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있는 키워드를 검색해보세요.

DRAG
CLICK
VIEW

아카이브

온라인 자료실

작성일2007-05-30

[성명서 및 유인물] 광주사태는 내란이 아닙니다/광주사태 구속자 가족 일동 1981.1.

본문

광주사태는 내란이 아닙니다



5.18광주사태는 국가의 전복을 꾀하고 정권을 탈취할 목적으로 일어났던 폭동이 아닙니다. 광주사태는 5.17비상계엄 확대조치로 투입되었던 공수부대원들의 무자비한 만행 앞에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광주시민의 당연한 분노이며 항쟁이었습니다. 당시의 광주시 상황을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1

공산당과 외적을 향해 쏘아야 할 우리나라 군인들의 M16소총은 죄없는 시민과 학생, 철모르는 어린이에게까지 무차별 난사되었고, 대검으로는 닥치는 대로 찌르고, 곤봉으로는 보이는 대로 휘두르는 공수부대원들의 천인이 공노할 만행이야말로 준엄한 역사는 기필코 심판해 줄 것입니다. 결국 광주시민들이 총기를 들기까지는 계엄군의 무자비한 살상 앞에 시민들 스스로 무기의 필요성을 절감치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당시 사상자와 중·경상자들을 어떻게, 누가, 진실로 파악하고 알 수 있단 말입니까.1 알 수 있다면 오직 하나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여러분! 감히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이 비극의 사태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내란으로 조작되었습니다. 그 많은 시민과 학생, 교수, 신부, 변호사가 맨주먹으로 내란을 음모하고 참가했다고 믿으십니까.1 그 엄청난 비극의 광주사태가 과연 몇 사람의 책동에 의해서 발단되어 그 결과 셀 수도 없는 무고한 시민들이 피로 항쟁하다 죽어갔다 말입니까.1 역사는 무엇으로 그 깨끗한 가슴들을 보상하고 대변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광주사태는 결코 정권탈취나 국가전복을 위한 내란이 아닙니다.

광주사태 구속자들은 정당한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 2항에는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광주사태 구속자들은 보통·고등 군법재판을 너무도 부당하게 받았습니다. 계획된 내란으로 조작하기 위한 모진 고문과 구타, 심지어 전기고문까지 자행한 수사과정과 재판은, 피고인들이 법정에서도 주장했듯이 ‘재판이 아닌 개판’이라는 표현이 어쩌면 더 어울리는 그런 수사와 재판이었습니다. 사형을 선고받은 전남대학 복학생 정동년(38세)은 ’80년 5월 17일 예비 검속되어 제505 보안부대에서 포고령 위반죄로 수사를 받았는데, ’80년 7월 10일경부터 모진 고문과 구타로 김대중씨의 5백만원을 받아 광주사태를 일으켰다는 터무니없이 조작된 사실을 인정케 하여 보통·고등 군법재판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의 무죄는 김대중씨의 재판과정에서 돈을 주었다는 김상현(전 국회의원)씨의 진술과 정동년의 진술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사형수입니다. 조작극은 계속되었을 뿐만 아니고 68세의 홍남순 변호사와 광주 남동 천주교회의 김성용 신부, 전남대 명노근, 송기숙 교수의 고문과 허위진술 강요, 구속학생들의 고문 사실은 정말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났다고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들이 많았고, 고문에 의한 반신불수, 척추에 중상을 입어 실어증에 걸린 중환자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 역력히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민주국가란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부당한 사실들이 공공연히 묵인되어야 합니까.1 광주사태 구속자들의 재판은 재판이 아닌 사람을 잡기위한 형식이었을 뿐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재판입니까.1 누가 누구를 재판한단 말입니까.1


△우리들을 도와 주십시오.

광주사태 구경 한번 해 보지 못한 학생이 사형수이며, 진실로 수습에 임했던 학생·양심 법조인·신부·교수·시민들이 죽음의 공포와 캄캄한 감방에서 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광주사태의 책임자가 필요하다면 나 혼자의 죽음으로 구해 달라”고 법정 최후진술에서 절규하던 학생 사형수의 목소리가 여러분은 들리지 않으십니까.1 우리들을 도와 주십시오. 우리들은 이 부당한 사실들을 항의할 길이 없습니다. 있다면 오직 국민 여러분의 가슴에 뜨겁게 호소하는 길뿐입니다. 고등군법재판이 끝나고 마지막 남은 대법원 판결에서는 각계각층의 지도자와 국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죄없는 죄수들이 극형만은 면하고 하루빨리 석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행상하는 배고픔은 힘겹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아빠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큰 설움인 것입니다.

여러분! 광주사태 구속자들의 구명과 석방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1981년 1월


광주사태 구속자 가족 일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