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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5-30

[성명서 및 유인물]사과요구서/광주의거유족회 외 1984.8.11

본문

사과 요구서


최근 「민주화 추진 협의회」공동의장 중의 1인인 김영삼씨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Far Eastern Econmic Review지와의 회견(1984년 7월 12일자)에서 “이제 누구도 광주사태에 대한 전의 책임과 하야를 주장하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구호를 말하지 않고 있으며 더이상 전정권의 정통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지 않고 있다” “전은 이미 4년간 대통령이다. 정통성을 묻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민주회복을 공약하는 조건이라면 광주사태를 제쳐놓을 용의가 있다” “전이 민주화를 시작하는데 동의한다면 광주사태의 책임을 용서할 것”이라는 등의 망언을 함으로써 아직까지 상혼을 치유하지 못하고 아픔 속에 살아가는 광주의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한번 분노를 느끼게 하였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책임없이 함부로 광주의거를 들먹이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습관을 시정하도록 요구하며, 이번의 일에 대해 당사자의 구체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이 나라에 살아오고 있는 백성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움에 당면하면 권력층에 있는 통치자들보다도 더 앞장서서 나라의 위태로운 운명을 극복하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갑오농민혁명을 비롯하여 3?운동, 4?9반독재투쟁의 혁혁한 민족·민주·민중운동의 맥락은 바로 백성들이 나라를 사랑했던 결과에서 나온 위대한 민족 주체적 애국운동의 유산이었다.

5·18광주의거는 폭력정치에 맞서 이 나라에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였고, 독재와 부패에서 벗어나 백성이 요구하는 정치체제와 경제적 장치를 마련하여 통일로 가는 민족적 과제 실현을 그 목적으로 해서 일어난 민주시민의 항거라고 볼 때, 위에서는 민족사의 진운이었던 민족운동의 맥락에 연결되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 엄청난 민족적 시련과 민중이 탄압받은 역사적 비극은 하루아침에 앞세우거나 용서해준다고 해서 상흔이 가실 일은 아니다. 진정 역사적인 일이기 때문에 역사적 해결만이 가능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요즘 김영삼씨는 ‘뒤로 미룬다(behind)’와 ‘용서하다(forgive)’라는 민족적, 민중적, 역사적 차원의 한 사건을 멋대로 일괄처리하겠다는 발상을 토로하였던 것이다. 말과 붓으로는 표현할 길이 없도록 숱한 인명이 살상되고 피와 눈물, 서러움과 압제로 점철된 역사의 아픔을 이 나라의 어떤 개인이 무슨 자격으로 왈가왈부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것도 엄청난 비극의 와중에서 그 아픔을 구체적으로 경험하지도 않은 사람이 마치 자신이 사건의 중심인물인 것처럼 행동하고 발언할 수 있다는 말인가?

김영삼씨!

도대체 무슨 의도로 감히 광주의거를 정치적 흥정의 제물로 삼는 그 따위 망언을 내뱉을 수 있다는 말인가? 죽음, 부상, 투옥, 노예적 압박 등 얼룩진 상처를 아물게 할 하등의 방책도 없는 상태에서 광주의거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적당히 넘어가려는 정치적 언동은 일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죽은자들을 대신하여 우리는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아울러 우리는 강력히 요구한다.

김영삼씨는 1984년 8월 25일까지 직접 광주에 와서 그와 같은 망언의 배경과 의도를 명확히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1984년 8월 11일

광주의거유족회

광주의거부상자회

광주의거구속자협의회

광주의거구속자가족협의회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