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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자료실

작성일2007-05-30

[성명서 및 유인물] 8백만 서울 시민에게 고함/재경 전남도민 일동 1980.5.29

본문

8백만 서울시민에게 고함



귀여운 아들딸들의 비참한 죽음을 통곡하다가 군사 독재정권에 항거, 자유 민주주의를 외치며 쓰러져 간 애국 광주시민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오, 슬프도다, 대한민국이여!

단군 이래 5천년 우리 역사에 이처럼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6?5말고 또 언제 있었던가!

5?8 군사 쿠데타로 마각을 드러낸 민족의 반역자, 흡혈귀, 살인마 전두환 일당의 가증스런 만행을 어찌 다 글로써 표현할 수 있으리요. 사실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을 접수하고 광주시를 ‘효과적’으로 차단 봉쇄하여, 애국청년들을 공비 소탕하듯 처참하게 사살해 버린 저들은 우리 민족이 아니고 이국인이더란 말인가! 전두환의 지시를 받은 계엄군의 잔인한 양민살육상은 이제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니, 우리는 여기서 그 잔학상을 일일이 지적, 열거할 겨를이 없다. 다만 계엄사에서 ‘유언비어’라고 발표한 모든 것이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었음은 5월 21일자 압수 이전의 『동아일보』 초고기사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초고기사가 압수됨으로 인하여 저녁 늦게 신문이 발간됨).

적에게 돌려야 할 총검을 우리 동포에게 돌려 민주시민을 학살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광주시 전체를 폭격하려는 작전까지도 감행했던 전두환의 방자한 행위를 새삼스럽게 고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을 예로 하면 5월 27일 오전 5시 55분, 외신기자가 본사에 텔렉스 송신한 주요내용을 보면 “군 고위층의 「광주사태 보고서」에 의하면 부상자 수는 4천명~6천 명, 사망자 수는 4백명~6백여 명이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26일 자정을 기하여 광주시 폭격작전을 감행하려 했으나 일시 작전을 변경했음”이라고 되어 있다.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까지도 무자비하게 짓밟으면서 살기 위해 발악하는 전두환을 위시한 유신잔당들의 무가치한 인생이 가여울 뿐이다.

슬프도다, 우리 민족의 역사여!

광주 시가지엔 아직도 수천 명의 선량한 시민·학생들이 흘린 고귀한 피가 마르지 아니하였고 억울하게 살해당한 5백여 혼령이 안주치 못하고 삼천리 방방곡곡을 헤매고 있으며, 삼천만 동포의 놀란 가슴은 아직도 뛰고 있구나.

8백만 서울시민들이여! 민주주의를 지킬 줄 아는 위대한 한민족이여!

광주시민이 흘린 피는 곧 내 자신의 피요, 광주시민의 외침은 곧 우리 민족의 외침이다. 민주시민의 고귀한 피를 어찌 헛되이 하겠단 말인가!

용기 있고 양심 있는 젊은 지성인들이여!

전두환이 16인혁명평의회를 구성하여 군사정권의 연장을 획책하고 있는 지금, 20여년간의 군사독재 정권도 치가 떨리는데 다시 또 군사독재 정권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겠는가? 우리 손에 의한 평화적인 민주주의를 물려주어야 하겠는가? 양자택일의 역사적인 기로에서 어찌 망설일 수만 있겠는가! 저들의 영광된 조국은 군사독재체제였지만, 우리가 원하는 영광된 조국은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가 이룩된 사회임을 반만년 역사가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민족의 젊은 지성들이여, 애국청년들이여!

우리 모두 함께 자유 민주 대한민국을 소리 높여 외쳐 봅시다!

민주주의 만세! 대한민국 만세!


△우리의 결의

一. 현정부가 광주시민들이 흘린 고귀한 피의 대가를 보상하는 길은 살인명령을 내린 전두환 일당의 자폭밖에 없음을 확인한다.

一. 현난국을 수습하는 데 있어 최상의 방법은 명분 없는 비상계엄령의 즉각 해제와 정치일정을 최소한 단축하여 민의에 의한 민주정부 수립밖에 없음을 재천명한다.

一. 정치적 이유로 수감, 연행된 모든 학생·민주인사를 즉각 석방하라.

一. 우리는 반민주적 요소의 철폐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거듭 천명하는 바이다.


1980년 5월 29일


재경 전남도민 일동


(5월 30일~6월 10일까지를 희생당한 광주시민·학생들의 영령을 위한 ‘애도의 기간’으로 정했습니다. 국기강하식 때 애국가를 들으시며 전 시민·학생들은 광주 쪽을 향해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민족의 제단에 바쳐진 고인들을 추모하며 묵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