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2007-05-30
[성명서 및 유인물] 광주시민, 학생들의 넋을 위로하며/김의기 1980.5.30.
본문
광주 시민·학생들의 넋을 위로하며
오늘날 한국의 암울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자 분연히 일어났던 용기 있는 한국인들이여! 그대들이 피를 흘리면서 성토하던 그 안개정국은 이제 완전히 마각을 드러내어 뻔뻔스럽게도 그 음모와 책략을 표면화했습니다. 소위 국가보위비상대책위가 군장성들로 구성되었으며, 행정부의 전기능을 장악하고 그 우두머리에 전두환 중장이 상임위원장이란 감투를 쓰고 올라 앉았습니다. 허수아비 같은 최규하 대통령을 뒤에서 조종하며 숱한 민중의 지도자들을 법의 이름으로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숱한 학생들을 포고령의 이름으로 발가벗기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 땅엔 또다시 군사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지울 수 없는 역사적 과오 5?6쿠데타, 그후 19년간 장기독재, 아! 한국의 앞날이 먹구름으로 덮이고 있습니다. 박정권 20년간의 좋은 시절을 좀처럼 청산할 수 없다는 듯이 독재 밑에서 부정부패로 치부해 오던 유신체제 잔당들이 지금 이 나라를, 이 국민들을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유언비어가 되고 유언비어가 진실이 되어 버리는 이 어지러운 시국은 국민들에게 입을 막고 귀도 막을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체, 귀가 있어도 못 들은 체, 눈이 있어도 못 본 체해야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요컨대 국민들이 수군거려선 안 되는 무서운 음모, 계략들로 가득찬 정권야욕에 불타는 무리들, 민주가 어떻고 민족이 어떤지 안중에도 없는 무리들이 지금 이 땅에서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악이 선보다 강한 세상, 정의가 불의한테 눌리는 세상, 이런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분노해야 하고 고쳐 나가야 할 세상입니다. 법과 질서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조직적인 폭력, 몽둥이와 포승줄 아래 우리들의 모든 자유는 빼앗기고 눌린 채 한국의 밤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다수의 국민들은 저마다 모두 불신을 품고 앉아 점점 무기력해 가고 있습니다. 용기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무관심해지고 있습니다. 몽둥이와 포승줄 아래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과연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은 것입니까? 하루 삼시 세 끼 끼니만 이어가면 사는 것입니까? 도대체 한 나라 안에서 자기 나라 군인들한테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 명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며 죽어가고 있는데 나만, 우리 식구만 무사하면 된다는 생각들은 어디서부터 온 것입니까?
지금 유신잔당들은 광주 시민·학생들의 의거를 지역감정으로 몰아붙이며 ‘전라도 것들’이라는 식의 민심 교란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사를 몽둥이로 진압하려다 실패하자 칼과 총으로 진압하고서 그 책임을 순전히 불순세력의 유언비어 운운하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우롱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계엄철폐를 주장하면 계엄을 더 확대시키고 과도기간 단축을 요구하면 더욱 늘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학생들에게는 자제와 대화를 호소한다니 정말 정부에서 말하는 대화의 자세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안보를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계엄령 확대와 시민의 감시 등을 하기 위해서 전방의 병력을 빼돌려 서울로 집결시키는 조치는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사리사욕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느꼈으며, 권력이 그렇게도 잡고 싶은 것인 줄 새삼 느꼈습니다. 한 마디로 한국 국민들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저력을 우습게 보고 있는 저들에게 따끔한 경고를 해주고 싶습니다. 독재자 박정희의 말로가 어떻게 끝났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싶습니다.
내 작은 몸뚱이를 불살라 국민 몇 사람이라도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몸을 던지겠습니다. 내 작은 몸뚱이를 불질러 광주 시민·학생들의 의로운 넋을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 대가 없이 이 민족을 위하여 몸을 던진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습니다. 너무 과분한, 너무 거룩한 말이기에 가까이할 수도 없지만, 도저히 이 의분을 진정할 길이 없어 몸을 던집니다.
1980년 5월 30일
김의기
오늘날 한국의 암울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자 분연히 일어났던 용기 있는 한국인들이여! 그대들이 피를 흘리면서 성토하던 그 안개정국은 이제 완전히 마각을 드러내어 뻔뻔스럽게도 그 음모와 책략을 표면화했습니다. 소위 국가보위비상대책위가 군장성들로 구성되었으며, 행정부의 전기능을 장악하고 그 우두머리에 전두환 중장이 상임위원장이란 감투를 쓰고 올라 앉았습니다. 허수아비 같은 최규하 대통령을 뒤에서 조종하며 숱한 민중의 지도자들을 법의 이름으로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숱한 학생들을 포고령의 이름으로 발가벗기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 땅엔 또다시 군사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지울 수 없는 역사적 과오 5?6쿠데타, 그후 19년간 장기독재, 아! 한국의 앞날이 먹구름으로 덮이고 있습니다. 박정권 20년간의 좋은 시절을 좀처럼 청산할 수 없다는 듯이 독재 밑에서 부정부패로 치부해 오던 유신체제 잔당들이 지금 이 나라를, 이 국민들을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유언비어가 되고 유언비어가 진실이 되어 버리는 이 어지러운 시국은 국민들에게 입을 막고 귀도 막을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체, 귀가 있어도 못 들은 체, 눈이 있어도 못 본 체해야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요컨대 국민들이 수군거려선 안 되는 무서운 음모, 계략들로 가득찬 정권야욕에 불타는 무리들, 민주가 어떻고 민족이 어떤지 안중에도 없는 무리들이 지금 이 땅에서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악이 선보다 강한 세상, 정의가 불의한테 눌리는 세상, 이런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분노해야 하고 고쳐 나가야 할 세상입니다. 법과 질서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조직적인 폭력, 몽둥이와 포승줄 아래 우리들의 모든 자유는 빼앗기고 눌린 채 한국의 밤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다수의 국민들은 저마다 모두 불신을 품고 앉아 점점 무기력해 가고 있습니다. 용기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무관심해지고 있습니다. 몽둥이와 포승줄 아래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과연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은 것입니까? 하루 삼시 세 끼 끼니만 이어가면 사는 것입니까? 도대체 한 나라 안에서 자기 나라 군인들한테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 명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며 죽어가고 있는데 나만, 우리 식구만 무사하면 된다는 생각들은 어디서부터 온 것입니까?
지금 유신잔당들은 광주 시민·학생들의 의거를 지역감정으로 몰아붙이며 ‘전라도 것들’이라는 식의 민심 교란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사를 몽둥이로 진압하려다 실패하자 칼과 총으로 진압하고서 그 책임을 순전히 불순세력의 유언비어 운운하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우롱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계엄철폐를 주장하면 계엄을 더 확대시키고 과도기간 단축을 요구하면 더욱 늘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학생들에게는 자제와 대화를 호소한다니 정말 정부에서 말하는 대화의 자세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안보를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계엄령 확대와 시민의 감시 등을 하기 위해서 전방의 병력을 빼돌려 서울로 집결시키는 조치는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사리사욕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느꼈으며, 권력이 그렇게도 잡고 싶은 것인 줄 새삼 느꼈습니다. 한 마디로 한국 국민들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저력을 우습게 보고 있는 저들에게 따끔한 경고를 해주고 싶습니다. 독재자 박정희의 말로가 어떻게 끝났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싶습니다.
내 작은 몸뚱이를 불살라 국민 몇 사람이라도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몸을 던지겠습니다. 내 작은 몸뚱이를 불질러 광주 시민·학생들의 의로운 넋을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 대가 없이 이 민족을 위하여 몸을 던진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습니다. 너무 과분한, 너무 거룩한 말이기에 가까이할 수도 없지만, 도저히 이 의분을 진정할 길이 없어 몸을 던집니다.
1980년 5월 30일
김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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