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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자료실

작성일2007-05-30

[성명서 및 유인물] 우리의 결의/튜빙엔대학교 한인 학생회 1980.6.3.

본문

우리의 결의



우리는 우리 조국에의 사랑을 폭넓은 지식과 깊은 통찰력으로 구현시키기를 영원하여 배움의 길에 진력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1980년 5월 광주시에서 일어난 의로운 민주항쟁의 역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막중한 과제를 우리의 양심과 학문적 자각에 비추어 담대하게 포용하고 성실하게 실현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결의한다.

우리들 모두는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지난 18년간 우리 사회를 뿌리 깊이 부패시키고 병들게한 박정희 독재정권의 잔학한 탄압으로 빚어낸 무력한 체념과 굴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온 국민의 숙원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올바른 궤도위에 하루속히 오를 수 있기를 얼마나 갈망하고 염원하였던가? 그러나 전두환 일파는 우리 역사상 전례없는 치욕적인 독재자 박정희의 망령을 또 다시 이땅위에 되살리며 우리의 조국을 자기 일신의 권력욕을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반역사적 반민족적인 음모를 하기에 이르렀으니 어느 누구인들 땅을 치며 분개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 민주 역사의 발전을 위해 그 누구인들 통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리하여 우리 조국의 산하는 다시한번 걷잡을 수 없는 절망과 위기의 회오리에 휘말려들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은 우리 민족은 또다시 결연히 의로운 민주항쟁의 깃발을 드높이 올렸고 드디어 1980년 5월 광주시는 역사상 유례없는 용감한 의거를 감행하므로써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하는 민족의 변함없는 뜨거운 의지를 다시한번 온 세계만방에 명백히 알리었다.

자유는 자유를 위한 처절한 투쟁을 전제하고 의미한다는것을 광주시민과 학생은 젖가슴을 도려내이는 어린 여고생의 모습으로, 두개골이 깨어져 골수가 흐르는 청년의 모습으로, 또한 그러한 참상을 보고 분함을 참지못하고 항의했다는 이유로 살육된 할머니의 모습으로, 철없이 길가에서 놀다 시체로 변한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우리 가슴 속에 잊을수 없이 뻐저리게 새겨줄 것이다.

우리의 오빠 혹은 동생, 누나, 언니가 또 할머니가 그렇게 무참히 동족의 손에 의해 죽어간다는 비보에 접할때마다 차마 인간적인 양심으로 그럴 수는 없으리라고 우리는 이 참혹한 현실을 우리의 현실로 받아들이기를 얼마나 주저하였던가. 그러나 거듭되는 방송과 신문보도에 의해 이제 더 이상 어느누구도 이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이순간 조국의 현실은 우리의 무조건적인 결단을 요구한다.

조국의 방방곡곡에서 잔인한 고문과 탄압에 신음하면서도 끈질기게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을 결의하고 있을 수많은 동포들과 지금 멀리 조국을 떠나있는 우리는 긴박한 조국의 현실에 의해 하나로 묶여있다.

잔악과 독선의 전제군부독재체제를 영원히 분쇄시키고 민주헌정질서를 확립하려는 그들의 결의와 우리의 결의가 뜨겁게 한 핏줄로 만날때, 개인적인 안일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생활태도에에서 벗어나려는 과감한 결단이 행해질 것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려는 대사회투쟁의 대열에 앞장서 일하려는 뜨거운 의지가 우리 가슴 속에 불붙을 것이다.

광주시민과 학생은 죽었고 우리는 살아 남있다.

그들은 의롭게 싸우다 용감히 죽어갔고 이제 우리에겐 그들의 정의로운 죽음과 희생의 뜻을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꽃피우는 길만이 남아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우리를 향해 무자비한 살기를 뿜어내는 총부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총부리를 향한 우리들 모두의 “정직한 분노”의 힘을 믿는다. 그 총부리를 향한 정직한 분노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뜨거운 의지에서 솟구치는 것이며 그러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성실성에서 지속되고 모든 희망이 두절된 것처럼 보이는 캄캄한 역사적 상황에서도 언제나 민중의 가슴 속을 꿰뚫고 뜨겁게 흐르리라는 것을 우리는 확고히 믿는다.

이제 이러한 분노의 힘을 새역사 창조의 필연적인 “힘”으로 전환시키고 구현시키는 것이 우리가 감당해야할 시대적 사명이다. 우리는 모든 개인적 차이와 상황을 넘어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서도 조국을 사랑하는 뜻을 새로히 확인하고 밝혀내면서 그러한 뜻을 가진 모든 사람과 연대하여 우리의 모든 지혜와 용기를 하나로 묶는 말이야말로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택해야할 단하나의 필연적인 진실임을 고백한다.

민중의 고귀한 자유의식을 말살시키려는 전두환일파가 국민앞에 완전히 굴복하고 이제껏 우리 조국의 현실에 부당한 이유와 부당한 힘으로 간섭해 온 외세가 발붙일 땅을 완전히 잃을때까지 우리는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총부리에 대한 민주항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그 분노의 참다운 기반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의 신념을 끝까지 수호할 것이다.

특히 이번 광주사태와 관련해서 이제껏 우리의 우방을 자처한 미국이 광주사태에 군대를 동원하는 것에 동의하는등 이번 광주참상과 군부독재 지탱에 일익을 담당한 사실을 우리는 앞으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광주시민과 학생의 고만의 투쟁에 함께 동참하고 그들의 투지와 결의를 우리들 자신의 투쟁의 역사로 계승해나가는 것만이 그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임을 확신하며 그럼으로써 우리는 그들이 열어놓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우리의 말과 마음으로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온몸으로 아름답고 고귀하게 또한 정의롭게 장식해 나갈 것이다.


1980년 6월 3일


튜빙엔 대학교 한인 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