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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 윤한봉의‘노정권에 보내는 공개 질의서’(1989. 9)

본문

윤한봉의‘노정권에 보내는 공개질의서’

윤한봉(재미정치망명인)



이글은 최근 정부로부터 반한단체로 지목된 재미한인단체‘한청련’의 윤한봉씨가 노정권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이다. 윤한봉씨는 광주항쟁 주모자로 현상수배 당해 1년간 도피생활을 하다 미국에 밀입국, 미정부로부터 정치적 망명허가를 받았다.

저는 광주민중항쟁의 주모자의 한 사람으로 몰려 현상수배당해 약 1년간 도피생활을 하다 `81년 4월말 마산항을 출발하는 화물선에 숨어 타고 태평양을 건너 35일만에 미국에 밀입국하여 망명을 신청, `87년 4월에 정치망명허가를 받은 윤한봉입니다. 비록 조국을 떠나와 망명생활을 하고 있지만 미국에 온 그날 이후 오늘까지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조국동포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투쟁해야 한다고 항시 저 자신을 채찍질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해외운동을 해 왔습니다. 미국에 있는 저에 대해서는 국내에서처럼 체포, 고문, 투옥 등의 직접적 탄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두환정권과 노정권은 저를 국내의 운동권과 차단시키고 동포사회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서 지난 8년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온갖 악랄한 중상모략을 자행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와 뜻을 함께 하는 재미동포들과 한덩어리가 되어 그 숱한 중상모략을 이겨 내고 오늘까지 꾸준히 투쟁해 왔습니다. 최근에 들어 노정권은 서경원의원 방북사건을 빌미삼아 또 다시 저와 제가 참여하고 있는 ‘재미한국청년연합’(한청련)과‘민족학교’를 함께 싸잡아 마치 서의원 방북사건에 관련이나 있는 것처럼, 그리고 마치‘북’과 관계나 있는 것처럼 집중적이고 집요한 중상모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해내외동포들이 노정권의 중상모략에 속아 저와‘한청련’,그리고‘민족학교’에 대해 잘못 판단하실까 염려하여 진실을 밝히고자 노태우 정권에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1. 나나‘한청련’,‘민족학교’는 서의원 방북사실을 신문을 보고야 알았다. 그런데 왜 관련이나 있는 것처럼 자꾸 모략선전하는가?

2. 나는 정치망명허가를 받아 합법체류하고 있지만 아직 영주권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민족학교’에는 교장직제가 없고 나는‘민족학교’의 소사로서 창립이후 오늘까지 자원봉사하고 있을 뿐이다. 나를 영주권자로,‘민족학교’의 교장으로 허위선전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3. 자기를 비판했다고 나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있고 자기 지지기반을 허물까봐 나의 귀국도 교묘히 막고 있는‘평민당’총재 김대중씨를 이용해 내가 마치‘북’을 방문한 것처럼,‘북’에 환장한 사람처럼 모략선전하는데, 그 증거를 제시해 주기 바란다.나는 귀국의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나는 밀항해 왔기에 지금까지“여권”이 없다. 망명허가를 받은 후인 `87년 여름에야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여행증명서’를 미국정부로부터 발급받았을 뿐이다. 일반여권과 달라 그 여행증명서로는 쿠바·베트남·북한을 갈 수 없다. 만약 내가 불법적으로,‘북’을 방문하면 망명이 취소되고 추방당한다. 내가‘북’을 방문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갈 수가 없다. 어느 날엔가 내 신분문제가 해결되면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방북할 것이다-통일을 위해!

4. 내가 `89년에‘조국통일청년협의회’를 구성, 동포학생대표단 35명의 평양축전참가를 주선했다고 모략선전하였는데, 미국에는 그런 이름의 단체도 없고 35명은 커녕 단1명의 대표단도 축전참가를 주선한 적이 없다. 왜 모략선전하는가? 증거가 있다면 분명하게 제시하라.

5. 나와‘한청련’을 반환, 친북,‘북’의 전위조직 등으로 몰고 있는데, 어떤 근거나 증거를 가지고 그렇게 규정하는지 분명히 밝혀 주기 바란다.나나‘한청련’은 예속·분단·파쇼정권과는 악착같이 싸우지만 울며불며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랑하는 동포들과 그리운 부모형제, 친구, 동지들이 있는 고향산천인 남부조국을 한 핏줄이기에 사랑하는 동포들이 살고 있는 북부조국보다 훨씬 더 사랑하고 있다.‘한청련’은 민족주의에 입각하여‘남’과‘북’을 하나로 보는 통일된 조국관을 가지고 남, 북 양정권에 대해 주체적 입장에 서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로서, 북부조국‘축전준비위’와의 마찰 때문에 축전참가를 거부할 정도의 주체성과 독자성을 가진 단체다. 물론‘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평화대행진’에는 주체적,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6.‘민족학교’는‘한청련’산하단체도 아니고‘한청련’결성일시보다 11개월 빠른 83년 3월에 설립되어, 조국역사교육, 민족문화보급 및 창달, 동포사회에 대한 봉사와 자선활동을 하는, 단체이며 미국연방정부로부터 영구면세허가를 받은 비영리 사회단체이다. 무슨 저의로 터무니없이 비영리 사회단체인‘민족학교’를 운동단체인‘한청련’의 산하단체라고 모략선전하는가?

7.‘민족학교’의 운영은 11명의 이사들과 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하고 있고, 재정의 70%는 재미동포들의 기부금으로, 나머지 30%는 자체사업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물론‘북’또는‘조총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조국과 민족을 사랑할 뿐인 그들 민족주위자들을‘친북인물들’로 몰고‘민족학교’를 반한, 친북,‘조청련’과 관계있는 단체,‘북’의 전위조직 등으로 중상모략하는 저의와 그 근거 또는 증거를 밝혀주기 바란다.

1989. 8. 7.

미국에서 윤 한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