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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자료실

작성일2007-05-30

[성명서 및 유인물]민주화여,민주화여,민주화여/전남민주화운동 청년 연합 1983.11.5

본문

민주화여, 민주화여, 민주화여!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하여 민족통일을 위하여 싸우다 사라져간, 특히 저 80년 광주에서 생명을 빼앗긴 많은 분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삼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전 국민이 뜨겁게 갈망했던 80년의 민주화운동을, 찬란했던 그 봄을 우리는 절대로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으며, 우리사회 내부에서는 수 많은 갈등과 모순이 첨예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족현실의 위기가 더욱 80년 “민주화의 봄”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만듭니다. 국민이 직접 선택하여 신뢰할 수 있는 민주적 정부의 존재가 더욱 간절해 집니다.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실체로 하는 진정한 해방을 이룰 수 있는 세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8·15직후, 4·19혁명, 10·26정변 시가 그것인데 미·소 대리인으로 전락한 이승만과 김일성 집단에 의해서, 박정희의 5·16군사 쿠데타로, 그리고 5·17군사 쿠데타로 좌절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 핏줄 속에는 3·1운동의 반식민투쟁 정신이, 4·19혁명의 반독재 민주정신이, 80년 “서울의 봄”에 솟구쳤던 민중의 숨결이 뜨겁게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자신이 있습니다. 민주화는 세계사의 대세에 합치되며, 현상적으로는 끊임없이 패배하지만 밑에 앙금처럼 갈아 앉아 쌓여가는 민주·민중·역량 발전의 확인을 통해서 또한 우리에게 있는 도덕적인 정당성으로 자신이 있습니다.


1. 미·소는 신냉전체제를 구조화시키면서 인류의 목숨을 담보로 전율할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미·소의 대결주의는 세계 핵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으며, 특히 제3세계 민족의 생명과 인간성을 송두리째 짓밟고 있습니다. 이 두 강대국은 자기들의 국익유지에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3세계 국가의 정권을 전복시키고, 전쟁을 발발시키거나 조정하며, 침공·침략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레바논 및 이란·이락에서, 그레나다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소련은 각각 자기의 세력권내의 잠재적 경쟁자를 군사·정치적으로 제압하여, 자기들의 경제적 특권을 계속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세계의 양심과 민중은 강대국의 공갈과 침략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반핵 평화운동을, 제3세계에서는 민족해방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 미·소의 신냉전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켜, 민족의 전멸을 가져올 전쟁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미·소는 남과 북에 군비확장을 강제하고 있으며 각종 신무기를 팔아 이득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정부는 중동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을 감행하겠다는 이른바 “역 스윙 전략”을 공언한 바 있습니다. 이는 우리 전체 민족 생존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입니다. 미국은 한국에 수백개의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선제 핵무기 사용을 배제하지 않으며, 대소공격 핵기지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소련외상 그로미코가 한국이 소련 핵공격 목표의 하나라고 공언하게 만든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한반도가 미·소핵전쟁화, 핵무기 실험장화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 전체 생존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은 서둘러 한반도에서의 핵 전쟁 반대운동을 전개해야 하며 정부는 마땅히 미·소에 이러한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고 강력하게 항의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정부가 한국 민족의 생존과 권익을 무시한 채, 한국을 단지 자기들의 군사전략기지만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3. 현 군사독재정권은 과연 민주화,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할 의사가 있는 것일까요?

민주화는 권력측의 공허한 되풀이되는 말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확고한 실천 속에 있습니다. 진정 민주화를 위해서는 우선 70년의 암울한 긴급조치시대와 80년 5·17이후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의 원상회복, 권리회복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해고된 노동자, 노동조합, 제적되고, 해직된 학생, 교수, 해직된 수많은 민주 언론 기자들, 정치규제망에 걸려있는 정치인들 모두 즉각 조건없이 원상회복 되어야 합니다. 각종 정치적 올가미에 걸려 투옥되었던 수 많은 사람들의 복권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로 권력과 그 하수인에 의한 폭력은 즉각 중지되어야 합니다. 의령양민학살사건, 김근조 치사사건, 전남대 학생회장 박관현씨의 교도소 내 폭행치사사건, 전투경찰대원의 시민 폭행사건과 같은 파렴치하고도 야만적인 폭력은 더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른바 치안유지라는 명분의 무차별 검문·검색도 마땅히 비난받아야 할 일종의 폭력입니다. 권력에 의한 폭력이야말로 모든 불신과 갈등, 증오의 근원입니다. 셋째로 양심의 자유와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야학연합회 사건에 관련되었다고 하는 200여명의 학생, 노동자 불법연행, 구금·강제수사는 마땅히 즉각 중지되어야 합니다. 정치적으로 투옥되어 있는 수많은 학생, 청년들의 양심범은 속히 석방되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 민중의 기본적 인권인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넷째로 소위 개혁입법이라는 반민주적 각종 법률을 시급히 개정하여야 합니다. 언론기본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노동관계법은 물론 국회법과 정당법, 그리고 각종 선거법 특히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은 시급히 요청됩니다. 조속한 지방자치의 실시 또한 서둘러야 합니다. 끝으로 국회의 활성화, 야당에 대한 들러리 강제를 즉각 중지하여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관에 넣고 두드리는 못·망치로 변한 사법부의 법봉을 본래의 기능으로 회복시켜야 합니다. 단임에 대한 공언과 헌법규정을 현 정권은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 그것이 얼마나 쉽게 번복되었던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를 저버리고 전방의 군대를 동원해 서울로 쳐들어 왔으며, 국군통수권을 짓밟고 반역죄를 범했으며,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군화로 깔아 뭉개고,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을 살상하는 범죄를 저지른 현 정권을 우리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부담때문에 군사독재정권은 민중에 대한 탄압과 전국민의 군사화로 오히려 치닫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파멸이며, 민족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또 한번의 죄악일뿐입니다. 10·26정변에 의한 반 독재정권의 몰락이 산 교훈입니다. 말로만 하는 민주화를 우리는 결단코 믿을 수 없습니다.


4. 한국의 국민경제는 대외 종속적 특권적 불평등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재생산 구조에 한국 국민경제는 편입되었으며, 국내적으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무역총액은 GNP 전체의 80%이상에 달하며, 수출입국 정책의 결과인 외채누증은 82년말 현재 388억 달러로서 세계 4위의 부채국이 되었으며 국민총샌산의 56.4%가 외채로 이루어졌습니다. 10대 재벌이 국민총생산의 44%를 독점하고, 30대 재벌이 66%를 점하고 있습니다. 또한 0.3% 즉 10여만명이 한국 전체 재산의 거의 4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가히 미국, 일본 자본의 특별 이윤얻는 노다지이며, 가진 자들의 천국입니다. 특히 일본에의 예속심화는 우려할 일입니다. 65년말 한·일국교 재개이래 대일무역 적자총액은 거의 200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 보인 60억달러 차관도입 과정에서 보인 굴욕외교는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권력형 부정부패의 표본인 장영자, 삼보증권, 명성, 영동 개발진흥사건은 금융기관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한국 자본주의 전체를 부도위기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민중들의 성실한 노동의욕을 빼앗아 버리고 허탈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5. 한국의 문화는 독재권력에 의해 문화제국주의에의 굴복과 노예화의 방향으로 조장되고 있습니다.

양키문화와 왜색문화는 우리 민족 문화를 계획적으로 초토화시켜, 민족적 열등감을 뿌리 깊이 심어 놓았습니다. AFKN의 24시간 방영은 민족 허무주의를 더욱 조장할 것이 분명합니다. 비판적사고를 통한 민족사회 발전의 길을 봉쇄하고, 권력에 대한 예스만을 요구하는 노예적 낭비문화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프로스포츠, 전자오락, 왜설영화조장은 바로 민중 우매화 정책인 것입니다. 이기적 경쟁을 강요하며, 기능습득 만을 요구하는 오늘의 교육은 상호 불신과 적대시, 그리고 노예화를 강제할 뿐입니다. 현 군사독재정권은 이른바 언론기본법을 제정하여 독립적인 민주언론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언론기관을 강제 통폐합 시켰으며, 수많은 민주언론인을 쫓아냈고, 신문사 주인을 이윤만을 추구하는 탐욕스런 기업주에 머물도록 조정, 강제하였습니다. 이와함께 사전검열을 통해 민중의 각성을 잠재우고 권력의 일방적 지시에 순종하는 대중으로 전락시키고자 온갖 술책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예비관료 집단 내지는 고등직업훈련원으로 개조하고 민주화를 외면토록 졸업정원제, 강제징집, 지도휴학 등의 공갈협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6. 한국 민중생활의 현실은 가난과 소외 그리고 고통 그 자체입니다.

1) 노동자의 생활은 가난과 굴욕, 소외 속에 내팽개쳐져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의 발표대로 노동시간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길고, 기준급이 10만원 이하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60%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일 3~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으며, 30여명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산업재해는 마치 매5년마다 큰 전쟁을 치루는 사상자와 맞먹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미래가 보장될 수 있겠습니까? 노동자의 혹심한 가난과 소외는 고도경제성장과 수출입국 정책의 기둥인 저임금정책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참담한 노동자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 발버둥치며 외쳐왔던 민주노조는 기업주와 권력에 의해 모두 파괴당해 버렸고, 이제 남은 것은 어용노조뿐입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은 한낱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2) 농민생활은 절망과 끊임없는 이농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 농민이 쌀 한 가마당 46%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을 농수산부 장관이 발표하였는데, 이는 권력의 저곡가정책, 농민 궁핍화와 이농촉진을 통한 농촌해체, 노동력 강제 공급을 눈가림하려는 파렴치한 말장난일 뿐입니다. 한 해 11억불어치에 달하는 외국농산물의 무분별한 도입은 저곡가정책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으며, 농민들로 하여금 가구당 160만원이라는 빚더미 위에서 살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한 농지세·수세 등 각종 공과금도 날로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 결과 43%에 해당하는 농민이 소작으로 전락하고 전 경작지의 28%에 해당하는 부분이 소작영농에 맡겨져 버렸습니다. 반면에 주로 미국자본 계열회사가 생산하는 비료, 농약을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농협을 통해 강매되고 있습니다. 이미 독점자본의 시녀로 전락한 농협을 탈환하기 위한 조합장 직선제 백만인 서명운동은 권력의 탄압에 방해받고 있습니다.

3) 도시빈민의 생활 또한 불안과 고통으로 점철된 가난 그 자체입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인 지난 8월 15일, 해방 두해 뒤에 태어난 37살의 한 여자 노점행상이 단속 경찰의 폭력으로 인해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농촌에서 쫓겨나고, 도시의 거리와 뒷골목에 쫓겨 다니며, 하루하루를 이어가던 노점행상들은 시청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기업또는 관광으로 일시 머무르는 외국인의 눈을 의식하여, 빈민의 밥줄인 노점행상을 두드리는 이 정권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7.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방한은 우리의 민주화를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독재권력의 지원을 위한 것일까요?

우리는 이 싯점에서 레이건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합니다. 미국은 그들의 대소전략을 위한 한반도 핵기지화와 무기시장으로서의 확보에 관심이 있을 뿐 그들의 거짓꾸밈이 어떠하던간에 독재권력의 강화를 결과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수한 광주시민의 학살을 결과한 군대이동에 동의한 것이 누구인지를, 부산, 광주 미문화원 방화는 바로 광주시민 대학살과 군사독재권력의 폭거를 정당화시켜 주고 있는 미국의 태도에 대한 우리 민중의 분노와 항의의 표시였습니다. 일제치하 36년의 고난을 겪은 우리에게 미국의 군사전략 만을 위한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요하러 온다면 우리는 더욱 세차게 반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한반도와 북동아에서 오직 긴장을 고조시킬 따름입니다. 우리는 최근의 그레나다에 대한 미국의 침공을 바라보면서 레이건 대통령이 인권과 민주주의, 민족자결 원칙을 존중하는지에 대해 깊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기에 더더욱 방한을 반대합니다. 우리 국민의 이러한 경고와 의지를 무시하고 방한이 감행된다면, 그것은 한·미 관계의 장래에 결정적인 쐐기를 박는 것이라고 단정할 것입니다.


8. 민주화운동의 실천방안과 우리들의 제언

우선 70년대 민주화운동의 정확한 평가와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이는 구체적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지금 절실히 요청되는 바는 과감한 실천가이지, 운동에 대해 준엄한 책임을 지지 않는 평론가, 해석가가 아닙니다. 어떠한 준비론도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민주화운동은 희생과 헌신을 통해서만 발전하는 것이지, 고상한 논리 전개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5·17군사 쿠데타와 광주시민 대학살의 충격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당시는 군사독재 권력의 위기로서 적나라한 폭력에 의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시기이었습니다. 지금도 변함없이 기본적으로는 폭력에 근거하고 있지만, 외형적으로는 소위 법에 의해서, 말로서 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가면이지만, 민주화운동은 이 틈을 뚫고 들어가야 합니다. 긴급조치시대 강권통치가 국민의 마음을 모두 민중운동으로 돌려 세워 박정권의 급속한 몰락을 초래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 겉으로는 막힌데를 뚫는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각 민주화 부분 운동이 과감하게 나서야 합니다.

70년대 운동의 극복은 투쟁력 회복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각 부분에서의 운동틀 재건입니다. 70년대가 양심·인권의 외침을 중심으로 하는 감동운동 시기였다면, 80년대는 조직운동의 시기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민주화와 민중생활 개선을 목표로 하는 연대운동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노동자는 민주노조 파괴로 인한 패배주의를 시급히 극복하고 각 곳에서 노동조건 개선, 부당해고 반대를 해야하며, 노동자 블랙리스트 폐지를 사회여론화시켜 나가야 하고 새로운 노조건설, 민주노조 쟁취를 또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나 생활개선을 위한 민주노조 운동만이 배타적인 운동 목표가 되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노동운동의 목표로 하지 않을 때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5·17이후 절실히 경험하였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80년대 노동운동의 교훈이 되어야 합니다. 농민은 저곡가정책, 외국농산물의 무분별한 도입을 반대하여야 하고, 농가빚 해소운동을 전개해야 하며 도시자본의 농지침투를 반대하고, 농협을 농민의 것으로 쟁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조직확대와 사건의 여론화를 적절히 배합해야 하며 특히 농민조직간, 또한 노동자조직과도 긴밀한 연대운동을 벌려야 합니다. 농민운동도 또한 단순한 권익운동의 수준을 넘어 민주화를 내적 목표로 분명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지식인은 5·17이후 대중에게 접근할 통로를 차단당해 기반을 잃었지만, 각자 새로운 운동틀을 창설함으로써 재차 대중과의 통로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민중운동의 적극화와 더불어 운동방향을 새로이 제시할 기회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개별화 되어있는 역량을 집결시킬 수 있는 틀을 재가동시켜야 합니다. 종교인은 각자의 위치에서 종교대중운동 발전에 노력해야 합니다. 사실 5·17이후 의미있는 운동을 전개한 부분은 학생운동을 제외하면 오직 종교인 여러분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 내부 상층부의 민주화운동 공격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종교 내부의 지지와 협력은 절대로 필요하지만 그것은 치열한 민주화운동에의 헌신을 축으로 하여 종교 내부 대중운동 발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청년은 정말로 겸허하게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과거 학생운동 시절 가졌던 지도적 위치에의 연연함을 단호히 끊고서, 청년운동의 한 구성원으로써 성실하게 하나씩 하나씩 나아가야 합니다. 민주화운동에 선 각 부분운동 사이에, 또한 부분운동 내부에 심각한 분열과 논쟁이 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오늘의 운동을 보는 시각, 방법론, 서있는 위치에 따른 차별성, 내적 우월감과 열등감이 상호교차하여 때로는 고통스런 갈등조차 야기시키고 있음을 고백해야 합니다. 이는 5·17 폭거와 광주시민 대학살의 충격으로 인해, 권력에 의한 이간책에 말미암아서, 부분 내부의 운동역량 증대와 위신경쟁으로 인한 바도 있습니다. 이는 각 부분운동이 성과의 자기독점 경향을 상당히 나타내고 있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민중 고통의 심화와 확산, 민주화의 대목표 앞에서 원심력을 극복하고, 허심탄회한 일치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 우리는 가능한 최소한도의 공동목표를 설정하여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쪽만으로의 편향을 경계해야 합니다. 목소리만을 크게 외치는 방향은 명망가 운동으로 전락케 되며, 대중성 획득을 위해서 권력이 금 그어 놓은 곳에 머물게 되면 그것은 대중추종이 되어 운동성을 잃고 패배적으로 되며 튼튼한 역량 건설만의 주장은 일종의 폐쇄적 엘리뜨 주의로 바져 자멸케 됩니다. 위의 세부분은 긴밀한 연계와 지원 속에서만 모두가 살고 운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우리는 운동력 내부의 부족함만 보고 군사독재권력의 강대함을 과장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현재 군사독재권력은 심각한 정치·경제·사회적 모순으로 인하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것은 집권과정에서의 반민주성과 시민학살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합니다. 여전한 권력의 폭력성과 최근의 연속된 권력형 대형금융 부정사건은 권력말기적 현상임을 분명히 합니다.더 이상의 모순의 방치는 모순 해결을 어렵게 하고 민족의 앞날을 암담하게 할 뿐입니다. 이제 우리는 희망과 열기에 가득찼던 80년 5월의 “민주화의 봄”을 가슴에 간직한 채 조국 민주화의 대행진에 각자의 위치에서 당당하게 내디뎌야 할 것입니다.

민주주의 만세! 민족통일 만세! 민주화운동 만세!


1983년 11월 5일


민주화운동청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