이 자꾸 경상도 사람을 미워하니까 오히려 그 역감정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죠. 그러나 나 자신은 지역감정을 전혀 가지지 않을 사람이고, 또 내 동료나 학생들을 보아도 전라도이기 때문에 미워한다는 감정은 전혀 없었는 것 같습니다.
지역주의는 고려시대도 있었다
사회 지금가지 하신 말씀을 정리한다면, 李교수께서는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서 일어난 표의 편향성을 경상도 정권인 권력층과 전라도사람으로 대표되는 비권력층의 대립으로 보시고, 권력층은 곧 경상도로, 비 권력층은 곧 호남으로 보셨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朴교수는 군부 정치 대 국민정치의 갈등으로 보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朴교수님께서는 지역감정이 없다고 말씀하셨고, 李교수께서는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거기에 혼선이 좀 있으니까 그 혼선을 고려에 넣으시고 김성국교수께서 한 말씀해 주십시요.
金 예, 지금 문제가 복잡하게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얘기하기 전에 제가 예전에는 인류학 공부를 했지만, 최근에는 전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사회학자로 기억을 해주십시요. 우선 그 시작을 하기 전에 제가 아주 재미있는 경험담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우리 한국 사회학계에서 한 연구결과 중에 지역갈등의 문제가 한 부분으로 들어 있었습니다. 이때의 연구는 문제의 핵심을 좀 더 과감하게 파헤치기 위해 대학에 계시는 여러 교수들이 참여를 하였습니다.
그런 연구가 완성되어 가는 단계에서 참여했던 연구자들이 모여서 지역갈등의 문제에 대해서 토론을 했습니다. 그때 저도 연구교수의 일원으로 참석을 했는데, 한가지 아주 흥미있는 현상은 전라도출신의 사회학자가 분석한 내용과 경상도 출신의 사회학자가 연구한 내용이 완전히 다른 결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그러냐 하면 전라도 출신의 학자들의 분석 결과는 지역감정이라는 것은 엄연한 현실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지금 전라도의 주민들이 굉장한 피해를 본다는 견해인데 비해서 대부분의 경상도 출신의 학자들은 "우리는 별로 그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되고 있었습니다. 그 뒤 우리는 여러 차례 지역감정의 문제를 가지고 논의를 했는데, 지역감정이 실제로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이 선거가 있기 이전부터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히 잠재적이고 어떤 경우에도 드러나지 않지만, 약간의 충격만 가해지면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전혀 없는 것처럼, 또는 일시적인 바람이 불어가면 사라질 것처럼 생각하기가 상당히 곤란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과거에도 계속해 왔지만,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선거를 통해서 확실히 드러났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뭔가 하는 문제부터 살펴야 하겠습니다. 지난 5월에 열린 국제발전과 지역주의라는 국제회의에서 제가 지역주의에 관해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지역주의에 관한 연구발표를 통하여 조선시대에도 지역주의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고, 고려왕조도 어느 정도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가장 심했던 것이 박정희 정권이 등장하고서부터가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구조적으로 분석해 보니까 정치권력이 지역주의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李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 중에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인정을 하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러한 지역의식이 어떤 특수한 광주사람과 대구에 사는 사람의 그것이라기보다도 대개 서울에 살고 있는 중앙 무대의 정치인들, 즉 광주 출신, 전라도 출신 혹은 경상도 출신인 자기 고장, 바꾸어 말하면 출생지에 가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더 나쁜 것은 정치적 정통성을 결여한 정치권력에서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정권이 정상적이고 합법성을 가진 정권이였다면, 그와 같은 불필요한 지역감정을 그렇게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들은 법률적 정통성이 결여되어 있으니까 결국 호소하는 것은 어떤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감정에 호소하여 지역의식을 활용 혹은 조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부산의 예를 들어 설명해 올리겠습니다. 예를 들면, 부산의 사정은 아주 특수합니다. 영호남의 단일후보가 출마한 지난 71년에는 대구와 광주쪽에 포커스를 주고 양 지역간의 갈등문제에 한정이 되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김영삼 후보가 가세함으로써 더욱 복잡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왜 그런가 하면 지난 71년 선거결과를 잘 분석해보면 부산은 같은 경상도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씨의 지지표가 꽤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이 고장 출신의 특정후보가 나옴으로해서 그 성향이 바뀌고 이것이 선거폭력 등으로 야기돼 지역감정이 되어 결국은 잠재되어 있던 도민의식이 표면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감정이라는 것이 확실히 잠재되어 있고, 그 실체는 상당히 구조화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중요한 문제로 영원한 숙제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주의를 좋은 방향으로 쓸 수도 있고 나쁜 방향으로도 쓸 수 있는데, 이것을 중앙에서 활동하는 정치권력자들이 연고주의를 앞세워 악용하였고. 이 결과 더욱더 악화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향토애와 지역감정은 구분돼야
사회 李교수께서 한말씀 해주셔야 하겠는데, 조금전 朴교수님과 李교수님께서 여러가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저도 경상도 쪽이 고향이니까 이쪽은 아마 가진 자들의 여유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있을 터이고 전라도 쪽은 못가진 이들의 응어리 흑은 강박관념, 그런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가지 지역감정이 없다고 해서는 역시 해결이 안될 테니까, 金교수 말씀처럼 있다고 하는 것이 해결을 위해서 한 발 다가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는 호남은 현실적으로 경상도를 향한 적개심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오늘날의 광주시민들이 선거결과 결코 그들이 바라는 결과가 아니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황속에서 그들의 상처가 어떻게 아물기를 바라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요.
李 그러니까 있기는 있는 것입니다. 그건 확실히 있는 거예요.
朴 그것은 나도 긍정해요. 왜냐하면 같은 경상도 대구지만 고등학교 때 모교와 타교가 운동경기에서 시합같은 것을 하면 무조건 모교를 응원하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모교애라던가 향토애 같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까지 문제를 삼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것을 지역감정이라고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정서라고 생각됩니다.
金 그런데 제가 하나만 더 붙이겠습니다. 실제로 지방의 학생들은 한 지방을 중심으로 같은 지역 출신의 사람들만 상대하게 됩니다. 비로소 자기가 살던 지방을 떠나서 다른 지방에 갔을 때, 특히 우리의 경우는 서울같은 데 갔을 때 표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군대에 가면 굉장한 악순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든지 사회의 연고주의라든지, 군대에서의 폐습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계속 재생산시키는 그런 기재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좀 생각해야 합니다.
李 그러니까 그것은 말이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무튼 있는 것은 있는 것입니다. 부정할 수 없이 있는 것이예요.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러면 어째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느냐 하는 원인을 규명해야 돼요.
혹자는 이것이 고려 태조의 훈요10조에서 유래됐고 이후 더 확대되고 강화됐느니 하는 말들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논의의 촛점은 정치권력과의 연관속에서 봐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조선조에서 구한말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표면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인재등용 같은 경우도 영·호남 사이에 두드러진 편중성이 나타난 적도 없습니다. 이것이 언제부터냐하면 제가 보기에는 71년도 선거에서 이효상씨가 영남쪽에 가서 유세를 시작할 때부터 노골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잠재된 지역간의 연고주의에 불을 붙인 것이라고 보아요. 물론 지역감정은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죠. 미국에도 영국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감정을 정치권력의 연장을 위하여 이용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지금 호남인들이 참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이전에야 있었습니까. 그러니까 호남의 감정, 특히 호남인이 활쏘기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한다는 것은 순수한 지역주의로 오히려 바람직하고 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사회에서 육성시켜야겠죠. 그것은 참 아름다운 거예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정치에 악용한 것이 바로 1971년의 선거 때부터 였습니다.
사회 선거가 호남지역에 바람직하게 끝난 것으로 전제를 하고, 광주시민들이 지금 그들의 응어리가 어떻게 해야 풀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 촛점을 맞춰 주십시요.
李 그 촛점은 조금 더 얘기한 후에 모아져야 될 것 같습니다. 실제적으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한다면, 지금 우리 대학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자료를 몇 가지 가지고 왔습니다. 이것을 보고 호남과 영남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볼 필요가 분명 있습니다.
지역간의 불균형 심각해
사회 어디서 작성한 것입니까?
李 이 자료는 全南大 지역사회연구소에서 주병진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지금 연구를 하고 있는건데요, 여기서 몇 가지의 자료를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사회 복리비를 비교하면, 광주와 대구는 76년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76년 이후 84년까지 광주와 대구는 1 : 2의 차이가 납니다. 다시 말하면 광주 시민 한사람에게 지급되는 복리비는 거의 변화가 없는데, 대구의 경우는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작년을 기준으로 해서 전국에서 발표한 국민 일인당 소득은 2천5백달러 입니다. 그러면 2천5백달러라고 하는 국민 일인당 소득액을 광주시민에게 물어보면 광주시민은 수긍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떠한 자료를 가져다놓아도 못미치는 것인데, 그럴때 그들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겠습니까?
국가에서 하라는 일 다 했고, 시민으로서 할 일 다 했는데 돌아오는 것이 뭡니까? 그러면 거기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찌됐던 "나는 내 소득을 도둑맞았다"고 하는 것은 숨길 수 없는 감정입니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 또 다른 자료를 한번 보십시오. 생활의 척도를 나타내는 재산세를 보면 더욱 뚜렷이 나타납니다. 이거 보세요. 75년까지 아주 비슷합니다. 광주 시민과 대구 시민이 1인당 납부하는 재산세가 75년까지는 비슷했습니다. 85년에 보세요. 약 3배 이상의 차가 나지 않습니까. 이건 데이타가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이것은 재산축척 기준이 되는 것이죠.
광주 사람은 가난하고 대구 사람은 광주 사람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부자가 됐다는 것입니다. 움직일 수 없는 자료지요.
사회 대구와 광주만 한 것입니까. 다른 지역도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까.
李 광주와 대구만 이렇게 했습니다.
사회 광주와 부산 같으면 더 벌어질 수가 있지요.
李 그렇겠지요. 이것은 지금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자료에 의한 것입니다. 그것이 신빙도가 높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朴 나는 이런 것을 전국적인 자료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와 광주에 국한하여 하는 자체가 지식인들이 지역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李 아니, 이것은 사실대로 밝혀주고 지역감정을 해결하려면….
朴 전반적으로 이야기해야지 지금 부산 사람들이 훨씬 잘 살고….
金 그런데 우리가 생각할 때는 대구는 길도 넓고, 알부자도 많다더라, 그렇기 때문에 자료라는 것은 전국적으로 해야만 객관성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편중된 표의 의미
李 그러니까 막연하게 우리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니까 또 하나 봅시다.
자동차 세를 보세요. 요즘 생활지표로 자동차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얼마나 근대화된 생활을 하고 있느냐는 것을 구분해 주는 기준이 됩니다. 이 자료에 의하면 대구와 광주는 그 차가 엄청나게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金 대구는 엄청난 보수경향을 가진 이른바 조선전통사회의 양반출신이 많고, 부산의 지역적 특성을 이입인구들이 많기 때문에 전통적인 부의 축적 기반이라고 할까 이런 것들이 대구가 더 높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연구한 자료에서도 분명히 전라도 지역과 광주 지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李 정부에서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서 세금을 물리지 않습니까? 그것은 속일 수가 없죠.
또 하나의 지표를 봅시다. 지방세입니다. 이것은 지역개발에 관계되는 얘긴데요. 지방세 수입이 많으면 지역개발이 되고, 적으면 지역개발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러한 지표도 79년, 80년부터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77년까지는 거의 비슷해요. 광주가 대구에 비해서 벌어지는 각도를 보세요.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요. 85년까지 아마 작년에는 더 했을 거예요. 아무튼 지방세가 일인당 얼마만큼 납부되느냐 이겁니다. 그러니까 이와같은 격차를 나타낸다는 것은 곧 그 지역이 개발사업을 거의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구는 개발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반면 광주는 그것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부정할 수 없는 몇가지 지표로 보면 그 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朴 이것을 서울과 비교해 보면 더 엄청난…. 전에 언젠가 보니까 전국화폐발행고에서 서울이 60∼70%고 다음이 부산, 대구가 3%, 이렇게 볼 때 대구도 별로 발전의 여지가 없는 곳입니다.
주위에 공장이 있지만, 대구시민들 대부분이 교사, 공무원 등 월급자들이 안전하게 살 뿐입니다. 화폐유통이 굉장히 적어요.
金 저는 지금 李교수님의 자료에 공감을 하면서도 우리가 실제 영남과 호남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써 인식해야 할 점은 광주와 부산, 광주와 대구 식의 비교는 도토리 키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실제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완전히 거대화된 서울과 비교를 해보면, 광주와 대구, 광주와 부산 식의 비교는 매우 우습게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점은 이점대로 분명히 인정을 하지만, 결국 근원적으로는 지역감정의 문제가 중앙집권적인 세력공간에 있어서의 헤게모니 쟁탈과 같은 것에서 파생됩니다. 물론 우리는 현실도 인정을 해야 되지만 그것이 고정적으로 깔려있는 그런 점도 한번 인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李 그렇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영·호남간의 갈등이므로 영·호남간의 비교가 우선 되어야지요. 그렇다면 이번의 대통령선거 결과로 90% 이상의 광주시민, 즉 호남에서는 金大中씨를 지지해 주었고, 다시 말해서 전라도 출신의 후보를 지지해 주었습니다. 반대로 영남에서는 그 곳 출신 두 명 후보들의 표를 합치면 역시 영남에서도 90%이상이 영남 출신의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개인적으로 아니라 영·호남의 갈등을 주제로 할 경우 그렇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결코 광주에서만 94%가 나왔다고 해서 여기만 지역감정이 더 악화되었고, 더 감정적으로 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무엇이 이러한 현상을 낳게 했는가? 결국 추궁을 해보면 이것은 정치권력인 것입니다.
권력과 관계되어 있어요. 정치 권력이라는 것이 결국 호남 사람들에게 비치는 이미지는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장악한 사람, 즉 대통령이 풍부한 국민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러한 문제는 손쉽게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말하자면 영남 대통령이라는 의식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회 다음 광주사태가 이 문제에 필연적으로 연관이 될텐데. 제 생각으로는 이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거과정을 통해서 광주사태가 어지간히 여과가 되는 것과 동시에 선거운동이 되기를 바랬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광주시민들에게는 광주사태가 자칫하면 미궁의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盧당선자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따름입니다.
광주사태라고 하는 것을 저는 감히 광주신드륨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광주증후군이라고 하는 것이 피해자나 가해자에게 고루 퍼져서 지금 국민 전체가 광주공포에 걸려 이것은 비단 가해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피해자나 나머지 국민들을 위해서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희생들은 결코 광주사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있기까지에는 이와 유사한 사태가 한국 근대사를 통해 너무도 많이 있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념의 갈등 혹은 정치제도의 갈등으로 인해 무고한 양민의 희생자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예컨데 제주도 사건, 지리산 사건 등등…. 그 모든 현대사 징후들의 최정상에 광주사태가 위치하고 있으므로 이런 점에서 이 광주사태라는 것은 우리 현대사의 원죄이자 원천적인 상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이 상처는 버려두면 만성화될 위험이 있고, 이 사회 전체를 뭉그러뜨릴 수도 있으니, 이제 화제를 선거과정의 분석도 나왔습니다만 그것과 연결시켜서 자연스럽게 광주사태로 옮기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누차 李교수께 부탁드린 것처럼 오늘날 광주시민들이 그들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선거가 끝난 결과를 두고 이 광주사태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어떻게 대책을 세우고 싶어하고 있는지 혹은 지금 현지 주민들의 감정은 어떠한지에 대해 말문을 열어 주셨으면 합니다.
李 광주사태와 관련되는 얘기인데, 제가 80년도에 아무 죄도 없이 밤중에 체포를 당했습니다. 체포되어 1백6일 동안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중에 풀렸고, 4년 동안 해직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광주사람들은 광주사태를 터무니없는 조작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에 관한 논문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브르스커밍스의 논문입니다. 이 사람도 권력장악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고, 이분 것뿐만 아니라 다른 근거를 대라면 얼마든지 댈 수 있습니다만, 이것을 저는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분명 광주사태는 제5공화국 정치권력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임에는 이의를 달 사람이 없겠죠. 한국의 정치권력이라고 하는 것은 역사적인 과정에서 보면 분산되지 않는 하나의 융합된 권력을 말합니다.
수평적으로나 수직적으로 이것이 분산되지 않은 전체적 권력, 그래서 저는 이것을 전체적 권력이라고 합니다. 그 전체적 권력은 누군가 한사람이거나, 하나의 소수집단이 독점할 수 밖에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독점하느냐가 문제입니다. 그것은 그 집단에서 가장 큰 물리적 힘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독점을 하게 마련입니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강력한 조직을 가진 집단이 바로 군부 아니겠습니까.
사회 그 말씀을 일부 군부라고 고치면 안되겠습니까?
李 일부 군부도 좋습니다. 그렇게 표현할 수 있어요. 이 집단이 전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소위 광주사태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광주사태를 진압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안보라는 것입니다. 광주 학생들의 데모진압에서 잡았다는 것입니다. 그럼 당시 반정부 데모를 한 곳이 광주뿐이었습니까? 서울·부산·대구 등 안하는 도시가 없었는데, 하필이면 왜 광주에 공수특전단을 투입했고, 왜 광주라는 지역을 선택했느냐는 것입니다. 아직도 미지수인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따라서 광주사태의 진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겨집니다.
朴 광주가 그 중 더 심하지 않았습니까?
李 심한 것이라면 서울이 더 심했죠. 왜 광주를 선택했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金大中씨와 연계시켰습니다. 그래서 몇 사람의 광주의 유지, 이를테면 홍남순변호사, 김성용씨, 또 대학교수 중에 송기숙교수, 명노근교수 같은 사람을 투옥시켰습니다.
진실은 밝혀져야
金 잠깐 한번 중간 정리를 하면, 문제는 역사적 근거가 전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올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 주장을 설득력있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광주사태에 구체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광주사태가 가지는 역사작인 상징성이라는 것은 이러한 민주화의 과정이 광주사태의 물리적인 힘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에서 어떻게 광주사태를 보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히 민주화를 역행하는 반동적인 움직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더 넓은 차원에서 일단 그렇게 규정을 해야 되겠습니다.
얼마전에 신문을 보니까 민정당측에서 모의원이 자기들은 광주사태를 양시론적인 입장에서, 즉 광주는 광주대로의 이유가 있고, 진압하는 측은 진압하는 측에서의 이유가 있다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해결방법을 사용하여 양쪽에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 해결방안을 찾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대세가 민주화 물결이 무르익었고 봄을 맞이했는데, 광주사태에 와서 완전히 꺽였기 때문에 그런 양시론적인 해결방법으로는 좀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그렇게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李교수께서 제기하신 "왜, 광주냐?"는 문제도 해결이 되어야겠죠. 이것은 정말 모든 지혜를 짜내서 밝혀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李 그런데 그 때의 루머가 광주 시민들이 지켜 본 바에 의하며 진압에 동원되었던 군인들이 경상도 말을 쓰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것은 우리 교수들에게는 이성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고 판단이 될지 모르지만, 일반 시민들의 의식수준에서는 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사실은 누구도 입증할 수도 없고 당시에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증언을 할 수밖에 없죠.
사회 지금 李교수님 말씀을 듣고 난 후 제 느낌은 이렇습니다. 광주사태의 엄청난 상처나 응어리, 혹은 한이 광주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데, 여기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일 아닙니까. 말하자면 첫째 진실이 밝혀져야 하겠고, 둘째 죄지은 자는 징계할 것, 셋째 당한 자는 가능한 크게 용서해 줄 것 등 논리는 뻔한 것인데, 그것이 잘 안되니까 이 지경입니다.
전술적으로는 이것이 합법적으로 처리가 되어야 하겠지만, 그러나 좀 더 거시적으로 전략적인 차원에서는 역시 민족의 단합, 동시대인들의 공감의 의식과 같은 전략적인 보다 높은 차원에서 법적인 절차가 제기되어야만 덜 상처가 나고, 해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李 그런데 보세요. 지금 진실이 밝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혼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진실이 빨리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 상처가 아물기는 커녕 더 악화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죄를 지었으면 죄를 지었다고 인정하면 문제는 상당히 쉽게 풀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지나간 과거는 잃어버리고 국가를 위해서 협력하자, 더 노력하자고 한다면 몰라도 자꾸 숨기려고 하니까 얼마나 옹졸한 지도자들이냐 하는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司 그러나 다행이 아까 주최자측에서 말씀이 있은 것처럼 지금 새 당선자가 자기의 명예와 권위를 걸고 앞장서서 자기 스스로도 일부의 가해자임을 자처하고, 광주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약을 우리가 어느 정도 존중하고, 발전적인 차원에서 좀 말씀해 주십시오.
李 지금 광주 사람의 감정을 예로 들자면 한이 없습니다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는 같은 사람, 같은 맥락으로 봅니다. 광주 사람에게는 달리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요컨데 광주 시민들이 일차적으로 정권에 요구한 것은 진상을 밝히라는 것입니다. 진상을 밝히고 난 후에 얘기하자는 것입니다. 진상을 밝히지도 않고 어떻게 대화를 합니까? 조금전 金교수께서 인용하신 양시론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하자면 정부에게 무엇인가 옳은 근거가 있다면 솔직하게 내놓아 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광주사태 기간동안, 말하자면 시민군이 계엄군을 광주시내에서 몰아냈던 일주일간의 무정부기간에도, 광주학생들이 간첩이라고 오인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전부 잡아다 계엄사에 넘겨줬습니다.
양시론적인 해결방식은 곤란
사회 어떻습니까, 朴교수님. 사회적인 치유같은 안목에서 덜 뜨거운 분으로서 생각하시는….
朴 나는 숫자에 좀 의혹이 있는데 아직도 광주시민들은 2천여 명이라고 하는데, 발표된 것은 2백 명 미만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李 정부에서는 지금 발표하기를 1백91명으로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누구도 그 통계를 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광주 시민으로서는 당시에 자기가 지켜보고 있던 상태 밖에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전부를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광주사람들이 보기에도 1백91명이라는 숫자는 터무니없는 숫자입니다. 내 경험에 비하면….
朴 그러면 지금 유가족의 수는 몇명으로 확인되고 있습니까?
李 그 2천여 명을 밝혀낸다고 하는 것이 지금 정부측에서는 신고의 문을 개방해 놓았으니 더 있으면 신고하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정권이 그대로 존속하는데 공포심에서 신고할 수가 있습니까?
朴 그런데 나는 신고를 안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광주 시민이 상당히 용감하다고 생각되는데….
李 그런데 최근에도 자기 아들을 잃고 행방불명이 되었는지 광주사태때 죽었는지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얘기를 못하다가, 최근 가톨릭에서 광주사태의 사진전을 했는데 그 사진속에서 자기 아들의 시체를 발견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 지금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과제이므로 그런 것에 대해 좀 말씀해 주십시오.
金 지금 이 문제는 국가에서 풀려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진상부터 밝혀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현재 시점에서 보았을 때 일어난 시간이 얼마 되지 않고, 그 당사자들이 살아있는 이런 시대에서 과연 그 진상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참 미진한 점들이 많이 남고,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포스트에 있으니 문제가 있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진상조사팀을 다각도로 갖추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즉 광주 시민들이 하나의 조사팀을 구성해저 진상을 조사해 보고서를 하나 내고, 다음 언론에서 조사를 해서 하나 내놓고, 그리고 대학교수단에서, 종교단에서도, 또 정치권에서도 필요하다면 하나 넣고해서 각각의 개별 보고서를 한번 내고 나서 다시 한번 모여서 종합적인 보고서를 내고 해서 여러 각도에서 조사된 것을 검토한다면 진실이 보다 정확하게 밝혀지리라 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문제를 좀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합니다.
광주사태가 지금은 절대로 해결이 안됩니다. 상당히 장기적인 시간을 두고 특히 광주시민들에게는 좀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다보면 감정도 좀 약화가 되고 새로운 자료들도 좀 나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광주인보다 이 광주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방관자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든 광주사태에 대한 아픔을 인식하게 하고, 그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성격이었는가 하는 것을 밝혀 줘야 합니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광주사태라는 것이 우리 민주화의 여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는 정도만 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한다 해도 광주시민들이 상당히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광주사태 자체가 많이 풀려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全部 아니면 全無
朴 그것은 조사를 하면 더 밝혀지겠지요. 그런데 나는 지금 가해자가 집권하고 있는데 누가 신고하겠느냐는 것은 이해가 안가요. 만약 내 자식이 죽었다 하면 내가 내일 죽는다 하도 나는 신고합니다. 1백91명이라는 숫자도 저는 엄청난 숫자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것에 대한 책임이 문제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 1백91여명이라는 것만은 확실한 것이 아닙니까? 단 한 명이 죽었다 하더라도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李 그렇죠, 그것이 중요합니다.
사회 법적으로 소추할 진실을 추구한 다는 말씀이죠?
朴 그렇죠, 그것을 진상 조사하는데 정력을 소비 할 필요는 없고, 밝혀 진 진상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라는 말입니다.
金 책임을 지우려면 증거, 과연 계엄군이 무력으로 진압할 만큼 과연 그렇게 심각했던가, 그럴 필요가 있었던가, 과연 그와 같은 결정은 제대로 내려진 것인 가하는 문제들이 먼저 사전에 밝혀져야 합니다.
사회 선거 과정에서 저희가 느끼는 아픔도 그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지금 정권은 이미 교체하기는 틀렸고,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 것을 인정하고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그들에게 일깨워 줘야 할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말씀해 주십시오.
李 지금 광주시민들은 이 정권이 존속하는 한 진상은 밝혀질 수도 없고 동시에 책임이 지워질 수도 없기 때문에 이 정권을 바꾸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이고, 다음에 민주정권이 들어서서 진상을 조사해야 된다, 그리고 정치적 책임은 그때에 가서 지워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회 지금 광주 시민들이 목적을 1백을 세워서 1백을 못 얻어 낸다는 것은 인정해야죠. 그러나 그때 1백이 안된다고 해서 80 아니면 70까지도 포기를 할 기분인지….
李 광주시민들의 현재 태도를 말씀드린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이러한 생각이 관념화되어 있다고도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합리적인 얘기를 해도 이런 것은 역사적으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죽어간 사람들의 제삿날이 모두 같고, 망월동에 모두 묻혀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들의 행동은 집단행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朴 광주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 죽은 자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방법을 동원한들 통하겠습니까. 오로지 세월이 해결해 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수락하라는 제의와 함께 정부당국자의 성의있는 해결방안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사회 광주시민이 지금 당사자로 느끼고 있는 감정과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감정은 또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사자 외의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상태나 관점을 조사를 많이 하고 혹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는 지 하는 작업이 이른 점에서 매우 필요할 것 같습니다.
李 역사적인 충격이 가해지냐, 안 가해지느냐가 문제죠. 가해진다면 언제든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죠.
왜냐하면 앞에서 말씀하신 청도사건이라든지, 혹은 거창사건은 구덩이에 몰아 총을 쏜 다음 묻어버린 것이기 때문에 광주사건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광주사건에서는 광주시민 면전에서 이루어진 비인도적인 인간 행위 아니었습니까.
사회 제가 그동안 한국의 샤머니즘을 연구하면서, 한국인들은 원한의식에 사로잡혔을 때, 지독한 강박관념과 무지막지한 자포자기에 빠지면서 자기파괴의 과정으로 돌입하여 대개는 공격적이 됩니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강박관념도 아니고 공격심성도 아닌 자포자기거든요. 그래서 너 죽고 나죽자는 본인을 위해서도 대단히 위험한 극한 상황까지 가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광주지역의 지식인들은 광주시민들이 원하는 의식이 적어도 자포자기나 자기파괴가 안되게 어떤 건설적인 방향으로 가게 유도할 책임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 점에 대해서 李교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스페인 민주화가 시사하는 것
李 광주사건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사건이 발발되었을 때, 또 그것이 재현됩니다. 그것이 바로 이한열 사건입니다. 한열이가 죽었을 때 광주 망월동 묘지에 매장을 했는데, 그때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인파가 모였습니다. 이것도 광주사태가 다른 계기에 의해 살아난 한 예가 될 수 있겠죠.
사회 세분 중 어떤 분께서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아르헨티나가 민주화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어떻게 해결해 갔는가, 또 스페인이 민주화 과정에서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했는가 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르헨티나는 상당히 합리적으로 잘 해간 것 같고 스페인도 지혜를 모아 잘 해나간 것 같습니다.
말씀을 바꿔서 요약을 한다면 이 정권이 이대로 존속을 한다면 광주시민들은 광주사태의 해결을 포기해 버린다고 해도 괜찮겠습니까?
李 포기를 한다기보다는 정권타도에 우선 중점을 둘 것입니다.
사회 따라서 비합법적인 방법으로라도 꺽어버리고 그런 후 해결을 보겠다고 까지 생각해도 좋습니까?
李 비합법 적이냐 합법적이냐 하는 것은 법률적 차원에서는 얘기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정치적 차원에서 문제가 됩니다.
광주권에서 움직이고 있는 운동권 학생들을 보면 아주 희생적입니다. 데모패가 되면 여학생들이 모금함을 가지고 모금을 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이 모인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광주사건의 일체감입니다. 가난한 가게의 주인이 우유나 빵을 그냥 가져다 줍니다.
朴 6·29 이전에는 대구에서도 그랬어요. 요즘은 그 양상이 또 달라졌다고 나는 봐요. 너무 데모를 하니까 시민들이 이제는 싫어해요. 제가 한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버스에서 발을 밟힌 사람이 너무 야단스럽게 뭐라고 하면 오히려 반발이 생깁니다. 나도 조상들이 6·25당시 학살당한 것에 대해 이승만을 죽이자 해도 죽이지도 못했고 너무 떠들면 오히려 오해만 삽니다. 세월이 꽤 흘렀어요. 그러니 이것은 '한'입니다. 하지만 한을 한으로 풀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앞으로 좀 더 건설적인 방향에서 이야기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이번 선거과정에서 내세운 '선거혁명'이란 말은 참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결과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였죠.
李 지금 朴교수께서 선거혁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지금까지 제가 읽어본 정치사 책을 통해서 결론을 내려 보라고 하면 선거혁명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선거로써 민주화 혁명을 달성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남들은 저보고 고약한 이론을 전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민주화 과정은 3단계의 피할 수 없는 단계를 차례로 밟아서 달성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1단계는 유혈투쟁입니다. 영국·프랑스·미국의 역사에서도, 부정할 수 없이 유혈혁명단계고, 다음단계는 유혈혁명을 거쳐서 원흉의 처단, 국민의 이름으로 원흉을 처단하는 것입니다. 다음 3단계로 반드시 반동이 옵니다. 반동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동의 극복 그래서 저는 이 3단계로 봅니다. 이 과정이 연결되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민주화 혁명은 없다고 봅니다.
朴 그 당시하고,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제가 보기에는 민도가 좀 높아지면서 민주적으로 선거로서도 얼마든지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위관료의 지역편중 시정돼야
사회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인들이 원한을 푸는 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검은 정의라고 하는데 그것은 내가 당하는 만큼 너도 당하라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게 피해를 입힌 당사자만이 아니라 제 3자까지도 피해를 입히죠. 또 하나는 흰빛의 정의가 있습니다. 이것은 나는 이렇게 됐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당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李교수 같이 당사자로서 상처를 갖고 계시니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 황당하게 느껴지실지는 모르지만 광주 그 자체 안에서 이 흰빛의 정의와 같은 움직임이 싹틀 선봉에 지식인들이 적어도 서 주셔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李 지식인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당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먹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金 그래도 우리가 문제에 접근을 하려면 김열규교수께서 잘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결국 이스라엘도 나찌에 대해서 용서를 하되 잊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광주시민들도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피해자는 역사를 보면 쓸쓸히 사라져 가게 돼 있으니까 결국 잊지는 말되 어떤 형태로던 용서를 해줘야 될 것같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道의 주민들도 아픔을 같이 인식해주어야 합니다. 이런 차원들의 노력을 종교인들과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모든 사람이 자기의 아픔으로 인식킬 때, 광주사태 이전의 지역감정으로 통합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치권력이 연고주의를 이용했지만, 뭔가 일상생활의 차원에서는 편견들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아픔을 같이 인식하는 가운데 차라리 어떤 편견을 불식 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적극적인 면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만일 우리가 우려했듯이 광주시민이 너무나 이 문제를 집착해 가면 그 골은 더 깊어만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회 지금까지의 논의의 진전으로 보아 영호남간의 지역감정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 지역감정의 문제를 어떻게 호소하면 될 수 있을지 그 방안에 대해서 말씀을 좀 해 주십시오.
金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이 지역감정은 일종의 의식상태와 관련이 된 것이지 때문에 절대로 쉽게 하루아침에 해소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몇 가지 계획을 통해서 쉽게 될 것이라고 기대도 하지 말고, 우선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차근차근 풀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李교수께서 획기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것 보다는 세월이 흐름과 함께 해소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를 합니다만, 정부가 재정적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호남지역에 소홀했다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리면 이번에는 비록 어떤 소리를 듣더라도 전라도 지역에 좀 집중적인 투자를 해서, 호남지역이 적어도 어떤 물질적 도움은 받고 있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은 과거 받고 있던 어떤 상대적 격차를 해소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우리 사회에서 잔존하는 지역감정을 존속시키고 재강화하는 여러 가지 제도적인 관습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들, 군대에 있어서 내무반을 중심으로 한 차별 등 사회 부분 부분에 있는 지역 감정을 해소하여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은 정치적인 문제로 돌아가서 이번에 3파전으로 나오면서 정권 교체를 못했다는 것도 있지만, 사실 이것이 또 지역감정을 악화시켰습니다. 지금 이와같은 상태로 만약에 총선에 들어갔다면 그 결과가 너무나 두렵습니다.
朴 저도 그렇습니다. 현재 문제는 정치적인 지역성입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문화적인 지역성마저 문제삼는 것은 도저히 찬성할 수 없습니다. 지방의 방언·풍속·인심들까지도 정치적인 지역성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반대하기 때문에 동조할 수 없습니다. 조금 전에 金교수님 말에 저도 동감합니다.
앞으로 정치 풍토라든가 집권을 합리적으로 잘 해나가면 서서히 풀리지 않겠느냐고 생각을 합니다. 요는 자기가 아무리 나쁘게 했더라도 계속 선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풀리지, 지금 당장은 풀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면 자동적으로 되지 않겠습니까?
李 그렇습니다. 朴선생님 말씀 참 잘하셨는데요. 우선 최근 현대사회연구소의 연구 결과에도, 고위 관료가 영남은 43.6%고, 호남은 9.6%이며, 전국 국회위원은 영호남의 비율이 40%대 15.2%로 그 격차가 엄청나게 큽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이 될 수 있다고 보겠죠.
문화교류확대도 한가지 방안
朴 나는 지역감정이라는 그 용어 자체를 굉장히 싫어합니다만 향토애같은 것은 승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신문에서 이런 결과를 발표하고 이런 좌담회를 하는 것이 오히려 지역감정을 상기시켜서 부채질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좌담회를 안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金 우리가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얘기하는데 있어서 이번 선거결과를 분석한 경우 충청도 지방의 특성이 표출되는데, 이것을 무슨 지역감정의 문제로 잘못 해석해서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역감정이라고 하는 것 중에는 애향심이라든지 자기 고향의 출신을 뽑는 게 당연합니다.
어떻게 본다면 광주에서 표의 편향성은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선거에서 나타난 점만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그 이전에 있었던 피해의식이 선거과정에서 몰표현상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한 것이지 이것을 형태로 분석한다든지 이상한 쪽으로 접근시켜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정치학자들이 정치적 분석을 할 때에는 분명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상식차원에서는 별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다음에는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정책적 지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서 본다면 호남선도 단선에서 현재는 복선이 됐지만, 우선 부산에서 광주로 가는 남해고속도로가 2차선 밖에 안되어 있는데 우선 교류를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남대학과 경북대학이라든지, 전북대학과 부산대학 등이 밀접해질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도 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어디에서, 만나서 학술회의를 한다든지, 이렇게 하여 사람들이 자꾸 만날 수 있는 교류의 방법을 좀 확대시켜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李 아주 좋은 말씀인데 지금까지 교류를 안해 온 것은 아닙니다. 88고속도로로 광주와 대구를 이어서 여러 가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문화교류 같은 것도 대구의 예술단이 광주에 가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형식적으로 4년간 하다가 중단되어 버렸죠.
金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관주도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인적교류가 이루어 질 때 영호남의 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李 그런데 이러한 교류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4년간 이루어진 광주-대구의 교류도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유야무야된 것은 이러한 교류가 오히려 지역감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광주의 학생들이나 예술단들이 대구에 가보면 이것은 대조가 안된다는 겁니다. 또 그 쪽에서 잘 사는 것을 보면 이쪽은 상대적 빈곤을 느끼게 되고 오히려 지역감정이 더 유발된다고 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金 그런데 그란 것은 당연히 느껴야 되죠. 지역적 격차가 있는 것은 느끼지만 감정적으로 우선 오해는 없어야 되거든요. "아 그 사람 만나보니까 괜찮더라" "가보니까 말이지 대구가 더 좋아서 기분이 나쁘다"는 감정은 정확히 정부기관에 전달이 되어 시정을 요구하면 되는 문제이지만, 인간관계의 오해만 없다면 사람들의 교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朴 그것도 의식적으로 하면 안되죠. 자동적으로 되어야하는 문제인데 솔직히 李교수님께 한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제가 조금전 말씀드린 소위 수식어와 주어에 대한 말, 경상도 사람도 그렇고 전라도 사람도 이것을 혼돈하여 경상도 정권해서 경상도 전체가 권력을 가진 것처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식될 때 지역감정이 해소되는 것 아니겠어요. 나는 지역감정이란 용어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기는 합니다만….
선거에서 보이는 갈등, 일시적 현상
李 그런 것은 구조적 차원 경제적 차원 등을 보면 朴교수님말씀에 설득력이 있겠지요. 한 예이기는 합니다만,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한 현상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1월 4일자 광주일보에 난 기사입니다. '호남상품 영남에서 일반거래중지'라는 기사입니다.
순천에 농축산물을 취급하는 중소기업이 경남 삼천포시에 있는 한 기업체서 일방적으로 거래중지를 통보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입니다. 양사간에는 1백30만원이 물품대금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것을 매월 10만원씩 13개월에 걸쳐서 갚고 이제부터는 거래중지라는 통보를 해온 것입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이러한 사태를 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합니다.
朴 이것은 선거때 나타나는 일반전인 현상 아닙니까. 제 고향이 청도입니다만, 우리 마을에도 선거 때만 되면 문중단위로 파가 지어지고 서로 아귀다툼을 하고 하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다시 합쳐지게 됩니다. 정치인들이 혈연·지연·학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순진한 사람들을 이용한데서 발생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을 그렇게 특호활자로 빼가지고 보도하는 자체가 자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행위하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런 것도 안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 합리적으로 상식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李 朴교수께서 합리적이라는 말, 상식이라는 말 아주 잘 표현하셨는데요, 어차피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경제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주의 체제 아닙니까.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의 생리는 뻔하잖아요. 투자가 있으면 그 다음에 생산을 하고 생산을 거쳐서 소득을 얻고, 이 소득은 다시 재투자를 하고 그러는 거 아니예요. 그러나 소득이 평균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 지역간에 그 차가 심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죠.
朴 문제의 해결은 바로 그 말씀이예요. 지역감정, 이것은 헛된 것이고, 문제는 소위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감정해소가 문제입니다.
李 정책차원에서는 정권이 교체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경제적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소외시켰던 지역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소득원을 만들어 주어야 감정이 누그러지지 소득원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감정은 절대로 해소되지 않습니다.
사회 어떻습니까. 지금 시간이 다 됐는지 특별히 말씀하실 게 있으시다면 한 말씀씩 더 해 주시죠.
朴 예, 앞으로는 지식인들이나 신문들이 지역감정이라는 말을 아예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李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거니까.
朴 그러니까, 그런 하나의 수작에 넘어가는 우리 국민의 민도가 문제지 이것을 부각시켜서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것은 안되죠. 나는 광주에 있는 친구들과 누구보다도 더 친하게 지내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金 이 점은 다시 한번 강조가 되어야 하는
광주사태·영호남 갈등 해원론
-광주·부산·대구 지식인의 3각진단-
참석자 : 김열규<서강대교수·국문학-사회>, 이광우<전남대교수·정치학>, 박양식<경북대교수·법학>,
김성국<부산대교수·사회학>
일 시 : 1988년 1월 7일 하오 4시
장 소 : 본사(월간경향) 5층 회의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드러난 표의 흐름은 철저한 지역대결의 양상이었고, 그것은 또한 우리 사회에 실재한 지역감정의 표출이었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해소책은 무엇인가? 제5공화국에서 이월된 광주문제의 핵심은 무엇이며, 제6공화국은 우리 시대의 멍에를 과연 벗길 수 있을 것인가?
지역감정은 큰 걱정거리
사회 제가 오늘 여기 앉아 있는 것이 조금은 떨떠름합니다. 이광우교수께서는 정치학이 전공이시고, 박양식교수께서는 법철학 쪽이니까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다룰 좌담에서 적격자이시고, 김성국교수께서도 전공이 사회학이니까 또한 적격자이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부적격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마 저도 지식인의 범주에 들 수 있으니까, 지식인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오늘 데례 온 것 같습니다.
조금전 주체측에서 설명이 있었습니다만, 지역감정의 문제는 참 큰 걱정거리라고 전 국민들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실 제가 광주를 가 본 것이 무려 10여년 전입니다. 제가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데도 호남지속을 방문한 것이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그때 저 자신도 모르게 무슨 경상도의 의식이 있었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그때 처음 강연을 하면서 광주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전국을 안 돌아 본 곳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에는 처음 온 곳이라서 뭔가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면서 제가 말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전라도 출신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집에 가서-저는 경상도가 고향인데-부모님께, 우리 두사람은 결혼을 약속했는데 허락해 달라고 요청을 해도 집에서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옛날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선거과정을 통해서 너무 심해진 것이 사실 아닙니까? 오늘 좌담은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하는 것 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드린 유인물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이른바 동서문제가 유세장에서 폭력 문제로 들어났고, 또 그 동기, 혹은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나타났고, 선거결과 표의 성향이 심하게 동서 양쪽에서 편향성을 보인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 것부터 얘기를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그러기 전에 역시 오늘의 초점은 아무래도 광주쪽이니까 그쪽의 지금 당장의 감정이라 할까요, 지역 현상이라 할까요. 그런 것을 李교수님께서 먼저 말씀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극단적인 듀얼리즘
李 글쎄요. 선거 과정에서는 그런 것 같습니다. 선거 유세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마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징적인 현상이라 그럴까요. 그것은 국민운동본부와 대학생이 아주 밀착이 되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든지 이번에는 공정선거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사실상 국민운동본부와 대학생들이 일치가 되어서 조직화를 했죠. 이것이 공정선거감시단을 구성한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맨투맨 작전으로까지 들어갔어요. 결국은 통·반장 하나에 대학생들을 하나씩 따라 보내서 24시간 그들의 행위를 체크하는 정도로까지 들어갔으니 말이죠, 꼼짝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공정선거감시단을 구성한 그 역사적인 배경, 또는 그 연원이 어디에 있건 간에 그 저변에 깔린 특징은 지배기구가 민중사이에 밀착되지 않고 완전히 유리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예요. 그 전의 감정은 지배층 계급의 감정이였지만, 특히 1980년의 광주, 소위 말하는 광주사태를 겪은 다음에는 완전히 민중화되어 버렸습니다.
지배층, 우리가 말하는 지배층은 어떤 의미에서 사용하느냐 하면, 경상도 정권이라고하는 감정이 농후하게 포함된 전라도 도민들의 감정인데요, 그러니까 지배층이란 곧 경상도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는 정부라는 의식이 전라도 사람의 감정에 젖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무튼 경상도 정권을 감시해야 되겠다고 하는 것은 전 도민의 일치된 감정이죠.
사회 그렇니까 극단적으로 경상도는 곧 권력, 호남은 곧 피지배 라는 극단적인 듀얼리즘이 적어도 호남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존재한다는 말입니까?
李 그건 뭐, 노골적으로…, 예를 들자면 다방에 앉아서 그런 얘기는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이거 백제공화국을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물론 이런 이야기는 극단적인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솔직한 말을 해야 하니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회 그런데 조금전에 말씀하신 공정선거감시단에 대해 조금더 말씀해 주시죠. 감시단을 만들어서 맨투맨 작전으로 감시활동을 전개했다고 하셨는데, 그때 공정선거가 목적이라고 하셨지만, 그때 공정 선거라는 개념 속에는 지역감정을 초월한 공정선거를 개념에 두고 있었습니까?
李 거기에는 지역감정이라고 하는 의식은 전혀 없었어요. 아마튼 공정선거만하면 우리가 이긴다고 하는, 또 민주화가 된다고 하는 그런 신념이였죠.
정치인들이 지역감정 부채질
사회 그렇다면 李교수님께서 공정선거라고 할 때 그 공정이라는 말은 호남 지구가 아니더라도 호남지역과 마찬가지로 경상도 정권에 대한 항거세력이 호남을 동조할 것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까?
李 그러한 공식적인 표현은 없었죠. 밖으로 나타난 표현은 없었지만, 그러한 신념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朴 주최하는 측의 담당기자가 몇 일전부터 참석을 요구하는 접촉을 해왔습니다. 당시 나로서는 지역감정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해소방안에 대한 대안도 별로 없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런 말이라도 좀 해달라고 해서 오늘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주 광주를 왕래하는 경상도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광주에 친한 친구들이 많이 있죠. 광주사태가 난 뒤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신문·방송을 통해서 이른바 광주사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광주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봤어요. 어떻게 무사하냐고 물었어요. 이때 그 친구는 괜찮다고 그래요. 그런데 나는 그냥 별일이 없느냐는 단순한 문안이었는데, 그 친구는 이 안부전화가 두고두고 고마와서 어쩔줄을 모르더군요.
나는 지역감정의 문제를 평소에 이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광주시민들이 수식어와 주어사이에서 문구의 혼돈을 이루고 있지 않는가 하는 측면에서 풀이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경상도 출신인 ○○○, 경상도 대구 출신인 ○○○인데, 이것은 뒤가 주어고 앞은 형용사입니다. 그래서 나도 ○○○씨를 대단히 싫어했고, ○○○도 우리 고등학교 선배 아닙니까. 이래서 저는 작년부터 개헌하자, 민주화하자는 소위 서명교수로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니까 광주 시민도 결국 경상도 사람 미워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어디 지방사람인가요. 사실 따지고 보면 다 서울에 살고 있고 서울을 무대로 활동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저 출생지가 그 지방이라는 것 뿐이죠. 이 서울 친구들이 내려와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거 뭐 선거 때마다 동문들 동원시키고, 고향사람 찾아다니는 것은 선거운동에서는 필히 등장하는 현상 아닙니까?
꼭 선거 때가 되면 서울사람이 다 된 사람들이 내려와서 그렇지 무슨 지역감정이 있어요. 문제는 경상도 출신 혹은 전라도 출신이라는 하나의 수식어가 너무 강조되고 경상도에서 태어난 ○○○가 너무 강조되는 것은 조금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든다면, 소위 '군출신들의 정치인들', 여기서도 주어를 미워했으면 미워했지 왜 앞에 수식어까지 더해서 미워합니까, 이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고는 상당히 좁은 소견이며 감정이 앞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만, 주어와 수식어를 혼돈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내가 보기엔 적어도 대구지역의 교수들과 학생들-학생들은 주로 과격한 운동권 학생들-대부분이 金大中씨를 지지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호남사람들에 대한 접촉이 빈번하지 않아서 그렇지 절대 편견은 없다고 봅니다. 현 정권의 비리라든가 이런 데 대해서는 철저하게 정의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하나의 분위기에서 과격한 학생들은 주로 야당의 지지파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 대통령선거 유세기간 중에 나타난 각 지방의 선거폭력의 문제, 좀 석연찮은 구석도 있기는 할 것 같습니다만, 이 사건들을 보는 국민들의 시야는 안 되겠구나하는 쪽으로 생각들을 바꾸게 되었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러니까 여당 쪽으로 더 많이 표가 몰린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이런 국민들의 우려가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 표의 편향성을 보인 요인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입니다.
그건 그렇고 전라도에 대한 감정은 전라도 사람이 자꾸 경상도 사람을 미워하니까 오히려 그 역감정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죠. 그러나 나 자신은 지역감정을 전혀 가지지 않을 사람이고, 또 내 동료나 학생들을 보아도 전라도이기 때문에 미워한다는 감정은 전혀 없었는 것 같습니다.
지역주의는 고려시대도 있었다
사회 지금가지 하신 말씀을 정리한다면, 李교수께서는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서 일어난 표의 편향성을 경상도 정권인 권력층과 전라도사람으로 대표되는 비권력층의 대립으로 보시고, 권력층은 곧 경상도로, 비 권력층은 곧 호남으로 보셨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朴교수는 군부 정치 대 국민정치의 갈등으로 보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朴교수님께서는 지역감정이 없다고 말씀하셨고, 李교수께서는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거기에 혼선이 좀 있으니까 그 혼선을 고려에 넣으시고 김성국교수께서 한 말씀해 주십시요.
金 예, 지금 문제가 복잡하게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얘기하기 전에 제가 예전에는 인류학 공부를 했지만, 최근에는 전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사회학자로 기억을 해주십시요. 우선 그 시작을 하기 전에 제가 아주 재미있는 경험담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우리 한국 사회학계에서 한 연구결과 중에 지역갈등의 문제가 한 부분으로 들어 있었습니다. 이때의 연구는 문제의 핵심을 좀 더 과감하게 파헤치기 위해 대학에 계시는 여러 교수들이 참여를 하였습니다.
그런 연구가 완성되어 가는 단계에서 참여했던 연구자들이 모여서 지역갈등의 문제에 대해서 토론을 했습니다. 그때 저도 연구교수의 일원으로 참석을 했는데, 한가지 아주 흥미있는 현상은 전라도출신의 사회학자가 분석한 내용과 경상도 출신의 사회학자가 연구한 내용이 완전히 다른 결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그러냐 하면 전라도 출신의 학자들의 분석 결과는 지역감정이라는 것은 엄연한 현실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지금 전라도의 주민들이 굉장한 피해를 본다는 견해인데 비해서 대부분의 경상도 출신의 학자들은 "우리는 별로 그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되고 있었습니다. 그 뒤 우리는 여러 차례 지역감정의 문제를 가지고 논의를 했는데, 지역감정이 실제로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이 선거가 있기 이전부터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히 잠재적이고 어떤 경우에도 드러나지 않지만, 약간의 충격만 가해지면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전혀 없는 것처럼, 또는 일시적인 바람이 불어가면 사라질 것처럼 생각하기가 상당히 곤란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과거에도 계속해 왔지만,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선거를 통해서 확실히 드러났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뭔가 하는 문제부터 살펴야 하겠습니다. 지난 5월에 열린 국제발전과 지역주의라는 국제회의에서 제가 지역주의에 관해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지역주의에 관한 연구발표를 통하여 조선시대에도 지역주의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고, 고려왕조도 어느 정도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가장 심했던 것이 박정희 정권이 등장하고서부터가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구조적으로 분석해 보니까 정치권력이 지역주의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李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 중에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인정을 하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러한 지역의식이 어떤 특수한 광주사람과 대구에 사는 사람의 그것이라기보다도 대개 서울에 살고 있는 중앙 무대의 정치인들, 즉 광주 출신, 전라도 출신 혹은 경상도 출신인 자기 고장, 바꾸어 말하면 출생지에 가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더 나쁜 것은 정치적 정통성을 결여한 정치권력에서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정권이 정상적이고 합법성을 가진 정권이였다면, 그와 같은 불필요한 지역감정을 그렇게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들은 법률적 정통성이 결여되어 있으니까 결국 호소하는 것은 어떤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감정에 호소하여 지역의식을 활용 혹은 조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부산의 예를 들어 설명해 올리겠습니다. 예를 들면, 부산의 사정은 아주 특수합니다. 영호남의 단일후보가 출마한 지난 71년에는 대구와 광주쪽에 포커스를 주고 양 지역간의 갈등문제에 한정이 되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김영삼 후보가 가세함으로써 더욱 복잡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왜 그런가 하면 지난 71년 선거결과를 잘 분석해보면 부산은 같은 경상도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씨의 지지표가 꽤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이 고장 출신의 특정후보가 나옴으로해서 그 성향이 바뀌고 이것이 선거폭력 등으로 야기돼 지역감정이 되어 결국은 잠재되어 있던 도민의식이 표면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감정이라는 것이 확실히 잠재되어 있고, 그 실체는 상당히 구조화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중요한 문제로 영원한 숙제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주의를 좋은 방향으로 쓸 수도 있고 나쁜 방향으로도 쓸 수 있는데, 이것을 중앙에서 활동하는 정치권력자들이 연고주의를 앞세워 악용하였고. 이 결과 더욱더 악화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향토애와 지역감정은 구분돼야
사회 李교수께서 한말씀 해주셔야 하겠는데, 조금전 朴교수님과 李교수님께서 여러가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저도 경상도 쪽이 고향이니까 이쪽은 아마 가진 자들의 여유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있을 터이고 전라도 쪽은 못가진 이들의 응어리 흑은 강박관념, 그런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가지 지역감정이 없다고 해서는 역시 해결이 안될 테니까, 金교수 말씀처럼 있다고 하는 것이 해결을 위해서 한 발 다가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는 호남은 현실적으로 경상도를 향한 적개심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오늘날의 광주시민들이 선거결과 결코 그들이 바라는 결과가 아니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황속에서 그들의 상처가 어떻게 아물기를 바라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요.
李 그러니까 있기는 있는 것입니다. 그건 확실히 있는 거예요.
朴 그것은 나도 긍정해요. 왜냐하면 같은 경상도 대구지만 고등학교 때 모교와 타교가 운동경기에서 시합같은 것을 하면 무조건 모교를 응원하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모교애라던가 향토애 같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까지 문제를 삼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것을 지역감정이라고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정서라고 생각됩니다.
金 그런데 제가 하나만 더 붙이겠습니다. 실제로 지방의 학생들은 한 지방을 중심으로 같은 지역 출신의 사람들만 상대하게 됩니다. 비로소 자기가 살던 지방을 떠나서 다른 지방에 갔을 때, 특히 우리의 경우는 서울같은 데 갔을 때 표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군대에 가면 굉장한 악순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든지 사회의 연고주의라든지, 군대에서의 폐습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계속 재생산시키는 그런 기재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좀 생각해야 합니다.
李 그러니까 그것은 말이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무튼 있는 것은 있는 것입니다. 부정할 수 없이 있는 것이예요.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러면 어째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느냐 하는 원인을 규명해야 돼요.
혹자는 이것이 고려 태조의 훈요10조에서 유래됐고 이후 더 확대되고 강화됐느니 하는 말들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논의의 촛점은 정치권력과의 연관속에서 봐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조선조에서 구한말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표면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인재등용 같은 경우도 영·호남 사이에 두드러진 편중성이 나타난 적도 없습니다. 이것이 언제부터냐하면 제가 보기에는 71년도 선거에서 이효상씨가 영남쪽에 가서 유세를 시작할 때부터 노골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잠재된 지역간의 연고주의에 불을 붙인 것이라고 보아요. 물론 지역감정은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죠. 미국에도 영국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감정을 정치권력의 연장을 위하여 이용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지금 호남인들이 참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이전에야 있었습니까. 그러니까 호남의 감정, 특히 호남인이 활쏘기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한다는 것은 순수한 지역주의로 오히려 바람직하고 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사회에서 육성시켜야겠죠. 그것은 참 아름다운 거예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정치에 악용한 것이 바로 1971년의 선거 때부터 였습니다.
사회 선거가 호남지역에 바람직하게 끝난 것으로 전제를 하고, 광주시민들이 지금 그들의 응어리가 어떻게 해야 풀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 촛점을 맞춰 주십시요.
李 그 촛점은 조금 더 얘기한 후에 모아져야 될 것 같습니다. 실제적으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한다면, 지금 우리 대학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자료를 몇 가지 가지고 왔습니다. 이것을 보고 호남과 영남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볼 필요가 분명 있습니다.
지역간의 불균형 심각해
사회 어디서 작성한 것입니까?
李 이 자료는 全南大 지역사회연구소에서 주병진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지금 연구를 하고 있는건데요, 여기서 몇 가지의 자료를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사회 복리비를 비교하면, 광주와 대구는 76년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76년 이후 84년까지 광주와 대구는 1 : 2의 차이가 납니다. 다시 말하면 광주 시민 한사람에게 지급되는 복리비는 거의 변화가 없는데, 대구의 경우는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작년을 기준으로 해서 전국에서 발표한 국민 일인당 소득은 2천5백달러 입니다. 그러면 2천5백달러라고 하는 국민 일인당 소득액을 광주시민에게 물어보면 광주시민은 수긍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떠한 자료를 가져다놓아도 못미치는 것인데, 그럴때 그들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겠습니까?
국가에서 하라는 일 다 했고, 시민으로서 할 일 다 했는데 돌아오는 것이 뭡니까? 그러면 거기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찌됐던 "나는 내 소득을 도둑맞았다"고 하는 것은 숨길 수 없는 감정입니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 또 다른 자료를 한번 보십시오. 생활의 척도를 나타내는 재산세를 보면 더욱 뚜렷이 나타납니다. 이거 보세요. 75년까지 아주 비슷합니다. 광주 시민과 대구 시민이 1인당 납부하는 재산세가 75년까지는 비슷했습니다. 85년에 보세요. 약 3배 이상의 차가 나지 않습니까. 이건 데이타가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이것은 재산축척 기준이 되는 것이죠.
광주 사람은 가난하고 대구 사람은 광주 사람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부자가 됐다는 것입니다. 움직일 수 없는 자료지요.
사회 대구와 광주만 한 것입니까. 다른 지역도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까.
李 광주와 대구만 이렇게 했습니다.
사회 광주와 부산 같으면 더 벌어질 수가 있지요.
李 그렇겠지요. 이것은 지금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자료에 의한 것입니다. 그것이 신빙도가 높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朴 나는 이런 것을 전국적인 자료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와 광주에 국한하여 하는 자체가 지식인들이 지역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李 아니, 이것은 사실대로 밝혀주고 지역감정을 해결하려면….
朴 전반적으로 이야기해야지 지금 부산 사람들이 훨씬 잘 살고….
金 그런데 우리가 생각할 때는 대구는 길도 넓고, 알부자도 많다더라, 그렇기 때문에 자료라는 것은 전국적으로 해야만 객관성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편중된 표의 의미
李 그러니까 막연하게 우리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니까 또 하나 봅시다.
자동차 세를 보세요. 요즘 생활지표로 자동차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얼마나 근대화된 생활을 하고 있느냐는 것을 구분해 주는 기준이 됩니다. 이 자료에 의하면 대구와 광주는 그 차가 엄청나게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金 대구는 엄청난 보수경향을 가진 이른바 조선전통사회의 양반출신이 많고, 부산의 지역적 특성을 이입인구들이 많기 때문에 전통적인 부의 축적 기반이라고 할까 이런 것들이 대구가 더 높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연구한 자료에서도 분명히 전라도 지역과 광주 지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李 정부에서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서 세금을 물리지 않습니까? 그것은 속일 수가 없죠.
또 하나의 지표를 봅시다. 지방세입니다. 이것은 지역개발에 관계되는 얘긴데요. 지방세 수입이 많으면 지역개발이 되고, 적으면 지역개발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러한 지표도 79년, 80년부터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77년까지는 거의 비슷해요. 광주가 대구에 비해서 벌어지는 각도를 보세요.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요. 85년까지 아마 작년에는 더 했을 거예요. 아무튼 지방세가 일인당 얼마만큼 납부되느냐 이겁니다. 그러니까 이와같은 격차를 나타낸다는 것은 곧 그 지역이 개발사업을 거의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구는 개발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반면 광주는 그것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부정할 수 없는 몇가지 지표로 보면 그 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朴 이것을 서울과 비교해 보면 더 엄청난…. 전에 언젠가 보니까 전국화폐발행고에서 서울이 60∼70%고 다음이 부산, 대구가 3%, 이렇게 볼 때 대구도 별로 발전의 여지가 없는 곳입니다.
주위에 공장이 있지만, 대구시민들 대부분이 교사, 공무원 등 월급자들이 안전하게 살 뿐입니다. 화폐유통이 굉장히 적어요.
金 저는 지금 李교수님의 자료에 공감을 하면서도 우리가 실제 영남과 호남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써 인식해야 할 점은 광주와 부산, 광주와 대구 식의 비교는 도토리 키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실제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완전히 거대화된 서울과 비교를 해보면, 광주와 대구, 광주와 부산 식의 비교는 매우 우습게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점은 이점대로 분명히 인정을 하지만, 결국 근원적으로는 지역감정의 문제가 중앙집권적인 세력공간에 있어서의 헤게모니 쟁탈과 같은 것에서 파생됩니다. 물론 우리는 현실도 인정을 해야 되지만 그것이 고정적으로 깔려있는 그런 점도 한번 인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李 그렇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영·호남간의 갈등이므로 영·호남간의 비교가 우선 되어야지요. 그렇다면 이번의 대통령선거 결과로 90% 이상의 광주시민, 즉 호남에서는 金大中씨를 지지해 주었고, 다시 말해서 전라도 출신의 후보를 지지해 주었습니다. 반대로 영남에서는 그 곳 출신 두 명 후보들의 표를 합치면 역시 영남에서도 90%이상이 영남 출신의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개인적으로 아니라 영·호남의 갈등을 주제로 할 경우 그렇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결코 광주에서만 94%가 나왔다고 해서 여기만 지역감정이 더 악화되었고, 더 감정적으로 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무엇이 이러한 현상을 낳게 했는가? 결국 추궁을 해보면 이것은 정치권력인 것입니다.
권력과 관계되어 있어요. 정치 권력이라는 것이 결국 호남 사람들에게 비치는 이미지는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장악한 사람, 즉 대통령이 풍부한 국민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러한 문제는 손쉽게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말하자면 영남 대통령이라는 의식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회 다음 광주사태가 이 문제에 필연적으로 연관이 될텐데. 제 생각으로는 이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거과정을 통해서 광주사태가 어지간히 여과가 되는 것과 동시에 선거운동이 되기를 바랬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광주시민들에게는 광주사태가 자칫하면 미궁의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盧당선자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따름입니다.
광주사태라고 하는 것을 저는 감히 광주신드륨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광주증후군이라고 하는 것이 피해자나 가해자에게 고루 퍼져서 지금 국민 전체가 광주공포에 걸려 이것은 비단 가해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피해자나 나머지 국민들을 위해서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희생들은 결코 광주사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있기까지에는 이와 유사한 사태가 한국 근대사를 통해 너무도 많이 있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념의 갈등 혹은 정치제도의 갈등으로 인해 무고한 양민의 희생자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예컨데 제주도 사건, 지리산 사건 등등…. 그 모든 현대사 징후들의 최정상에 광주사태가 위치하고 있으므로 이런 점에서 이 광주사태라는 것은 우리 현대사의 원죄이자 원천적인 상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이 상처는 버려두면 만성화될 위험이 있고, 이 사회 전체를 뭉그러뜨릴 수도 있으니, 이제 화제를 선거과정의 분석도 나왔습니다만 그것과 연결시켜서 자연스럽게 광주사태로 옮기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누차 李교수께 부탁드린 것처럼 오늘날 광주시민들이 그들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선거가 끝난 결과를 두고 이 광주사태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어떻게 대책을 세우고 싶어하고 있는지 혹은 지금 현지 주민들의 감정은 어떠한지에 대해 말문을 열어 주셨으면 합니다.
李 광주사태와 관련되는 얘기인데, 제가 80년도에 아무 죄도 없이 밤중에 체포를 당했습니다. 체포되어 1백6일 동안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중에 풀렸고, 4년 동안 해직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광주사람들은 광주사태를 터무니없는 조작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에 관한 논문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브르스커밍스의 논문입니다. 이 사람도 권력장악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고, 이분 것뿐만 아니라 다른 근거를 대라면 얼마든지 댈 수 있습니다만, 이것을 저는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분명 광주사태는 제5공화국 정치권력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임에는 이의를 달 사람이 없겠죠. 한국의 정치권력이라고 하는 것은 역사적인 과정에서 보면 분산되지 않는 하나의 융합된 권력을 말합니다.
수평적으로나 수직적으로 이것이 분산되지 않은 전체적 권력, 그래서 저는 이것을 전체적 권력이라고 합니다. 그 전체적 권력은 누군가 한사람이거나, 하나의 소수집단이 독점할 수 밖에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독점하느냐가 문제입니다. 그것은 그 집단에서 가장 큰 물리적 힘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독점을 하게 마련입니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강력한 조직을 가진 집단이 바로 군부 아니겠습니까.
사회 그 말씀을 일부 군부라고 고치면 안되겠습니까?
李 일부 군부도 좋습니다. 그렇게 표현할 수 있어요. 이 집단이 전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소위 광주사태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광주사태를 진압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안보라는 것입니다. 광주 학생들의 데모진압에서 잡았다는 것입니다. 그럼 당시 반정부 데모를 한 곳이 광주뿐이었습니까? 서울·부산·대구 등 안하는 도시가 없었는데, 하필이면 왜 광주에 공수특전단을 투입했고, 왜 광주라는 지역을 선택했느냐는 것입니다. 아직도 미지수인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따라서 광주사태의 진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겨집니다.
朴 광주가 그 중 더 심하지 않았습니까?
李 심한 것이라면 서울이 더 심했죠. 왜 광주를 선택했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金大中씨와 연계시켰습니다. 그래서 몇 사람의 광주의 유지, 이를테면 홍남순변호사, 김성용씨, 또 대학교수 중에 송기숙교수, 명노근교수 같은 사람을 투옥시켰습니다.
진실은 밝혀져야
金 잠깐 한번 중간 정리를 하면, 문제는 역사적 근거가 전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올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 주장을 설득력있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광주사태에 구체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광주사태가 가지는 역사작인 상징성이라는 것은 이러한 민주화의 과정이 광주사태의 물리적인 힘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에서 어떻게 광주사태를 보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히 민주화를 역행하는 반동적인 움직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더 넓은 차원에서 일단 그렇게 규정을 해야 되겠습니다.
얼마전에 신문을 보니까 민정당측에서 모의원이 자기들은 광주사태를 양시론적인 입장에서, 즉 광주는 광주대로의 이유가 있고, 진압하는 측은 진압하는 측에서의 이유가 있다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해결방법을 사용하여 양쪽에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 해결방안을 찾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대세가 민주화 물결이 무르익었고 봄을 맞이했는데, 광주사태에 와서 완전히 꺽였기 때문에 그런 양시론적인 해결방법으로는 좀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그렇게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李교수께서 제기하신 "왜, 광주냐?"는 문제도 해결이 되어야겠죠. 이것은 정말 모든 지혜를 짜내서 밝혀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李 그런데 그 때의 루머가 광주 시민들이 지켜 본 바에 의하며 진압에 동원되었던 군인들이 경상도 말을 쓰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것은 우리 교수들에게는 이성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고 판단이 될지 모르지만, 일반 시민들의 의식수준에서는 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사실은 누구도 입증할 수도 없고 당시에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증언을 할 수밖에 없죠.
사회 지금 李교수님 말씀을 듣고 난 후 제 느낌은 이렇습니다. 광주사태의 엄청난 상처나 응어리, 혹은 한이 광주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데, 여기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일 아닙니까. 말하자면 첫째 진실이 밝혀져야 하겠고, 둘째 죄지은 자는 징계할 것, 셋째 당한 자는 가능한 크게 용서해 줄 것 등 논리는 뻔한 것인데, 그것이 잘 안되니까 이 지경입니다.
전술적으로는 이것이 합법적으로 처리가 되어야 하겠지만, 그러나 좀 더 거시적으로 전략적인 차원에서는 역시 민족의 단합, 동시대인들의 공감의 의식과 같은 전략적인 보다 높은 차원에서 법적인 절차가 제기되어야만 덜 상처가 나고, 해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李 그런데 보세요. 지금 진실이 밝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혼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진실이 빨리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 상처가 아물기는 커녕 더 악화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죄를 지었으면 죄를 지었다고 인정하면 문제는 상당히 쉽게 풀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지나간 과거는 잃어버리고 국가를 위해서 협력하자, 더 노력하자고 한다면 몰라도 자꾸 숨기려고 하니까 얼마나 옹졸한 지도자들이냐 하는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司 그러나 다행이 아까 주최자측에서 말씀이 있은 것처럼 지금 새 당선자가 자기의 명예와 권위를 걸고 앞장서서 자기 스스로도 일부의 가해자임을 자처하고, 광주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약을 우리가 어느 정도 존중하고, 발전적인 차원에서 좀 말씀해 주십시오.
李 지금 광주 사람의 감정을 예로 들자면 한이 없습니다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는 같은 사람, 같은 맥락으로 봅니다. 광주 사람에게는 달리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요컨데 광주 시민들이 일차적으로 정권에 요구한 것은 진상을 밝히라는 것입니다. 진상을 밝히고 난 후에 얘기하자는 것입니다. 진상을 밝히지도 않고 어떻게 대화를 합니까? 조금전 金교수께서 인용하신 양시론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하자면 정부에게 무엇인가 옳은 근거가 있다면 솔직하게 내놓아 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광주사태 기간동안, 말하자면 시민군이 계엄군을 광주시내에서 몰아냈던 일주일간의 무정부기간에도, 광주학생들이 간첩이라고 오인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전부 잡아다 계엄사에 넘겨줬습니다.
양시론적인 해결방식은 곤란
사회 어떻습니까, 朴교수님. 사회적인 치유같은 안목에서 덜 뜨거운 분으로서 생각하시는….
朴 나는 숫자에 좀 의혹이 있는데 아직도 광주시민들은 2천여 명이라고 하는데, 발표된 것은 2백 명 미만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李 정부에서는 지금 발표하기를 1백91명으로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누구도 그 통계를 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광주 시민으로서는 당시에 자기가 지켜보고 있던 상태 밖에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전부를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광주사람들이 보기에도 1백91명이라는 숫자는 터무니없는 숫자입니다. 내 경험에 비하면….
朴 그러면 지금 유가족의 수는 몇명으로 확인되고 있습니까?
李 그 2천여 명을 밝혀낸다고 하는 것이 지금 정부측에서는 신고의 문을 개방해 놓았으니 더 있으면 신고하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정권이 그대로 존속하는데 공포심에서 신고할 수가 있습니까?
朴 그런데 나는 신고를 안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광주 시민이 상당히 용감하다고 생각되는데….
李 그런데 최근에도 자기 아들을 잃고 행방불명이 되었는지 광주사태때 죽었는지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얘기를 못하다가, 최근 가톨릭에서 광주사태의 사진전을 했는데 그 사진속에서 자기 아들의 시체를 발견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 지금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과제이므로 그런 것에 대해 좀 말씀해 주십시오.
金 지금 이 문제는 국가에서 풀려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진상부터 밝혀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현재 시점에서 보았을 때 일어난 시간이 얼마 되지 않고, 그 당사자들이 살아있는 이런 시대에서 과연 그 진상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참 미진한 점들이 많이 남고,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포스트에 있으니 문제가 있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진상조사팀을 다각도로 갖추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즉 광주 시민들이 하나의 조사팀을 구성해저 진상을 조사해 보고서를 하나 내고, 다음 언론에서 조사를 해서 하나 내놓고, 그리고 대학교수단에서, 종교단에서도, 또 정치권에서도 필요하다면 하나 넣고해서 각각의 개별 보고서를 한번 내고 나서 다시 한번 모여서 종합적인 보고서를 내고 해서 여러 각도에서 조사된 것을 검토한다면 진실이 보다 정확하게 밝혀지리라 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문제를 좀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합니다.
광주사태가 지금은 절대로 해결이 안됩니다. 상당히 장기적인 시간을 두고 특히 광주시민들에게는 좀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다보면 감정도 좀 약화가 되고 새로운 자료들도 좀 나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광주인보다 이 광주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방관자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든 광주사태에 대한 아픔을 인식하게 하고, 그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성격이었는가 하는 것을 밝혀 줘야 합니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광주사태라는 것이 우리 민주화의 여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는 정도만 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한다 해도 광주시민들이 상당히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광주사태 자체가 많이 풀려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全部 아니면 全無
朴 그것은 조사를 하면 더 밝혀지겠지요. 그런데 나는 지금 가해자가 집권하고 있는데 누가 신고하겠느냐는 것은 이해가 안가요. 만약 내 자식이 죽었다 하면 내가 내일 죽는다 하도 나는 신고합니다. 1백91명이라는 숫자도 저는 엄청난 숫자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것에 대한 책임이 문제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 1백91여명이라는 것만은 확실한 것이 아닙니까? 단 한 명이 죽었다 하더라도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李 그렇죠, 그것이 중요합니다.
사회 법적으로 소추할 진실을 추구한 다는 말씀이죠?
朴 그렇죠, 그것을 진상 조사하는데 정력을 소비 할 필요는 없고, 밝혀 진 진상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라는 말입니다.
金 책임을 지우려면 증거, 과연 계엄군이 무력으로 진압할 만큼 과연 그렇게 심각했던가, 그럴 필요가 있었던가, 과연 그와 같은 결정은 제대로 내려진 것인 가하는 문제들이 먼저 사전에 밝혀져야 합니다.
사회 선거 과정에서 저희가 느끼는 아픔도 그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지금 정권은 이미 교체하기는 틀렸고,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 것을 인정하고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그들에게 일깨워 줘야 할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말씀해 주십시오.
李 지금 광주시민들은 이 정권이 존속하는 한 진상은 밝혀질 수도 없고 동시에 책임이 지워질 수도 없기 때문에 이 정권을 바꾸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이고, 다음에 민주정권이 들어서서 진상을 조사해야 된다, 그리고 정치적 책임은 그때에 가서 지워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회 지금 광주 시민들이 목적을 1백을 세워서 1백을 못 얻어 낸다는 것은 인정해야죠. 그러나 그때 1백이 안된다고 해서 80 아니면 70까지도 포기를 할 기분인지….
李 광주시민들의 현재 태도를 말씀드린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이러한 생각이 관념화되어 있다고도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합리적인 얘기를 해도 이런 것은 역사적으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죽어간 사람들의 제삿날이 모두 같고, 망월동에 모두 묻혀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들의 행동은 집단행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朴 광주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 죽은 자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방법을 동원한들 통하겠습니까. 오로지 세월이 해결해 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수락하라는 제의와 함께 정부당국자의 성의있는 해결방안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사회 광주시민이 지금 당사자로 느끼고 있는 감정과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감정은 또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사자 외의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상태나 관점을 조사를 많이 하고 혹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는 지 하는 작업이 이른 점에서 매우 필요할 것 같습니다.
李 역사적인 충격이 가해지냐, 안 가해지느냐가 문제죠. 가해진다면 언제든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죠.
왜냐하면 앞에서 말씀하신 청도사건이라든지, 혹은 거창사건은 구덩이에 몰아 총을 쏜 다음 묻어버린 것이기 때문에 광주사건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광주사건에서는 광주시민 면전에서 이루어진 비인도적인 인간 행위 아니었습니까.
사회 제가 그동안 한국의 샤머니즘을 연구하면서, 한국인들은 원한의식에 사로잡혔을 때, 지독한 강박관념과 무지막지한 자포자기에 빠지면서 자기파괴의 과정으로 돌입하여 대개는 공격적이 됩니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강박관념도 아니고 공격심성도 아닌 자포자기거든요. 그래서 너 죽고 나죽자는 본인을 위해서도 대단히 위험한 극한 상황까지 가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광주지역의 지식인들은 광주시민들이 원하는 의식이 적어도 자포자기나 자기파괴가 안되게 어떤 건설적인 방향으로 가게 유도할 책임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 점에 대해서 李교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스페인 민주화가 시사하는 것
李 광주사건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사건이 발발되었을 때, 또 그것이 재현됩니다. 그것이 바로 이한열 사건입니다. 한열이가 죽었을 때 광주 망월동 묘지에 매장을 했는데, 그때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인파가 모였습니다. 이것도 광주사태가 다른 계기에 의해 살아난 한 예가 될 수 있겠죠.
사회 세분 중 어떤 분께서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아르헨티나가 민주화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어떻게 해결해 갔는가, 또 스페인이 민주화 과정에서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했는가 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르헨티나는 상당히 합리적으로 잘 해간 것 같고 스페인도 지혜를 모아 잘 해나간 것 같습니다.
말씀을 바꿔서 요약을 한다면 이 정권이 이대로 존속을 한다면 광주시민들은 광주사태의 해결을 포기해 버린다고 해도 괜찮겠습니까?
李 포기를 한다기보다는 정권타도에 우선 중점을 둘 것입니다.
사회 따라서 비합법적인 방법으로라도 꺽어버리고 그런 후 해결을 보겠다고 까지 생각해도 좋습니까?
李 비합법 적이냐 합법적이냐 하는 것은 법률적 차원에서는 얘기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정치적 차원에서 문제가 됩니다.
광주권에서 움직이고 있는 운동권 학생들을 보면 아주 희생적입니다. 데모패가 되면 여학생들이 모금함을 가지고 모금을 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이 모인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광주사건의 일체감입니다. 가난한 가게의 주인이 우유나 빵을 그냥 가져다 줍니다.
朴 6·29 이전에는 대구에서도 그랬어요. 요즘은 그 양상이 또 달라졌다고 나는 봐요. 너무 데모를 하니까 시민들이 이제는 싫어해요. 제가 한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버스에서 발을 밟힌 사람이 너무 야단스럽게 뭐라고 하면 오히려 반발이 생깁니다. 나도 조상들이 6·25당시 학살당한 것에 대해 이승만을 죽이자 해도 죽이지도 못했고 너무 떠들면 오히려 오해만 삽니다. 세월이 꽤 흘렀어요. 그러니 이것은 '한'입니다. 하지만 한을 한으로 풀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앞으로 좀 더 건설적인 방향에서 이야기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이번 선거과정에서 내세운 '선거혁명'이란 말은 참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결과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였죠.
李 지금 朴교수께서 선거혁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지금까지 제가 읽어본 정치사 책을 통해서 결론을 내려 보라고 하면 선거혁명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선거로써 민주화 혁명을 달성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남들은 저보고 고약한 이론을 전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민주화 과정은 3단계의 피할 수 없는 단계를 차례로 밟아서 달성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1단계는 유혈투쟁입니다. 영국·프랑스·미국의 역사에서도, 부정할 수 없이 유혈혁명단계고, 다음단계는 유혈혁명을 거쳐서 원흉의 처단, 국민의 이름으로 원흉을 처단하는 것입니다. 다음 3단계로 반드시 반동이 옵니다. 반동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동의 극복 그래서 저는 이 3단계로 봅니다. 이 과정이 연결되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민주화 혁명은 없다고 봅니다.
朴 그 당시하고,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제가 보기에는 민도가 좀 높아지면서 민주적으로 선거로서도 얼마든지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위관료의 지역편중 시정돼야
사회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인들이 원한을 푸는 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검은 정의라고 하는데 그것은 내가 당하는 만큼 너도 당하라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게 피해를 입힌 당사자만이 아니라 제 3자까지도 피해를 입히죠. 또 하나는 흰빛의 정의가 있습니다. 이것은 나는 이렇게 됐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당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李교수 같이 당사자로서 상처를 갖고 계시니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 황당하게 느껴지실지는 모르지만 광주 그 자체 안에서 이 흰빛의 정의와 같은 움직임이 싹틀 선봉에 지식인들이 적어도 서 주셔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李 지식인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당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먹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金 그래도 우리가 문제에 접근을 하려면 김열규교수께서 잘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결국 이스라엘도 나찌에 대해서 용서를 하되 잊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광주시민들도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피해자는 역사를 보면 쓸쓸히 사라져 가게 돼 있으니까 결국 잊지는 말되 어떤 형태로던 용서를 해줘야 될 것같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道의 주민들도 아픔을 같이 인식해주어야 합니다. 이런 차원들의 노력을 종교인들과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모든 사람이 자기의 아픔으로 인식킬 때, 광주사태 이전의 지역감정으로 통합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치권력이 연고주의를 이용했지만, 뭔가 일상생활의 차원에서는 편견들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아픔을 같이 인식하는 가운데 차라리 어떤 편견을 불식 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적극적인 면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만일 우리가 우려했듯이 광주시민이 너무나 이 문제를 집착해 가면 그 골은 더 깊어만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회 지금까지의 논의의 진전으로 보아 영호남간의 지역감정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 지역감정의 문제를 어떻게 호소하면 될 수 있을지 그 방안에 대해서 말씀을 좀 해 주십시오.
金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이 지역감정은 일종의 의식상태와 관련이 된 것이지 때문에 절대로 쉽게 하루아침에 해소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몇 가지 계획을 통해서 쉽게 될 것이라고 기대도 하지 말고, 우선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차근차근 풀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李교수께서 획기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것 보다는 세월이 흐름과 함께 해소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를 합니다만, 정부가 재정적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호남지역에 소홀했다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리면 이번에는 비록 어떤 소리를 듣더라도 전라도 지역에 좀 집중적인 투자를 해서, 호남지역이 적어도 어떤 물질적 도움은 받고 있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은 과거 받고 있던 어떤 상대적 격차를 해소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우리 사회에서 잔존하는 지역감정을 존속시키고 재강화하는 여러 가지 제도적인 관습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들, 군대에 있어서 내무반을 중심으로 한 차별 등 사회 부분 부분에 있는 지역 감정을 해소하여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은 정치적인 문제로 돌아가서 이번에 3파전으로 나오면서 정권 교체를 못했다는 것도 있지만, 사실 이것이 또 지역감정을 악화시켰습니다. 지금 이와같은 상태로 만약에 총선에 들어갔다면 그 결과가 너무나 두렵습니다.
朴 저도 그렇습니다. 현재 문제는 정치적인 지역성입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문화적인 지역성마저 문제삼는 것은 도저히 찬성할 수 없습니다. 지방의 방언·풍속·인심들까지도 정치적인 지역성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반대하기 때문에 동조할 수 없습니다. 조금 전에 金교수님 말에 저도 동감합니다.
앞으로 정치 풍토라든가 집권을 합리적으로 잘 해나가면 서서히 풀리지 않겠느냐고 생각을 합니다. 요는 자기가 아무리 나쁘게 했더라도 계속 선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풀리지, 지금 당장은 풀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면 자동적으로 되지 않겠습니까?
李 그렇습니다. 朴선생님 말씀 참 잘하셨는데요. 우선 최근 현대사회연구소의 연구 결과에도, 고위 관료가 영남은 43.6%고, 호남은 9.6%이며, 전국 국회위원은 영호남의 비율이 40%대 15.2%로 그 격차가 엄청나게 큽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이 될 수 있다고 보겠죠.
문화교류확대도 한가지 방안
朴 나는 지역감정이라는 그 용어 자체를 굉장히 싫어합니다만 향토애같은 것은 승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신문에서 이런 결과를 발표하고 이런 좌담회를 하는 것이 오히려 지역감정을 상기시켜서 부채질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좌담회를 안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金 우리가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얘기하는데 있어서 이번 선거결과를 분석한 경우 충청도 지방의 특성이 표출되는데, 이것을 무슨 지역감정의 문제로 잘못 해석해서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역감정이라고 하는 것 중에는 애향심이라든지 자기 고향의 출신을 뽑는 게 당연합니다.
어떻게 본다면 광주에서 표의 편향성은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선거에서 나타난 점만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그 이전에 있었던 피해의식이 선거과정에서 몰표현상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한 것이지 이것을 형태로 분석한다든지 이상한 쪽으로 접근시켜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정치학자들이 정치적 분석을 할 때에는 분명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상식차원에서는 별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다음에는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정책적 지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서 본다면 호남선도 단선에서 현재는 복선이 됐지만, 우선 부산에서 광주로 가는 남해고속도로가 2차선 밖에 안되어 있는데 우선 교류를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남대학과 경북대학이라든지, 전북대학과 부산대학 등이 밀접해질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도 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어디에서, 만나서 학술회의를 한다든지, 이렇게 하여 사람들이 자꾸 만날 수 있는 교류의 방법을 좀 확대시켜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李 아주 좋은 말씀인데 지금까지 교류를 안해 온 것은 아닙니다. 88고속도로로 광주와 대구를 이어서 여러 가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문화교류 같은 것도 대구의 예술단이 광주에 가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형식적으로 4년간 하다가 중단되어 버렸죠.
金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관주도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인적교류가 이루어 질 때 영호남의 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李 그런데 이러한 교류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4년간 이루어진 광주-대구의 교류도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유야무야된 것은 이러한 교류가 오히려 지역감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광주의 학생들이나 예술단들이 대구에 가보면 이것은 대조가 안된다는 겁니다. 또 그 쪽에서 잘 사는 것을 보면 이쪽은 상대적 빈곤을 느끼게 되고 오히려 지역감정이 더 유발된다고 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金 그런데 그란 것은 당연히 느껴야 되죠. 지역적 격차가 있는 것은 느끼지만 감정적으로 우선 오해는 없어야 되거든요. "아 그 사람 만나보니까 괜찮더라" "가보니까 말이지 대구가 더 좋아서 기분이 나쁘다"는 감정은 정확히 정부기관에 전달이 되어 시정을 요구하면 되는 문제이지만, 인간관계의 오해만 없다면 사람들의 교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朴 그것도 의식적으로 하면 안되죠. 자동적으로 되어야하는 문제인데 솔직히 李교수님께 한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제가 조금전 말씀드린 소위 수식어와 주어에 대한 말, 경상도 사람도 그렇고 전라도 사람도 이것을 혼돈하여 경상도 정권해서 경상도 전체가 권력을 가진 것처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식될 때 지역감정이 해소되는 것 아니겠어요. 나는 지역감정이란 용어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기는 합니다만….
선거에서 보이는 갈등, 일시적 현상
李 그런 것은 구조적 차원 경제적 차원 등을 보면 朴교수님말씀에 설득력이 있겠지요. 한 예이기는 합니다만,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한 현상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1월 4일자 광주일보에 난 기사입니다. '호남상품 영남에서 일반거래중지'라는 기사입니다.
순천에 농축산물을 취급하는 중소기업이 경남 삼천포시에 있는 한 기업체서 일방적으로 거래중지를 통보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입니다. 양사간에는 1백30만원이 물품대금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것을 매월 10만원씩 13개월에 걸쳐서 갚고 이제부터는 거래중지라는 통보를 해온 것입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이러한 사태를 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합니다.
朴 이것은 선거때 나타나는 일반전인 현상 아닙니까. 제 고향이 청도입니다만, 우리 마을에도 선거 때만 되면 문중단위로 파가 지어지고 서로 아귀다툼을 하고 하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다시 합쳐지게 됩니다. 정치인들이 혈연·지연·학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순진한 사람들을 이용한데서 발생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을 그렇게 특호활자로 빼가지고 보도하는 자체가 자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행위하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런 것도 안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 합리적으로 상식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李 朴교수께서 합리적이라는 말, 상식이라는 말 아주 잘 표현하셨는데요, 어차피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경제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주의 체제 아닙니까.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의 생리는 뻔하잖아요. 투자가 있으면 그 다음에 생산을 하고 생산을 거쳐서 소득을 얻고, 이 소득은 다시 재투자를 하고 그러는 거 아니예요. 그러나 소득이 평균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 지역간에 그 차가 심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죠.
朴 문제의 해결은 바로 그 말씀이예요. 지역감정, 이것은 헛된 것이고, 문제는 소위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감정해소가 문제입니다.
李 정책차원에서는 정권이 교체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경제적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소외시켰던 지역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소득원을 만들어 주어야 감정이 누그러지지 소득원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감정은 절대로 해소되지 않습니다.
사회 어떻습니까. 지금 시간이 다 됐는지 특별히 말씀하실 게 있으시다면 한 말씀씩 더 해 주시죠.
朴 예, 앞으로는 지식인들이나 신문들이 지역감정이라는 말을 아예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李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거니까.
朴 그러니까, 그런 하나의 수작에 넘어가는 우리 국민의 민도가 문제지 이것을 부각시켜서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것은 안되죠. 나는 광주에 있는 친구들과 누구보다도 더 친하게 지내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金 이 점은 다시 한번 강조가 되어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