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 「광주」를 어떻게 풀 것인가 / 5·18당사자들이 말하는 80년의 광주와 그 수습방안. 조철현 외(
본문
[광주]를 어떻게 풀 것인가
5.18당사자들이 말하는 80년의 [광주]와 그 수습방안
홍남순 (변호사)
조철현(비오 신부)
명노근(교수)
김종배 씨
[사태]란 용어는 부적절한 개념
명노근 5공화국이 출범한 후 지금까지 집권자들은 광주 문제라고 할 것 같으면 금기 사항으로 여겨왔읍니다. 광주문제는 되도록이면 입밖에도 내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은폐하려는게 관례였다고 할 수 있읍니다. 그런데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6.29선언 이후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보여 우리가 먼저 거론한 것도 아닌데 민정당이 광주 문제를 짚고 넘어 가야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읍니다. 이렇게 거론했다는 자체는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읍니다. 과거와는 1백80도의 변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태도 표변은 우리 쪽에서 보면 상당히 당황할 정도의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읍니다.
김종배 우리는 5.18 당시에 적어도 겉으로는 언론으로부터 조금의 관심도 받지 못한 외로운 상태에서 군사재판을 받았읍니다. 군제복을 입고 재판을 받던 때로부터 벌써 7년이 지났읍니다. 이렇게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이런 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역사의 발전이고 민주화의 진전입니다.
홍남순 그러나 지금 성급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나뿐 아니라 여러분 모두가 동감하는 점일 것입니다. 민주화는 하루 아침에 오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철현 [광주의거] [광주민중항쟁]혹은 [광주사태]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80년의 광주 민중봉기는 민족사적 맥락에서 볼 때 이 나라 민주 발전에 하나의 시련이고 역사적 소용돌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얘기를 진행하기 전에 우선 용어의 개념 정리부터 하고 넘어가지요.
김 소위 [광주사태]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읍니다만, 우리 쪽에선 그동안 여러 번의 토론 과정을 거쳐 [광주사태]란 용어는 부적절하고 오히려 사실을 호도하려는 개념을 담은 용어로 규정했읍니다. 우리는 [5.18 광주 민중 항쟁] 간단히 줄여서 [5월 항쟁]혹은 [민중 항쟁]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정리했읍니다. 특히 광주 쪽에서는 [광주 사태]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명 예를 들어 4.19도 만약 이승만정권에 진압되고 계속 이승만이 정권을 유지했다면 [4.19사태]라고 규정되고 표현됐을 겁니다. 그러나 이승만이 정권을 내놨기 때문에 [사태]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4.19에 대해선 아직까지 [의거]냐 [혁명]이냐 하는 논란이 계속 되고 있읍니다만, [광주 사태]를 지금 단계에서 혁명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겠지요. 왜냐하면 정권이 무너지거나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으니까요. 광주문제를 [의거]로 보느냐, 아니면 김종배씨가 얘기한대로 [민중항쟁]으로 보느냐 하는데는 각각 나름대로의 정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명칭 문제는 앞으로 좀더 구체적 논의를 거쳐야 할 사항이지만, 제 생각엔 현재로서는 [의거]든 [민중항쟁]이든 큰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홍 5.18이 일어난 계기를 한번 따져보는 것도 개념 정리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0.26으로 유신 정권이 자체 붕괴되고 민주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 다가왔을 때 온 국민은 열화와 같은 심정으로 민주화를 갈망했읍니다. 그러나 계엄령의 확대 선포로 국민의 민주화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됐읍니다. 그러자 광주시민들이 계엄확대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예비 구속자에 대한 석방을 요구하며 계엄 철폐를 외쳤읍니다. 학생을 비롯한 광주시민들은 평화적 시위를 벌이고 있었읍니다. 이러한 평화적 시위에 공수부대가 투입돼 마치 적군을 진압하듯 무력으로 저지하고 나섰읍니다. 처음엔 곤봉으로 그 다음엔 총검으로 그 다음엔 M16 소총으로 시민들을 학살했읍니다. 그렇게 되니까 온 광주시민들이 참을 수 없어 동시에 일어난 것 입니다.
명 말하자면 무력 진압에 대한 자기 보호 때문에 일어난 자발적 항쟁으로 보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계획됐거나 조직적인 것이 결코 아니었읍니다. 그런 점에서 [의거]혹은 [민중항쟁]으로 볼 수 있읍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처음부터 계획되고 조직화된 것으로 꾸며 관계자들을 군사재판에 회부, 자기네 정권수립에 좋은 구실을 삼았던 것입니다.
자발적 [민중항쟁]으로 기록돼야
조 10.26후 국민들의 노도와 같은 민주화 열망이 확산되고 있을때 군이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읍니다. 군이 물리적 폭력으로 민의를 차단, 역사의 흐름을 굴절시킨 것입니다.
명 [노태우 6.29구상]이 발표된 걸 볼때 금석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 이후 광주 문제를 이 정권이 자발적으로 거론하고 나왔읍니다. 광주 문제를 풀려면 무엇보다 중요한게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진상을 사실대로 밝히고 그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정도라고 봅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민정당 내지 현 집권층이 제대로 진상을 밝힐 수 있겠느냐, 그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 모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읍니다.
조 이 정권은 광주시민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그 위에 등장한 비민주적 군사 정권입니다. 즉 몇몇 정치 군인들이 민주화를 위해 싸운 많은 국민의 희생을 딛고서 출발시킨 정권입니다. 가해자인 그 장본인들이 어떻게 진상을 밝힐 수 있으며, 위령탑을 건립한다든지 광주 민주시민들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겠읍니까. 아무리 도덕성을 결여한 정권이라 할지라도, 기자들이 저지른 과오를 그동안 왜곡.오도시켜 왔고 심지어 유언비어니 뭐니 하면서 진실을 묵살.은폐해 오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읍니다.
명 정말로 밝힐 생각이 있다면 가령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거나 특별진상조사단을 구성해야 하리라 봅니다. 그것도 여당과 야당뿐 아니라, 재야.광주 관련자들이 참여한 거국적인 구성이 되어야 합니다. 하긴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미심쩍은 마음을 완전히 거둘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서는 자신할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왜냐하면 직접 당사자들이 끼게 되면 제대로 진상 조사가 될 리가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조 장본인들이 얼마만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실을 사실대로 조사.발표할 수 있겠는가 누구든 의심치 않을수 없읍니다. 현 집권자들은 광주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의미부여.보상책 강구 등을 거론하기 전에 사죄.참회하는 입장에 서야 합니다. 현장 목격자와 증인들, 광주 시민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나서겠다는 말입니까. 차라리 손바닥으로 해를 가려보겠다는 생각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위령탑 건립, 방해나 안했으면
홍 지금 국가보상법에 의한 손해배상을 한다는 등 얘기가 나돌고 있지만, 정부여당이 민주화하겠다는 것은 정권을 물려주겠다는 게 아니고 정권을 연장해 보자는 수단으로 민주화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들도 민주화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에 쌍방의 의도가 일치한 것이죠. 그러나 진정한 민주화가 이룩한 후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그 정부가 모든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공연히 조급하게 굴다가 안되겠다, 이겁니다. 여.야, 그리고 국민이 합작해서 민주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고 광주 문제는 그 다음에 풀어야지 지금은 안됩니다.
김 민정당이 광주 문제를 거론하고 나온 후에 광주는 오히려 더 의연하고 당당하게 문제에 대처하고 있읍니다. 우리는 그동안 구체적 논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해 왔읍니다. 이 정권 밑에서는 정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못합니다. 정확한 진상이 규명된 다음이라야 피해자 보상을, 포함한 처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저희들의 입장이자 원칙입니다. 위령탑 추진 문제만 해도 이 정권이 거론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미 5.18위령탑 건립추진 위원회가 구성돼 위령탑 건립을 추진하고 있읍니다. 위령탑 건립은 당연히 홍변호사님이 위원장으로 계신 5.18위령탑 건립 추진위원회가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홍 위령탑 건립 문제만 하더라도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위령탑을 건립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현 정권의 방해 때문입니다. 우선 기금이 제대로 조달이 돼야 하는데 기금을 조성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처음엔 모금 운동을 해보려고 했읍니다. 그렇지만 그러잖아도 학생들 선동한다고 말이 많은 판에 학생들한테서 모금할 수도 없고, 광주 시내 중심가에 모금함을 설치하려니 그냥 두지도 않을 것 같고 희생만 너무 클 것 같아 포기했읍니다. 심지어 일일 찻집을 해보자는 말까지 나왔어요. 그러나 그 돈이 얼마나 걷히겠어요. 그래서 작가들에게서 동양화 서양화 글씨 도자기 등을 기증받아 기금 조성을 위한 전시회를 해보려고 시도해 봤읍니다. 그것도 작가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빠져 버립디다. 그러나 작품을 기증받는다 하더라도 그걸 사줄만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 않아요. 돈 있는 사람들에겐 세무사찰 등 압력 넣을 방법이 많다 말입니다.
무엇인가 하긴 해야겠다 싶어 고심끝에 [광주 항쟁]을 담은 메달을 만들어 팔기로 했지요. 기금도 모을수 있을 뿐더러 [5.18]에 대한 인식도 심어 주고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의식화도 시킬 수 있겠더라 말입니다. 그래 메달을 만들어 천주교.기독교 등 종교 단체와 민추협.야당을 통해 배포를 했더니, 아, 난리가 났읍니다. 관계기관에서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자기네들 대책회의에서 나를 포함해서 4명을 잡아 넣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겁니다. 결국 위령탑 건립추진위원회 감사인 윤강옥씨만 1년 정도 피해 다니다 해결을 봤지요. 당국이 어찌나 방해를 하는지 메달을 받아놓고 팔지 못하는 데도 많았어요. 미국에 구성된 위령탑 건립추진위원회 13개 지부와 서독 지부에서는 호응이 좋아서 상당한 돈이 들어왔어요. 일본엔 아직 지부가 설립안 돼 있는데, 일본에선 자칫 잘못하다간 조총련계 돈이 들어올 우려가 있어요.
지금 와서 민정당에서 위령탑을 건립해준다는 말이 나왔는데, 이 정부 돈은 받아선 안돼요. 절대 바라지도 않고, 준다고 해도 의의가 없어요. 메달 파는 거 방해나 하지 말고 국민으로부터 모금 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나 해줬으면 좋겠어요. 정부가 간여하지 말고 중립만 지켜주는 게 우리를 돕는 길입니다.
보상보다는 진상규명부터
명 현 정권이 광주 문제를 푼다고 하는 건 말뿐이지, 사실 가당찮은 일입니다. 여기 있는 김종배씨만 하더라도 사형선고를 받았었고, 홍변호사님, 조신부님 모두 실형 선고를 받았었읍니다. 저도 10년 징역형을 받았다가 풀려나 복직됐읍니다. 내란 종사자로 실형을 때릴 때는 언제고 이렇다 저렇다 아무런 설명 없이 국립대 교수로 다시 복직시킨 건 또 뭡니까?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런 그들이 지금 와서 광주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아도 이만 저만 안 맞는 게 아니에요. 복직은 돼 있지만 나같은 사람이 불만이 얼마나 많이 쌓였겠어요. 하물며 광주 항쟁때 죽은 희생자 가족이나 부상자들, 또 알게 모르게 당한 사람들의 피해를 그들이 어떻게 보상합니까?
조 허위의 기초 위에 서 있는 것은 부서지게 마련입니다. 민주화는 사필귀정이죠. 아직까지 어둠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아침이 다가오고 있읍니다. 노태우씨가 6.10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받은지 19일마네 6.29특별선언을 했읍니다. 그렇게 의기양양하고 자신만만하다가 어떻게 19일만에 표변할 수 있느냐. 그들에게 민주화의지가 있어서 국민의 열망을 들어주기 위해 그랬다고 봐야 하느냐.
저는 그것보다는 국민들의 성숙된 민주화의지, 현 집권층이 감당못할 만큼 확산된 민주 세력, 지지 기반의 상실 등으로 배척간두에 선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집권층 자체 내 민주 세력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었다고 봐야죠. 미국을 비록한 민주 우방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도 자유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었읍니다. 이렇게 물밀듯 밀려오는 세가지 영향을 감당할 길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민주화로 방향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하면, 그들이 지난 7년간 저지른 과오를 진정으로 사죄.속죄하는 길만이 국민의 관용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민주화를 앞당기고 광주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민족적 화해 나눌 수도 있어
김 노태우씨의 민주화 구상이 정권연장을 위한 기만술책이 아니라 진정 민주화를 위한 것이라면, 제반 민주화 조치가 빠른 시일내에 단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이런 방법도 있을 겁니다. 이 정부가 일단 정권을 내놓고 각계 대표들로 과도정부를 구성한다든지, 아니면 과도내각이라도 구성해서 민주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겁니다. 그런 쪽으로 나가면 모든 사람이 광주문제를 풀겠다는 현 정권의 의지나 민주화구상을 의심하지 않게 될 것으로 봅니다.
조 [광주사태]의 진상에 관해서는 광주 자체 내에서도 지금까지 많은 사실들이 정리되어 있읍니다. 증인들이 살아 있고 증거도 많습니다. 어떻든 진상과 원인 분석, 의미 부여 등은 신망을 받을 수 있는 각계각층의 양심적 인사들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이 국민과 역사 앞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발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 가장 중요한 것은 광주시민의 명예회복입니다. 현 정권은 우리를 폭도로 몰아 내란죄로 재판을 했읍니다. 이제는 역사적인 재평가를 내릴 때입니다.
명 3.1운동이나 4.19와 마찬가지로 광주의거도 자주.민주.자유등이 집약된 역사적 사실로 반드시 그 정당성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사에 기록되고 그같은 맥락에서 보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조 [광주사태]의 재조명과 의미부여, 역사적 해석은 현정권의 정통성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읍니다. [광주사태]와 현 정권을 평행선상에서 받아들이면 [의거]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고, 평행선상이 아닌, 현정권이 완전히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물러나는 입장이라면 하나의 항쟁.혁명이라고 평가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 국민이 아니고 직접 관계가 없는 외국인들이라면 역사.정치적 시련과 소용돌이 속에 일어난 [사태]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명 그러나 우리 주체적인 정치.사회사적 맥락에서 볼 때 [광주사태]는 분명히 국민의 권리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구책으로 일어난 정당방위, 항쟁으로 볼 수밖에 없읍니다.
조 사실 현정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모순 속에 빠져 있읍니다. 현정권은 국민들에 의해 위탁받은 정권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 헌정을 중단시키고 5공화국 법을 만들어 권력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읍니다. 국민의 합의된 지지에 의해 법적.정치적 정통성을 얻은 민주적 정권이 아니기 때문에 정통성이 결여돼 있고, 그렇기 때문에 [광주사태]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광주사태]를 올바르게 평가하게되면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됩니다. [광주사테]를 [항쟁] [의거]라고 평가하면 자신들의 정통성을 상실하는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되는데, 어떻게 제대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겠읍니까?
김 이 정권은 정권을 내놓고 국민앞에 사죄해야 합니다. 우리 광주사람들은 이 나라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앞당긴다는 좀 더 놓은 차원에서, 또 80년의 상황을 역사발전과 민주발전의 전진적 계기로 삼기 위해 현정권과 민족적 화해를 나눌 수도 있읍니다. 그들이 비록 많은 사람을 죽인 가해자들이지만 진정으로 이 나라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위해서 자기의 입장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광주시민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명 민주화를 위해서는 단서가 필요없읍니다. 우선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 해제, 사면복권만 하더라도 선별조치가 있을 수 있읍니까. 선별조치를 보고 과연 그들에게 민주화의지가 있는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읍니다.
조 부산 미문화원 사건만 하더라도, [광주사태]에 대한 미국의 묵인 내지 용인에 대한 항의를 하기 위해 일어난 사건입니다.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일어난건데 주동자인 김현장씨나 문부식씨는 왜 이번 구속자 석방에서 제외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5공화국 정통성과 연관된 문제
김 [광주사태]로 수배됐다가 현재 미국에 망명해 있는 사람도 있읍니다. 윤한봉씨인데, 이 사람도 자유스럽게 귀국이 허용돼야 하리라 봅니다. [광주항쟁]관련자 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구속된 사람은 아무런 전제나 단서없이 석방돼야 합니다.
조 현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읍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사람들이, 우리가 물러나란다고 물러나지는 않습니다. 자신들이 역사발전과 민주화에 크나 큰 과오를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역사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법이 정당하게 보장하는 선에서 물러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들도 그런 것을 용납해야 합니다. 권력은 국민에 의해 주어지고 또 거둘 수 있어야만 합니다. 마음대로 물러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만약 현 정권이 또 다시 힘을 과시하려 들거나 재집권을 꾀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김 지금 대부분 국민들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헌이 이뤄지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것인가에 많은 의심을 품고 있읍니다.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고, [광주항쟁]에 대한 죄과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과도정부 내지 과도내각이 구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명 그들이 자신들의 죄과를 뉘우치고 진정한 민주화 실천에 동참한다면 나라가 혼란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구국적 차원에서 용서하고 보복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적 죄과는 밝혀지고 기록돼야 합니다.
조 그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박정희가 집권한 이래 현재 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읍니까. 독재정권 아래에서 악순환의 연속이었읍니다. 그러나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힘에 의한 보복이나 법적 정당성을 앞세운 보복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증오.분노에 의한 보복을 다시 한다고 했을 때 이 나라 역사는 누더기같은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읍니다. 파괴될대로 파괴된 도덕심, 이지러질대로 이지러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애국.애족하는 마음으로 사랑과 진리 안에 화합과 일치를 이뤄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현 정권은 자진 퇴진하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김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해 광주가 희생할 용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광주 사람들이 그렇게 편협하거나 외골수는 아닙니다.
조 다시 한번 강조할 문제는 진상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역사적.정치적으로도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고, 교육적인 면에서도 진실에 입각한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시는 역사와 국민을 배신하고 물리적 힘으로 정권을 장악하려는 기도가 없어질 것입니다.
명 역사에 뿌려놓은 한을 제거할 필요가 있읍니다. 다시는 국민을 희생시켜가며 힘에 의해 정권을 장악하는 비극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광주 항쟁]에 대한 정당성은 규명돼야 합니다. 정당한 민주적 절차에 의해 국민적 지지를 받고 국민에게서 위탁받은 사람만이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후세 교육을 위해서도 확실히 해둬야 할 대목입니다.
김 노태우선언 8개항은 정확하게 실천돼야 하고, 그 이전에 [광주항쟁]에 군대가 개입한 부분에 대해선 먼저 사죄해야 합니다. 다시는 정치에 군대가 개입하는 비극이 없게끔, 정권을 내놓고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명 사실, 5공화국을 가장 괴롭힌 게 [광주]였읍니다.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이 모두 [광주항쟁]과 연결돼서 이뤄져왔읍니다. [광주항쟁]이 계속해서 이 정권을 위태위태하게 만들어 온 것 아니겠읍니까. 그들이 [광주]라는 악몽에서 벗어나려고 얼마나 발버둥쳤읍니까. 노태우선언이나 그후 민정당이 [광주]를 다시 거론하고 나온 것도 이러한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봐야죠. 결자해지라는 원칙에는 이의가 없읍니다만, 그들이 과연 무슨 낯으로 광주 문제를 풀 수 있겠다고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읍니다. 결국 국민 앞에 사죄하는 길밖에 없지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마 이러한 생각은 광주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고, 국민들도 거의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헌법 전문에 [광주] 정신 기록돼야
조 이 정권이 진정 국민의 심판을 받을 생각이 있다면, 권력을 내놓고 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다시말해 완전 무에서 시작, 국민들이 그들을 지지하는지 안하는지 확인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권력을 잡은 상태에서는 절대 국민의 지지를 확인할 수 없읍니다. 정권을 연장하려고만 하지 말고 야당의 입장에서 새로 정치를 출발하라는 겁니다.
명 잘못을 청산하려면 사죄와 속죄행위가 선결요건이고, 그래야만 국민의 관용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이치입니다.
김 아직까지 [광주항쟁]에 대한 피해자 조사도 제대로 안되어 있읍니다. 정확한 진상도 물론 공식화된 게 없읍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상 그러는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국민적 합의에 의한 민주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새로 개정될 헌법 전문에는 반드시 [광주 항쟁]의 정신이 기록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습니다.
명 역사는 반드시 바로 잡혀집니다. 머지않아 민주정부가 수립되리라는 건 분명합니다. 광주문제도 거기서부터 풀어 나가는 게 바른 길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정리=권영기 기자>*
5.18당사자들이 말하는 80년의 [광주]와 그 수습방안
홍남순 (변호사)
조철현(비오 신부)
명노근(교수)
김종배 씨
[사태]란 용어는 부적절한 개념
명노근 5공화국이 출범한 후 지금까지 집권자들은 광주 문제라고 할 것 같으면 금기 사항으로 여겨왔읍니다. 광주문제는 되도록이면 입밖에도 내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은폐하려는게 관례였다고 할 수 있읍니다. 그런데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6.29선언 이후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보여 우리가 먼저 거론한 것도 아닌데 민정당이 광주 문제를 짚고 넘어 가야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읍니다. 이렇게 거론했다는 자체는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읍니다. 과거와는 1백80도의 변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태도 표변은 우리 쪽에서 보면 상당히 당황할 정도의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읍니다.
김종배 우리는 5.18 당시에 적어도 겉으로는 언론으로부터 조금의 관심도 받지 못한 외로운 상태에서 군사재판을 받았읍니다. 군제복을 입고 재판을 받던 때로부터 벌써 7년이 지났읍니다. 이렇게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이런 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역사의 발전이고 민주화의 진전입니다.
홍남순 그러나 지금 성급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나뿐 아니라 여러분 모두가 동감하는 점일 것입니다. 민주화는 하루 아침에 오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철현 [광주의거] [광주민중항쟁]혹은 [광주사태]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80년의 광주 민중봉기는 민족사적 맥락에서 볼 때 이 나라 민주 발전에 하나의 시련이고 역사적 소용돌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얘기를 진행하기 전에 우선 용어의 개념 정리부터 하고 넘어가지요.
김 소위 [광주사태]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읍니다만, 우리 쪽에선 그동안 여러 번의 토론 과정을 거쳐 [광주사태]란 용어는 부적절하고 오히려 사실을 호도하려는 개념을 담은 용어로 규정했읍니다. 우리는 [5.18 광주 민중 항쟁] 간단히 줄여서 [5월 항쟁]혹은 [민중 항쟁]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정리했읍니다. 특히 광주 쪽에서는 [광주 사태]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명 예를 들어 4.19도 만약 이승만정권에 진압되고 계속 이승만이 정권을 유지했다면 [4.19사태]라고 규정되고 표현됐을 겁니다. 그러나 이승만이 정권을 내놨기 때문에 [사태]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4.19에 대해선 아직까지 [의거]냐 [혁명]이냐 하는 논란이 계속 되고 있읍니다만, [광주 사태]를 지금 단계에서 혁명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겠지요. 왜냐하면 정권이 무너지거나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으니까요. 광주문제를 [의거]로 보느냐, 아니면 김종배씨가 얘기한대로 [민중항쟁]으로 보느냐 하는데는 각각 나름대로의 정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명칭 문제는 앞으로 좀더 구체적 논의를 거쳐야 할 사항이지만, 제 생각엔 현재로서는 [의거]든 [민중항쟁]이든 큰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홍 5.18이 일어난 계기를 한번 따져보는 것도 개념 정리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0.26으로 유신 정권이 자체 붕괴되고 민주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 다가왔을 때 온 국민은 열화와 같은 심정으로 민주화를 갈망했읍니다. 그러나 계엄령의 확대 선포로 국민의 민주화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됐읍니다. 그러자 광주시민들이 계엄확대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예비 구속자에 대한 석방을 요구하며 계엄 철폐를 외쳤읍니다. 학생을 비롯한 광주시민들은 평화적 시위를 벌이고 있었읍니다. 이러한 평화적 시위에 공수부대가 투입돼 마치 적군을 진압하듯 무력으로 저지하고 나섰읍니다. 처음엔 곤봉으로 그 다음엔 총검으로 그 다음엔 M16 소총으로 시민들을 학살했읍니다. 그렇게 되니까 온 광주시민들이 참을 수 없어 동시에 일어난 것 입니다.
명 말하자면 무력 진압에 대한 자기 보호 때문에 일어난 자발적 항쟁으로 보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계획됐거나 조직적인 것이 결코 아니었읍니다. 그런 점에서 [의거]혹은 [민중항쟁]으로 볼 수 있읍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처음부터 계획되고 조직화된 것으로 꾸며 관계자들을 군사재판에 회부, 자기네 정권수립에 좋은 구실을 삼았던 것입니다.
자발적 [민중항쟁]으로 기록돼야
조 10.26후 국민들의 노도와 같은 민주화 열망이 확산되고 있을때 군이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읍니다. 군이 물리적 폭력으로 민의를 차단, 역사의 흐름을 굴절시킨 것입니다.
명 [노태우 6.29구상]이 발표된 걸 볼때 금석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 이후 광주 문제를 이 정권이 자발적으로 거론하고 나왔읍니다. 광주 문제를 풀려면 무엇보다 중요한게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진상을 사실대로 밝히고 그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정도라고 봅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민정당 내지 현 집권층이 제대로 진상을 밝힐 수 있겠느냐, 그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 모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읍니다.
조 이 정권은 광주시민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그 위에 등장한 비민주적 군사 정권입니다. 즉 몇몇 정치 군인들이 민주화를 위해 싸운 많은 국민의 희생을 딛고서 출발시킨 정권입니다. 가해자인 그 장본인들이 어떻게 진상을 밝힐 수 있으며, 위령탑을 건립한다든지 광주 민주시민들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겠읍니까. 아무리 도덕성을 결여한 정권이라 할지라도, 기자들이 저지른 과오를 그동안 왜곡.오도시켜 왔고 심지어 유언비어니 뭐니 하면서 진실을 묵살.은폐해 오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읍니다.
명 정말로 밝힐 생각이 있다면 가령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거나 특별진상조사단을 구성해야 하리라 봅니다. 그것도 여당과 야당뿐 아니라, 재야.광주 관련자들이 참여한 거국적인 구성이 되어야 합니다. 하긴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미심쩍은 마음을 완전히 거둘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서는 자신할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왜냐하면 직접 당사자들이 끼게 되면 제대로 진상 조사가 될 리가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조 장본인들이 얼마만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실을 사실대로 조사.발표할 수 있겠는가 누구든 의심치 않을수 없읍니다. 현 집권자들은 광주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의미부여.보상책 강구 등을 거론하기 전에 사죄.참회하는 입장에 서야 합니다. 현장 목격자와 증인들, 광주 시민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나서겠다는 말입니까. 차라리 손바닥으로 해를 가려보겠다는 생각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위령탑 건립, 방해나 안했으면
홍 지금 국가보상법에 의한 손해배상을 한다는 등 얘기가 나돌고 있지만, 정부여당이 민주화하겠다는 것은 정권을 물려주겠다는 게 아니고 정권을 연장해 보자는 수단으로 민주화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들도 민주화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에 쌍방의 의도가 일치한 것이죠. 그러나 진정한 민주화가 이룩한 후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그 정부가 모든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공연히 조급하게 굴다가 안되겠다, 이겁니다. 여.야, 그리고 국민이 합작해서 민주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고 광주 문제는 그 다음에 풀어야지 지금은 안됩니다.
김 민정당이 광주 문제를 거론하고 나온 후에 광주는 오히려 더 의연하고 당당하게 문제에 대처하고 있읍니다. 우리는 그동안 구체적 논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해 왔읍니다. 이 정권 밑에서는 정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못합니다. 정확한 진상이 규명된 다음이라야 피해자 보상을, 포함한 처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저희들의 입장이자 원칙입니다. 위령탑 추진 문제만 해도 이 정권이 거론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미 5.18위령탑 건립추진 위원회가 구성돼 위령탑 건립을 추진하고 있읍니다. 위령탑 건립은 당연히 홍변호사님이 위원장으로 계신 5.18위령탑 건립 추진위원회가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홍 위령탑 건립 문제만 하더라도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위령탑을 건립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현 정권의 방해 때문입니다. 우선 기금이 제대로 조달이 돼야 하는데 기금을 조성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처음엔 모금 운동을 해보려고 했읍니다. 그렇지만 그러잖아도 학생들 선동한다고 말이 많은 판에 학생들한테서 모금할 수도 없고, 광주 시내 중심가에 모금함을 설치하려니 그냥 두지도 않을 것 같고 희생만 너무 클 것 같아 포기했읍니다. 심지어 일일 찻집을 해보자는 말까지 나왔어요. 그러나 그 돈이 얼마나 걷히겠어요. 그래서 작가들에게서 동양화 서양화 글씨 도자기 등을 기증받아 기금 조성을 위한 전시회를 해보려고 시도해 봤읍니다. 그것도 작가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빠져 버립디다. 그러나 작품을 기증받는다 하더라도 그걸 사줄만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 않아요. 돈 있는 사람들에겐 세무사찰 등 압력 넣을 방법이 많다 말입니다.
무엇인가 하긴 해야겠다 싶어 고심끝에 [광주 항쟁]을 담은 메달을 만들어 팔기로 했지요. 기금도 모을수 있을 뿐더러 [5.18]에 대한 인식도 심어 주고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의식화도 시킬 수 있겠더라 말입니다. 그래 메달을 만들어 천주교.기독교 등 종교 단체와 민추협.야당을 통해 배포를 했더니, 아, 난리가 났읍니다. 관계기관에서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자기네들 대책회의에서 나를 포함해서 4명을 잡아 넣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겁니다. 결국 위령탑 건립추진위원회 감사인 윤강옥씨만 1년 정도 피해 다니다 해결을 봤지요. 당국이 어찌나 방해를 하는지 메달을 받아놓고 팔지 못하는 데도 많았어요. 미국에 구성된 위령탑 건립추진위원회 13개 지부와 서독 지부에서는 호응이 좋아서 상당한 돈이 들어왔어요. 일본엔 아직 지부가 설립안 돼 있는데, 일본에선 자칫 잘못하다간 조총련계 돈이 들어올 우려가 있어요.
지금 와서 민정당에서 위령탑을 건립해준다는 말이 나왔는데, 이 정부 돈은 받아선 안돼요. 절대 바라지도 않고, 준다고 해도 의의가 없어요. 메달 파는 거 방해나 하지 말고 국민으로부터 모금 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나 해줬으면 좋겠어요. 정부가 간여하지 말고 중립만 지켜주는 게 우리를 돕는 길입니다.
보상보다는 진상규명부터
명 현 정권이 광주 문제를 푼다고 하는 건 말뿐이지, 사실 가당찮은 일입니다. 여기 있는 김종배씨만 하더라도 사형선고를 받았었고, 홍변호사님, 조신부님 모두 실형 선고를 받았었읍니다. 저도 10년 징역형을 받았다가 풀려나 복직됐읍니다. 내란 종사자로 실형을 때릴 때는 언제고 이렇다 저렇다 아무런 설명 없이 국립대 교수로 다시 복직시킨 건 또 뭡니까?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런 그들이 지금 와서 광주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아도 이만 저만 안 맞는 게 아니에요. 복직은 돼 있지만 나같은 사람이 불만이 얼마나 많이 쌓였겠어요. 하물며 광주 항쟁때 죽은 희생자 가족이나 부상자들, 또 알게 모르게 당한 사람들의 피해를 그들이 어떻게 보상합니까?
조 허위의 기초 위에 서 있는 것은 부서지게 마련입니다. 민주화는 사필귀정이죠. 아직까지 어둠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아침이 다가오고 있읍니다. 노태우씨가 6.10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받은지 19일마네 6.29특별선언을 했읍니다. 그렇게 의기양양하고 자신만만하다가 어떻게 19일만에 표변할 수 있느냐. 그들에게 민주화의지가 있어서 국민의 열망을 들어주기 위해 그랬다고 봐야 하느냐.
저는 그것보다는 국민들의 성숙된 민주화의지, 현 집권층이 감당못할 만큼 확산된 민주 세력, 지지 기반의 상실 등으로 배척간두에 선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집권층 자체 내 민주 세력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었다고 봐야죠. 미국을 비록한 민주 우방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도 자유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었읍니다. 이렇게 물밀듯 밀려오는 세가지 영향을 감당할 길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민주화로 방향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하면, 그들이 지난 7년간 저지른 과오를 진정으로 사죄.속죄하는 길만이 국민의 관용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민주화를 앞당기고 광주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민족적 화해 나눌 수도 있어
김 노태우씨의 민주화 구상이 정권연장을 위한 기만술책이 아니라 진정 민주화를 위한 것이라면, 제반 민주화 조치가 빠른 시일내에 단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이런 방법도 있을 겁니다. 이 정부가 일단 정권을 내놓고 각계 대표들로 과도정부를 구성한다든지, 아니면 과도내각이라도 구성해서 민주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겁니다. 그런 쪽으로 나가면 모든 사람이 광주문제를 풀겠다는 현 정권의 의지나 민주화구상을 의심하지 않게 될 것으로 봅니다.
조 [광주사태]의 진상에 관해서는 광주 자체 내에서도 지금까지 많은 사실들이 정리되어 있읍니다. 증인들이 살아 있고 증거도 많습니다. 어떻든 진상과 원인 분석, 의미 부여 등은 신망을 받을 수 있는 각계각층의 양심적 인사들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이 국민과 역사 앞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발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 가장 중요한 것은 광주시민의 명예회복입니다. 현 정권은 우리를 폭도로 몰아 내란죄로 재판을 했읍니다. 이제는 역사적인 재평가를 내릴 때입니다.
명 3.1운동이나 4.19와 마찬가지로 광주의거도 자주.민주.자유등이 집약된 역사적 사실로 반드시 그 정당성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사에 기록되고 그같은 맥락에서 보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조 [광주사태]의 재조명과 의미부여, 역사적 해석은 현정권의 정통성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읍니다. [광주사태]와 현 정권을 평행선상에서 받아들이면 [의거]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고, 평행선상이 아닌, 현정권이 완전히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물러나는 입장이라면 하나의 항쟁.혁명이라고 평가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 국민이 아니고 직접 관계가 없는 외국인들이라면 역사.정치적 시련과 소용돌이 속에 일어난 [사태]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명 그러나 우리 주체적인 정치.사회사적 맥락에서 볼 때 [광주사태]는 분명히 국민의 권리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구책으로 일어난 정당방위, 항쟁으로 볼 수밖에 없읍니다.
조 사실 현정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모순 속에 빠져 있읍니다. 현정권은 국민들에 의해 위탁받은 정권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 헌정을 중단시키고 5공화국 법을 만들어 권력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읍니다. 국민의 합의된 지지에 의해 법적.정치적 정통성을 얻은 민주적 정권이 아니기 때문에 정통성이 결여돼 있고, 그렇기 때문에 [광주사태]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광주사태]를 올바르게 평가하게되면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됩니다. [광주사테]를 [항쟁] [의거]라고 평가하면 자신들의 정통성을 상실하는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되는데, 어떻게 제대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겠읍니까?
김 이 정권은 정권을 내놓고 국민앞에 사죄해야 합니다. 우리 광주사람들은 이 나라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앞당긴다는 좀 더 놓은 차원에서, 또 80년의 상황을 역사발전과 민주발전의 전진적 계기로 삼기 위해 현정권과 민족적 화해를 나눌 수도 있읍니다. 그들이 비록 많은 사람을 죽인 가해자들이지만 진정으로 이 나라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위해서 자기의 입장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광주시민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명 민주화를 위해서는 단서가 필요없읍니다. 우선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 해제, 사면복권만 하더라도 선별조치가 있을 수 있읍니까. 선별조치를 보고 과연 그들에게 민주화의지가 있는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읍니다.
조 부산 미문화원 사건만 하더라도, [광주사태]에 대한 미국의 묵인 내지 용인에 대한 항의를 하기 위해 일어난 사건입니다.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일어난건데 주동자인 김현장씨나 문부식씨는 왜 이번 구속자 석방에서 제외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5공화국 정통성과 연관된 문제
김 [광주사태]로 수배됐다가 현재 미국에 망명해 있는 사람도 있읍니다. 윤한봉씨인데, 이 사람도 자유스럽게 귀국이 허용돼야 하리라 봅니다. [광주항쟁]관련자 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구속된 사람은 아무런 전제나 단서없이 석방돼야 합니다.
조 현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읍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사람들이, 우리가 물러나란다고 물러나지는 않습니다. 자신들이 역사발전과 민주화에 크나 큰 과오를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역사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법이 정당하게 보장하는 선에서 물러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들도 그런 것을 용납해야 합니다. 권력은 국민에 의해 주어지고 또 거둘 수 있어야만 합니다. 마음대로 물러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만약 현 정권이 또 다시 힘을 과시하려 들거나 재집권을 꾀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김 지금 대부분 국민들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헌이 이뤄지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것인가에 많은 의심을 품고 있읍니다.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고, [광주항쟁]에 대한 죄과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과도정부 내지 과도내각이 구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명 그들이 자신들의 죄과를 뉘우치고 진정한 민주화 실천에 동참한다면 나라가 혼란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구국적 차원에서 용서하고 보복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적 죄과는 밝혀지고 기록돼야 합니다.
조 그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박정희가 집권한 이래 현재 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읍니까. 독재정권 아래에서 악순환의 연속이었읍니다. 그러나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힘에 의한 보복이나 법적 정당성을 앞세운 보복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증오.분노에 의한 보복을 다시 한다고 했을 때 이 나라 역사는 누더기같은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읍니다. 파괴될대로 파괴된 도덕심, 이지러질대로 이지러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애국.애족하는 마음으로 사랑과 진리 안에 화합과 일치를 이뤄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현 정권은 자진 퇴진하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김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해 광주가 희생할 용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광주 사람들이 그렇게 편협하거나 외골수는 아닙니다.
조 다시 한번 강조할 문제는 진상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역사적.정치적으로도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고, 교육적인 면에서도 진실에 입각한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시는 역사와 국민을 배신하고 물리적 힘으로 정권을 장악하려는 기도가 없어질 것입니다.
명 역사에 뿌려놓은 한을 제거할 필요가 있읍니다. 다시는 국민을 희생시켜가며 힘에 의해 정권을 장악하는 비극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광주 항쟁]에 대한 정당성은 규명돼야 합니다. 정당한 민주적 절차에 의해 국민적 지지를 받고 국민에게서 위탁받은 사람만이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후세 교육을 위해서도 확실히 해둬야 할 대목입니다.
김 노태우선언 8개항은 정확하게 실천돼야 하고, 그 이전에 [광주항쟁]에 군대가 개입한 부분에 대해선 먼저 사죄해야 합니다. 다시는 정치에 군대가 개입하는 비극이 없게끔, 정권을 내놓고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명 사실, 5공화국을 가장 괴롭힌 게 [광주]였읍니다.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이 모두 [광주항쟁]과 연결돼서 이뤄져왔읍니다. [광주항쟁]이 계속해서 이 정권을 위태위태하게 만들어 온 것 아니겠읍니까. 그들이 [광주]라는 악몽에서 벗어나려고 얼마나 발버둥쳤읍니까. 노태우선언이나 그후 민정당이 [광주]를 다시 거론하고 나온 것도 이러한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봐야죠. 결자해지라는 원칙에는 이의가 없읍니다만, 그들이 과연 무슨 낯으로 광주 문제를 풀 수 있겠다고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읍니다. 결국 국민 앞에 사죄하는 길밖에 없지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마 이러한 생각은 광주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고, 국민들도 거의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헌법 전문에 [광주] 정신 기록돼야
조 이 정권이 진정 국민의 심판을 받을 생각이 있다면, 권력을 내놓고 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다시말해 완전 무에서 시작, 국민들이 그들을 지지하는지 안하는지 확인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권력을 잡은 상태에서는 절대 국민의 지지를 확인할 수 없읍니다. 정권을 연장하려고만 하지 말고 야당의 입장에서 새로 정치를 출발하라는 겁니다.
명 잘못을 청산하려면 사죄와 속죄행위가 선결요건이고, 그래야만 국민의 관용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이치입니다.
김 아직까지 [광주항쟁]에 대한 피해자 조사도 제대로 안되어 있읍니다. 정확한 진상도 물론 공식화된 게 없읍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상 그러는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국민적 합의에 의한 민주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새로 개정될 헌법 전문에는 반드시 [광주 항쟁]의 정신이 기록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습니다.
명 역사는 반드시 바로 잡혀집니다. 머지않아 민주정부가 수립되리라는 건 분명합니다. 광주문제도 거기서부터 풀어 나가는 게 바른 길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정리=권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