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2007-05-30
[성명서 및 유인물] 재 로마 성직자, 수도자가 드리는 글/재 로마 성직자, 수도자 일동 1980.6.10.
본문
재 로마 성직자·수도자가 드리는 글
존경하는 윤공희 대주교님, 교구내 성직자·수도자, 그리고 교형·자매 여러분!
현재 로마에서 공부하고 있는 저희들 성직자·수도자 일동은 고국의 일간지와 외신들이 연일 특종기사로 다루고 있는 이른바 ‘광주사태’에 접하면서 커다란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 나라가 지니고 있는 지리적 여건, 그리고 경제·사회적인 여러 가지 난관들은 우리 민족 전체가 한마음으로 슬기를 모아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하고도 심각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26일 사건 이후 과도정권을 담당해 온 정부당국자들까지도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국민여론이 집약된 새 헌법을 제정하고, 그 헌법의 바탕 위에서 자유 민주국가를 건설하는 것만이 긍지를 느끼며 민족적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요, ‘국민적 합의’임을 수차에 걸쳐 천명하고 공적으로 확인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국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기대와 희망을 걸어 왔다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난 12월 12일 이후의 사태 추이는 이러한 국민적 합의가 무시되고 국민들 마음 안에는 불안과 불신 및 좌절감이 축적되었으나, 정부당국에서는 이러한 국민들의 의사표시를 순수하게 받아들여 국정에 반영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전국적인 계엄령 선포라는 극히 부정적인 반응으로 대처해 왔습니다. 이러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누적되어 온 국민의 좌절감이 한계점을 지나 폭발되기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바로 이것이 광주사태의 참모습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광주사태는 유언비어에 자극된 순진한 광주시민들의 감정적 반응이었다든가, 지역감정이 유발시킨 지역적인 사건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심각하고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는 광주시민들의 외침이 바로 전국민의 여론과 열망을 대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당국은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국민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자세로 대처함으로써, 이 불행한 사건을 민족사의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를 촉구합니다.
광주사건의 상처는 단순히 위자료 지급이나 경제적·물질적 원조의 제스처로 아물어 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 피해보상과 이 사건에 관련되어 구속된 모든 사람의 석방은 물론, 광주시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외쳤던 그 피맺힌 절규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염려한 숭고한 애국심의 발로였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 뜻을 실현시키려는 정부당국의 성의 있는 노력과 용기 있는 결단뿐이라고 믿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저희들의 기본입장을 밝히면서, 그 엄청난 비극의 현장에서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들과 함께 시련과 고통의 상처를 같이 받아 오신 존경하는 윤 대주교님, 교구내 성직자, 수도자, 교형·자매 여러분, 그리고 용기 있는 애국시민들에게 말로써 다 표현할 수 없는 형제애를 느끼며, 저희들도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이 글을 드리고 있습니다.
조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오히려 저희들의 마음을 조국에 더 가깝게 밀착시키고 더 깊은 연대의식을 느끼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저희들은 단체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미사와 기도 중 우리 나라와 특히 광주시민들을 위해 하나님께 매달려 빌고 있습니다. 죄 많고 부족한 저희들을 보지 마시고 우리를 죽기까지 사랑하신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시어, 주께서 생명을 걸고 외치신 그 복음 정신이 우리 나라에서도 활짝 꽃피도록, 그리고 진리와 정의를 외치다 죽어간 우리 동포들의 고귀한 피가 헛되지 않고 바로 그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대주교님과 모든 애국시민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그 시민들의 의로운 외침이 주님의 은총으로 실현되기를 갈망하며 드리는 저희들의 이 가난한 마음을 따뜻한 형제애의 표시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이 사건으로 돌아가신 우리 형제들의 영혼이 주님 안에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 빕니다.
1980년 6월 10일
재 로마 성직자·수도자 일동 드림
존경하는 윤공희 대주교님, 교구내 성직자·수도자, 그리고 교형·자매 여러분!
현재 로마에서 공부하고 있는 저희들 성직자·수도자 일동은 고국의 일간지와 외신들이 연일 특종기사로 다루고 있는 이른바 ‘광주사태’에 접하면서 커다란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 나라가 지니고 있는 지리적 여건, 그리고 경제·사회적인 여러 가지 난관들은 우리 민족 전체가 한마음으로 슬기를 모아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하고도 심각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26일 사건 이후 과도정권을 담당해 온 정부당국자들까지도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국민여론이 집약된 새 헌법을 제정하고, 그 헌법의 바탕 위에서 자유 민주국가를 건설하는 것만이 긍지를 느끼며 민족적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요, ‘국민적 합의’임을 수차에 걸쳐 천명하고 공적으로 확인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국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기대와 희망을 걸어 왔다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난 12월 12일 이후의 사태 추이는 이러한 국민적 합의가 무시되고 국민들 마음 안에는 불안과 불신 및 좌절감이 축적되었으나, 정부당국에서는 이러한 국민들의 의사표시를 순수하게 받아들여 국정에 반영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전국적인 계엄령 선포라는 극히 부정적인 반응으로 대처해 왔습니다. 이러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누적되어 온 국민의 좌절감이 한계점을 지나 폭발되기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바로 이것이 광주사태의 참모습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광주사태는 유언비어에 자극된 순진한 광주시민들의 감정적 반응이었다든가, 지역감정이 유발시킨 지역적인 사건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심각하고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는 광주시민들의 외침이 바로 전국민의 여론과 열망을 대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당국은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국민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자세로 대처함으로써, 이 불행한 사건을 민족사의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를 촉구합니다.
광주사건의 상처는 단순히 위자료 지급이나 경제적·물질적 원조의 제스처로 아물어 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 피해보상과 이 사건에 관련되어 구속된 모든 사람의 석방은 물론, 광주시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외쳤던 그 피맺힌 절규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염려한 숭고한 애국심의 발로였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 뜻을 실현시키려는 정부당국의 성의 있는 노력과 용기 있는 결단뿐이라고 믿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저희들의 기본입장을 밝히면서, 그 엄청난 비극의 현장에서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들과 함께 시련과 고통의 상처를 같이 받아 오신 존경하는 윤 대주교님, 교구내 성직자, 수도자, 교형·자매 여러분, 그리고 용기 있는 애국시민들에게 말로써 다 표현할 수 없는 형제애를 느끼며, 저희들도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이 글을 드리고 있습니다.
조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오히려 저희들의 마음을 조국에 더 가깝게 밀착시키고 더 깊은 연대의식을 느끼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저희들은 단체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미사와 기도 중 우리 나라와 특히 광주시민들을 위해 하나님께 매달려 빌고 있습니다. 죄 많고 부족한 저희들을 보지 마시고 우리를 죽기까지 사랑하신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시어, 주께서 생명을 걸고 외치신 그 복음 정신이 우리 나라에서도 활짝 꽃피도록, 그리고 진리와 정의를 외치다 죽어간 우리 동포들의 고귀한 피가 헛되지 않고 바로 그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대주교님과 모든 애국시민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그 시민들의 의로운 외침이 주님의 은총으로 실현되기를 갈망하며 드리는 저희들의 이 가난한 마음을 따뜻한 형제애의 표시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이 사건으로 돌아가신 우리 형제들의 영혼이 주님 안에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 빕니다.
1980년 6월 10일
재 로마 성직자·수도자 일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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