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2007-05-30
[성명서 및 유인물]아, 5월이여! 광주여! 영원한 민주화의 불꽃이여!/민주화운동청년연합 1984.5.19
본문
아, 5월이여! 광주여! 영원한 민주화의 불꽃이여!
- 광주는 죽지 않았다.
광주는 죽지 않았다. 그날의 함성도 그치지 않았다. 처참히 죽어간 아들의 관위에 “아들아! 네가 못다 이룬 꿈이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믿는다”라는 말로 뼈아픈 마음을, 분노를 삭여야 했던 아버지의 가슴속에, 그리고 망월산 묘지에 누워 광주를 지켜 보는 부릅뜬 눈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또 억압과 보복의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수천의 유가족들의 아픈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80년 5월의, 독재를 타도하려 했던 ‘민주’는, 외세를 배격하고 통일을 외치던 ‘민족’은,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려했던 ‘민중’은 5월 광주의 기억속에 아직도 생생히 살아 있다. 지금도 광주 어느 산기슭에 버려져 있을 열한살 어린 소년의 목, 차마 감지 못한 두 눈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폭력정권에 맞서 움켜진 조그만 두 주먹이 지하에서 부르르 떨고 있을 지금,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폭력에 대한 공포와 좌절감에만 있을 수만은 없다.
아직도 초연이 가시지 않은 광주 영령들의 제단 앞에서 우리는 선언한다. 군부의 폭력 앞에 무수한 민주시민들이 쓰러져 간 80년 5월 광주에서부터 이 땅의 민주화 운동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또 그때 흘린 피로 다져진 이 땅의 민주화 운동에 살아있는 우리가 새 깃발을 드높일 것임을, 휴전선에 있는 군대를 빼돌려 반독재 민주화를 외치는 동족에게 무차별 사격을 감행하고 대검을 휘둘러 무수한 생명을 참혹하게 앗아간 독재정권은 반드시 민족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광주 시민의 절박한 기대를 져버리고 군사정권의 민중학살 행위를 방조하고 승인했던 미 행정부의 정책적 과오를 우리 민족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전두환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맨몸으로 민주주의의 방패가 되었던 광주민중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우리는 80년 5월의 불꽃속에서 투혼을 안고 태어난 광주의 아들 딸들이어야 한다.
5월은 민중이 바로 민주화 운동의 주체라는 사실을 피로써 증거한 투쟁의 달이다.
- 군사정권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현 정권은 유신체제의 붕괴를 가져온 대외의존성과 계층간 불평등을 온존시키는데 급급하고 있다. 80년 이후 외채는 더욱 급증하여 세계 제4위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현 정권은 ‘선진조국’이 멀지 않았다고 외쳐대고 있다.
수출액의 증가는 그 이면에 더 많은 외채의 도입과 덤핑을 위한 노동자의 더욱 가혹한 착취를 감추고 있다.
정권과 밀착한 독점재벌들은 덤핑수출에서 오는 손실을 국민 대중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독점화의 길을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추기 위해 정원은 모든 언론기관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으며, 떠들썩한 프로스포츠 열기를 조장해 민중의 의식을 마비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반핵운동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핵무기 배치를 용인하고 있는 정권은 신냉전체제의 조류 아래서 자신의 권력유지에만 급급한 채 민족의 생존권을 도외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에 의해서는 자주적, 민주적, 평화적 통일이란 이루어질 수 없다.
84년에 들어서자 정권은 탄압 일변도의 정책을 바꾸어 기만적 유화정책을 씀으로써 정권의 정통성을 획득하고 사회의 민주세력을 고립시키는 함정을 파놓고 있다.
제적생 복교조치, 학원투입병력 철수, 정치 피규제자 일부 해금 등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군사정권이 자행한 5월의 학살을 망각시키려고 획책하는 한편, 학생운동에 대한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최루탄 세례 및 소수과격·좌경화 매도, 언론을 통한 대중조작, 중요 정치 피규제자의 미해금 등을 통해 민주세력과 국민 대중을 이간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구체적 모습이다.
군사정권은 광주학살에서 보여 주었듯이 민주화를 할 의사도, 자격도 전혀 없다. 다만 더욱 효과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자신들의 폭력성을 감추었을 뿐이며 언제, 어디에 복병을 숨겨 놓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민주화 대열의 진용을 가다듬자.
여기에서 우리의 과제는 분명해진다.
첫째로, 모든 민주화 운동은 대중적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갖추어야 한다.
둘째로는 함정과 복병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군사정권의 실상을 노출시키고 폭로해야 한다.
민주화 운동이 대중적 기반을 갖기 위해서는 대중조직과 대중홍보의 두 목표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대중조직의 관점에서 볼 때 지식인 청년의 노동문제에의 참여는 정당할 뿐 아니라 필요한 일이다. 지식인의 노동현장에의 참여를 불온시하거나 의구심을 갖고 대하는 것은 한낱 흑백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고난받는 민중의 생활현장에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며 그들 속에서 그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주화 운동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이다.
이와 아울러, 우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쟁취해 나가야 한다. 민주화 운동을 좌경시하려는 군사정권의 선전공세를 분쇄하고 각 현장에서 상황이 요구하는 당면투쟁을 과감히 전개해야 한다. 80년도의 뼈아픈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면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서는 부분 운동의 보존조차 어려운 것이다.
또한 모든 언론기관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린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 스스로가 직접 대중홍보 활동에 나서야 한다. 무릇 어느 나라의 민주주의도 대중을 향한 연설과 호소없이 달성된 적은 없다.
우리는 우리끼리만 모여 정세를 논하고 당위론을 얘기하면서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도외시해 온 폐습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각 계층이 어떠한 상태에 있으며 현재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실천 속에서 찾아내야 한다. 현 정권이 만들어 놓은 함정과 복병은 논리만으로는 간파될 수 없으며 실천을 통해서 파헤쳐지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함정과 복병을 논리적으로만 감지하고 제자리에 머물려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군사정권의 후퇴라는 측면에만 사로 잡혀 모두 다 돌격해 나가자는 주장을 펴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권력이 노리는 바일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동시에 실천해야 한다.
첫째, 현 상황을 검증해 낼 민주화 운동 척후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척후병이 발견해 낸 함정과 복병을 곧바로 폭로하고 대중에게 알려 그것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둘째, 각 사회운동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여 민주화 대열을 갖추기 위해 진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투쟁의 선두에 나설 것을 다짐한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은 철저하게 연합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 그럴 때만 척후병의 역할이 의미가 있고 그 성과가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 <확신·투신·책임감·동지애>
이러한 과제를 성취하는데 있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숱한 좌절의 역사 속에서 기회주의적 속성과 소시민적 관념성에 젖어 있다. 이러한 결함을 일시적 과격성이나 나약한 도덕주의, 자기중심적 소영웅주의로 극복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원칙에 입각한 체계적인 노력과 운동에의 헌신으로서만 극복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때 우리는 첫째, 민주화 운동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현 정권의 민주화 운동 불온화 술책에 무의식적으로 감염되어서는 안된다. 민주화를 향한 모든 운동은 그 자체로서 정당하다. 둘째, 민주화 운동에 전면적으로 헌신해야 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일정부분을 민주화 운동에 할애함으로써 양심의 위안을 얻는 행위는 역사가 요구하는 바가 아니다. 각자가 서 있는 생활의 현장에서, 직면하게 되는 삶의 문제가 바로 민주화 운동을 위한 실천과제가 되게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극소수 지배계층을 빼놓고는 문제없는 생활현장이란 없다. 셋째, 사회 각 운동이 부분운동임을 인식하고 자신이 투신하고 있는 운동에 대한 투철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넷째, 우리는 동지애로 결속해야 한다. 타 부분운동의 발전없이는 전체운동의 발전이란 있을 수 없으며, 전체운동의 발전을 위한 모색없이는 부분운동의 발전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깨닫고 민주화 운동의 발전을 위해서 무한한 동지애로 결속해야 한다.
- 모두 하나가 되어 나가자.
민주화 투쟁의 대열에 선 모든 사회운동은 각자 그 방법과 형태는 다르더라도 궁극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노동현장에서 일한 권리를 부당하게 빼앗긴 해고노동자들이 결성한 한국노동자 복지협의회에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또한 70년대 노동운동의 선구를 달려온 청계피복노조의 복구를 보고 그 지칠줄 모르는 운동에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청계피복노조가 헌법에 보장된 합법적 단체임을 확인하며 그를 돕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이 땅의 800만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혹독한 근로조건, 무서운 산업재해의 위협아래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오늘의 경제현실에 대해 우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멀지않은 시기에 이들이 스스로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해 낼 것을 확신한다.
5?7이후 전대미문의 폭압을 뚫고 줄기차게 투쟁해 온 학생운동은 바로 우리 청년운동과 같은 민주화 투쟁 대열에 서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나아갈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따라서 우리는 청년운동을 학생운동의 배후 조종자로 몰아부치는 군사정권의 시대착오적 망상에 조소를 보낼 뿐이다.
수십년간 계속되어 온 반농민적 강제농정의 결과 지금 농민들은 엄청난 부채와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저곡가에 시달리고 있다. 농민들이야말로 박정권과 전정권에 의해서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아 왔다. 우리는 가톨릭 농민회·기독교 농민회를 중심으로 한 농민운동에 끊임없는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년 5월에 들어 기독교, 가톨릭, 불교의 청년신자들은 반폭력투쟁을 선언하고 평화대행진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그들은 우리의 변함없는 동료들이며 우리는 그들과 동지적 결속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아직도 99명이나 되는 민주인사들이 정치활동을 규제받고 있다. 더구나 그 중에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많은 비중있는 정치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해금자, 미해금자를 막론하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정치인들이 손을 맞잡음으로써, 정당과 정치인의 한낱 권력의 장식품에 불과한 현재의 정치판도를 과감히 깨부수고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민주투사로서 본연의 자세를 갖출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오늘의 언론은 왜곡·허위보도를 부끄럼 없이 자행함으로써 국민대중에게 적대적인 존재로까지 타락하였다. 우리는 자유언론을 쟁취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해직 언론인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며, 제도언론의 억압적인 구조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수많은 양심적 일선 언론인들이 더욱 과감히 투쟁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학원 밖에서도 교육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해직 교수들을 젊은이들의 변함없는 스승으로 존경하며 교수로서의 원상 회복을 요구하는 의연한 자세 앞에 옷깃을 여미는 바이다.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의 광장에서 하나가 되어 얼싸안을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 이와 같이 모든 민주화 세력이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부터 꿋꿋하게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80년 5월 광주에서 우리가 목격했듯이 군사독재의 폭력이란 엄청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폭력정권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극소수의 특권층을 제외한 모든 대중은 폭정에 빼앗기고 억압당하고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민주화운동의 편에 서있다.
우리는 군사독재정권의 대중기만 술책을 폭로하고 대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전 사회의 민주화 역량을 점차적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모아 군사독재정권과의 불퇴전의 투쟁을 전개함으로써만 우리는 민주화를 향한 이 기나긴 장정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소시민적 안락함과 방관자적 논평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끊임없는 실천만이 수천 광주시민의 피와 눈물과 죽음으로 얼룩진 5월을 승리, 평화의 5월로 부활시킬 수 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과 헌신만이 그들의 참혹한 시신아래 묻혀버린 이 땅의 민주주의를 푸른 하늘아래 꽃피우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
민주화 운동 승리 만세!
1984년 5월 19일
민주화운동청년연합
- 광주는 죽지 않았다.
광주는 죽지 않았다. 그날의 함성도 그치지 않았다. 처참히 죽어간 아들의 관위에 “아들아! 네가 못다 이룬 꿈이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믿는다”라는 말로 뼈아픈 마음을, 분노를 삭여야 했던 아버지의 가슴속에, 그리고 망월산 묘지에 누워 광주를 지켜 보는 부릅뜬 눈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또 억압과 보복의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수천의 유가족들의 아픈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80년 5월의, 독재를 타도하려 했던 ‘민주’는, 외세를 배격하고 통일을 외치던 ‘민족’은,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려했던 ‘민중’은 5월 광주의 기억속에 아직도 생생히 살아 있다. 지금도 광주 어느 산기슭에 버려져 있을 열한살 어린 소년의 목, 차마 감지 못한 두 눈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폭력정권에 맞서 움켜진 조그만 두 주먹이 지하에서 부르르 떨고 있을 지금,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폭력에 대한 공포와 좌절감에만 있을 수만은 없다.
아직도 초연이 가시지 않은 광주 영령들의 제단 앞에서 우리는 선언한다. 군부의 폭력 앞에 무수한 민주시민들이 쓰러져 간 80년 5월 광주에서부터 이 땅의 민주화 운동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또 그때 흘린 피로 다져진 이 땅의 민주화 운동에 살아있는 우리가 새 깃발을 드높일 것임을, 휴전선에 있는 군대를 빼돌려 반독재 민주화를 외치는 동족에게 무차별 사격을 감행하고 대검을 휘둘러 무수한 생명을 참혹하게 앗아간 독재정권은 반드시 민족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광주 시민의 절박한 기대를 져버리고 군사정권의 민중학살 행위를 방조하고 승인했던 미 행정부의 정책적 과오를 우리 민족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전두환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맨몸으로 민주주의의 방패가 되었던 광주민중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우리는 80년 5월의 불꽃속에서 투혼을 안고 태어난 광주의 아들 딸들이어야 한다.
5월은 민중이 바로 민주화 운동의 주체라는 사실을 피로써 증거한 투쟁의 달이다.
- 군사정권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현 정권은 유신체제의 붕괴를 가져온 대외의존성과 계층간 불평등을 온존시키는데 급급하고 있다. 80년 이후 외채는 더욱 급증하여 세계 제4위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현 정권은 ‘선진조국’이 멀지 않았다고 외쳐대고 있다.
수출액의 증가는 그 이면에 더 많은 외채의 도입과 덤핑을 위한 노동자의 더욱 가혹한 착취를 감추고 있다.
정권과 밀착한 독점재벌들은 덤핑수출에서 오는 손실을 국민 대중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독점화의 길을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추기 위해 정원은 모든 언론기관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으며, 떠들썩한 프로스포츠 열기를 조장해 민중의 의식을 마비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반핵운동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핵무기 배치를 용인하고 있는 정권은 신냉전체제의 조류 아래서 자신의 권력유지에만 급급한 채 민족의 생존권을 도외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에 의해서는 자주적, 민주적, 평화적 통일이란 이루어질 수 없다.
84년에 들어서자 정권은 탄압 일변도의 정책을 바꾸어 기만적 유화정책을 씀으로써 정권의 정통성을 획득하고 사회의 민주세력을 고립시키는 함정을 파놓고 있다.
제적생 복교조치, 학원투입병력 철수, 정치 피규제자 일부 해금 등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군사정권이 자행한 5월의 학살을 망각시키려고 획책하는 한편, 학생운동에 대한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최루탄 세례 및 소수과격·좌경화 매도, 언론을 통한 대중조작, 중요 정치 피규제자의 미해금 등을 통해 민주세력과 국민 대중을 이간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구체적 모습이다.
군사정권은 광주학살에서 보여 주었듯이 민주화를 할 의사도, 자격도 전혀 없다. 다만 더욱 효과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자신들의 폭력성을 감추었을 뿐이며 언제, 어디에 복병을 숨겨 놓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민주화 대열의 진용을 가다듬자.
여기에서 우리의 과제는 분명해진다.
첫째로, 모든 민주화 운동은 대중적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갖추어야 한다.
둘째로는 함정과 복병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군사정권의 실상을 노출시키고 폭로해야 한다.
민주화 운동이 대중적 기반을 갖기 위해서는 대중조직과 대중홍보의 두 목표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대중조직의 관점에서 볼 때 지식인 청년의 노동문제에의 참여는 정당할 뿐 아니라 필요한 일이다. 지식인의 노동현장에의 참여를 불온시하거나 의구심을 갖고 대하는 것은 한낱 흑백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고난받는 민중의 생활현장에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며 그들 속에서 그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주화 운동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이다.
이와 아울러, 우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쟁취해 나가야 한다. 민주화 운동을 좌경시하려는 군사정권의 선전공세를 분쇄하고 각 현장에서 상황이 요구하는 당면투쟁을 과감히 전개해야 한다. 80년도의 뼈아픈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면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서는 부분 운동의 보존조차 어려운 것이다.
또한 모든 언론기관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린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 스스로가 직접 대중홍보 활동에 나서야 한다. 무릇 어느 나라의 민주주의도 대중을 향한 연설과 호소없이 달성된 적은 없다.
우리는 우리끼리만 모여 정세를 논하고 당위론을 얘기하면서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도외시해 온 폐습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각 계층이 어떠한 상태에 있으며 현재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실천 속에서 찾아내야 한다. 현 정권이 만들어 놓은 함정과 복병은 논리만으로는 간파될 수 없으며 실천을 통해서 파헤쳐지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함정과 복병을 논리적으로만 감지하고 제자리에 머물려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군사정권의 후퇴라는 측면에만 사로 잡혀 모두 다 돌격해 나가자는 주장을 펴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권력이 노리는 바일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동시에 실천해야 한다.
첫째, 현 상황을 검증해 낼 민주화 운동 척후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척후병이 발견해 낸 함정과 복병을 곧바로 폭로하고 대중에게 알려 그것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둘째, 각 사회운동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여 민주화 대열을 갖추기 위해 진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투쟁의 선두에 나설 것을 다짐한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은 철저하게 연합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 그럴 때만 척후병의 역할이 의미가 있고 그 성과가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 <확신·투신·책임감·동지애>
이러한 과제를 성취하는데 있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숱한 좌절의 역사 속에서 기회주의적 속성과 소시민적 관념성에 젖어 있다. 이러한 결함을 일시적 과격성이나 나약한 도덕주의, 자기중심적 소영웅주의로 극복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원칙에 입각한 체계적인 노력과 운동에의 헌신으로서만 극복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때 우리는 첫째, 민주화 운동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현 정권의 민주화 운동 불온화 술책에 무의식적으로 감염되어서는 안된다. 민주화를 향한 모든 운동은 그 자체로서 정당하다. 둘째, 민주화 운동에 전면적으로 헌신해야 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일정부분을 민주화 운동에 할애함으로써 양심의 위안을 얻는 행위는 역사가 요구하는 바가 아니다. 각자가 서 있는 생활의 현장에서, 직면하게 되는 삶의 문제가 바로 민주화 운동을 위한 실천과제가 되게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극소수 지배계층을 빼놓고는 문제없는 생활현장이란 없다. 셋째, 사회 각 운동이 부분운동임을 인식하고 자신이 투신하고 있는 운동에 대한 투철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넷째, 우리는 동지애로 결속해야 한다. 타 부분운동의 발전없이는 전체운동의 발전이란 있을 수 없으며, 전체운동의 발전을 위한 모색없이는 부분운동의 발전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깨닫고 민주화 운동의 발전을 위해서 무한한 동지애로 결속해야 한다.
- 모두 하나가 되어 나가자.
민주화 투쟁의 대열에 선 모든 사회운동은 각자 그 방법과 형태는 다르더라도 궁극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노동현장에서 일한 권리를 부당하게 빼앗긴 해고노동자들이 결성한 한국노동자 복지협의회에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또한 70년대 노동운동의 선구를 달려온 청계피복노조의 복구를 보고 그 지칠줄 모르는 운동에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청계피복노조가 헌법에 보장된 합법적 단체임을 확인하며 그를 돕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이 땅의 800만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혹독한 근로조건, 무서운 산업재해의 위협아래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오늘의 경제현실에 대해 우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멀지않은 시기에 이들이 스스로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해 낼 것을 확신한다.
5?7이후 전대미문의 폭압을 뚫고 줄기차게 투쟁해 온 학생운동은 바로 우리 청년운동과 같은 민주화 투쟁 대열에 서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나아갈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따라서 우리는 청년운동을 학생운동의 배후 조종자로 몰아부치는 군사정권의 시대착오적 망상에 조소를 보낼 뿐이다.
수십년간 계속되어 온 반농민적 강제농정의 결과 지금 농민들은 엄청난 부채와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저곡가에 시달리고 있다. 농민들이야말로 박정권과 전정권에 의해서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아 왔다. 우리는 가톨릭 농민회·기독교 농민회를 중심으로 한 농민운동에 끊임없는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년 5월에 들어 기독교, 가톨릭, 불교의 청년신자들은 반폭력투쟁을 선언하고 평화대행진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그들은 우리의 변함없는 동료들이며 우리는 그들과 동지적 결속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아직도 99명이나 되는 민주인사들이 정치활동을 규제받고 있다. 더구나 그 중에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많은 비중있는 정치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해금자, 미해금자를 막론하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정치인들이 손을 맞잡음으로써, 정당과 정치인의 한낱 권력의 장식품에 불과한 현재의 정치판도를 과감히 깨부수고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민주투사로서 본연의 자세를 갖출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오늘의 언론은 왜곡·허위보도를 부끄럼 없이 자행함으로써 국민대중에게 적대적인 존재로까지 타락하였다. 우리는 자유언론을 쟁취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해직 언론인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며, 제도언론의 억압적인 구조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수많은 양심적 일선 언론인들이 더욱 과감히 투쟁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학원 밖에서도 교육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해직 교수들을 젊은이들의 변함없는 스승으로 존경하며 교수로서의 원상 회복을 요구하는 의연한 자세 앞에 옷깃을 여미는 바이다.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의 광장에서 하나가 되어 얼싸안을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 이와 같이 모든 민주화 세력이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부터 꿋꿋하게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80년 5월 광주에서 우리가 목격했듯이 군사독재의 폭력이란 엄청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폭력정권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극소수의 특권층을 제외한 모든 대중은 폭정에 빼앗기고 억압당하고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민주화운동의 편에 서있다.
우리는 군사독재정권의 대중기만 술책을 폭로하고 대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전 사회의 민주화 역량을 점차적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모아 군사독재정권과의 불퇴전의 투쟁을 전개함으로써만 우리는 민주화를 향한 이 기나긴 장정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소시민적 안락함과 방관자적 논평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끊임없는 실천만이 수천 광주시민의 피와 눈물과 죽음으로 얼룩진 5월을 승리, 평화의 5월로 부활시킬 수 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과 헌신만이 그들의 참혹한 시신아래 묻혀버린 이 땅의 민주주의를 푸른 하늘아래 꽃피우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
민주화 운동 승리 만세!
1984년 5월 19일
민주화운동청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