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2007-05-30
[성명서 및 유인물]추모사/5.18광주의거 유족회 회장 전계량 1984.5.18
본문
추 모 사
빛나는 조국의 산하에 다시 5월이 찾아와 못다 푼 한을 피 토하듯 온갖 꽃들 흐드러져 피너울거리고 민주의 소망이 여울지듯 짙푸른 신록의 날개가 무등의 등어리를 타고 흘러내려와 이곳 한많은 망월동 언덕 위에 드넓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 부끄러움 위에 죽은 사람의 원한이 겹쳐 하나의 분노가 된 숙연한 역사의 현장에 서서 가신 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소리쳐 불러보는 오늘 또 한번 통곡의 메아리가 울려퍼지는 날입니다.
생각해 보건대 민중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었던 저 반역의 역사가 소용돌이쳐 간 지도 어언 4년! 그 수많은 핏방울도 헛되이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가증된 독재의 사슬에 묶인 고통의 현실이 허위와 감언 속에 전개될 뿐, 그 많은 핏값마저 찾지 못한 이 원통한 빈 주먹으로 영령앞에 무릎 끓고 회한과 통탄의 잔을 피눈물로 채웁니다.
한송이 꽃을 피우는 데도 전 우주가 동원되고 한 마리 나비가 날아가는 데도 하느님의 위대한 섭리가 작용한다 했거든 20여년 자랄대로 다 자란 젊은이들이 M16 한방으로 구멍이 난 채 무참히 짓밟힌 그 날의 죽음을 생각하면 그 크나큰 역사의 한을 어디 가서 무엇으로써 보상 받아야 합니까.1 천하를 얻고도 네 일신을 잃으면 무엇에 유익하겠느냐고 성현도 개탄한 바 있는데, 생떼같은 이 죽음에 대한 보상은 말로도, 더러운 돈으로도, 헛된 묘비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그러나, 가신 임들의 뜻이 목숨을 버리고 의를 따름이 오직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갈라진 땅의 통일이었다면 진정한 민중의 승리만이 참된 보상이요, 위안이요, 위대한 찬사임을 압니다. 그날의 값진 추모를 받기까지는 너무도 요원한 지금, 아직도 다 벗지 못한 폭도라는 누명과 죄인 아닌 죄인으로 감시받고 억압받는 살아있는 형제의 고난과 함께 죽어서도 죄인이요 폭도인님들의 무덤을 안고 우리는 아직도 억울하기만 한, 위대한 광주가 아닌, 고난의 광주를 지키는 괴로운 형제입니다.
죽어서도 못잊는 것이 광주요, 그 광주에 남은 고난의 형제요, 이 땅의 슬픈 현실일 것이매, 가신 임과 남은 자들이 한자리하여 만나는 민주주의의 슬픈 제일인 오늘, 이 땅의 현황을 고하고 아울러 내일을 다짐함으로써 생사를 초월한 광주의 결속으로 대신코자 합니다.
인귀가 동반하는 오늘의 음험한 역사의 비탈길에서 분명 님들은 우리 마음에 거하심을 믿기에 우리의 뛰노는 심장과 숨 쉬는 공기 속에 이 모든 말은 님을 대신하고 함께하는 역사적 공동체임을 확신합니다.
돌아보건대 제5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현 정권은 분명 금남로를 피로 물들인 광주의 민주의거를 짓밟고 세운 것으로서 명분과 정당성이 결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민중의 지지와 전체 의사로 이룩된 권력집단이 아님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이러한 권력구조는 우리의 핏값을 치루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전세계 우방의 양심적 비판대상이 됨으로써 외교상, 정치상, 경제상, 안보상 많은 손실을 초래하고 거기서 파생된 국내외의 숱한 불상사는 그 근원이 다름 아닌 이 정권이 안고 있는 재앙의 결과임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80년 5.18이후 민중의 피 위에 세운 이 5공화국 수립이후 국내외적으로 야기된 숱한 불상사는 그 근본적인 책임이 잘못 출발된 권력구조의 모순에 뿌리를 두며 경화된 이 땅의 비극적 민족현실 또한 그 근원은 모두 뿌리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필칭 정의사회구현이니 선진조국 건설이니 떠들면서 정부와 법이 있는 나라에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커다란 금융부정 사건을 필두로 하여, 온갖 정치적 스캔들, 전시효과적 허세로 인한 국고 낭비와 수많은 대중조작적 관제행사, 진정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민중의 외침을 용공으로 몰아붙이는 경화된 이데올로기의 철퇴, 생산가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농정의 실패와 빚더미 속의 농촌은 나날이 피폐하여 자립경제의 기반이 무너져 심화되는 종속화의 경제적 현실, 주체성을 상실한 대외적 외교로 인한 주권국가로서의 이미지 손상, 순수한 종교적 심방인 교황의 방문을 정치적으로 오용, 민중과 교황과의 이간질 인상을 주는 교황방문의 후유증, 철책속에 가두어둔 정책용 대학생 자율화로 학생운동을 모략 중상, 민중과 유리시키는 고차원적 언론 조작의 권모술수 타락상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허위가 민중의 눈을 멀게 하고 있고, 적반하장격으로 오늘의 경화된 정치현실과 불행을 민주인사나 민주학생에게 돌리는 언론조작의 현실 속에서 진실은 외면당하고, 의인은 혐의받으며 가증된 퇴폐풍조 속에서 민족정기가 말살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1900년대 제국주의의 침략의 역사적 비극이 되풀이되는 한반도는 미·소·중·일의 이데올로기적 냉전과 핵무기까지 설치된 극동의 화약고에서 강국의 이해와 냉전의 외교용 조정장치로 전락한 남북분단의 비극을 십분 활용하면서 외세에 의한 분할지배의 시기를 늘이고 있는 이 민족의 비극이 눈 앞에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신장과 몇몇 극우적 세력의 재산보호와 종속적 체제유지에만 급급함으로써 민족경제의 피폐는 어떤 위기를 느끼게 하고 있는 현실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정치부재·이념부재의 현실 속에서 대중조작에 의해 타락해 가는 젊은 세대는 길을 잃고, 방황과 혼미 속에서 강력범죄만 늘어나고 뜻있는 학생들이 스스로 정신을 가다듬고자 하는 독서열을 지하써클·불온써클 운운하여 좌경화로 몰아가는 이데올로기 철퇴는 한반도의 정치적 현실을 경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중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현상적인 반공이념 위배나 반미등으로 몰아 붙여 민족적 혈연에 대한 천륜을 끊게 하고 증오와 갈등으로 평화와 화해 보다는 위기 의식과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가신 임들이시여! 이런 현실을 바라만 보고 탄식만 하고 있는 것은 임들의 뜻도 우리의 원하는 바도 아닙니다. 이러한 부정적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5.16이후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래 이 땅에 만연된 비극적 현실이기에 이것을 바로잡고자 투쟁하다 임들께서 가셨고 그 뒤를 이을 우리도 이 암흑과 불의와 계속 투쟁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바로 이 자리임을 확신합니다.
사랑도 명예도 다 버리고 오직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앞서 가신 임. 그 핏자욱 위에 다시 새겨보는 광주와 무등산과 금남로위에 우리는 위대한 조국의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의 염원을 새겨 나갈 것을 다시 한번 맹세합니다.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외치신 그 뚜렷한 목소리가 이 망월동의 하늘 아래 울려 퍼지거늘 어찌 투쟁을 멈추며 5.18의거의 불길을 끌 수 있겠습니까.1 죽은 자의 원한 위에 산자의 분노를 더하여 그 피눈물을 폭탄삼아 민중승리의 그날까지 이 땅의 수많은 적들과 순수한 민주적·민족적 투쟁을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저 4년전 5월 18일! 금남로를 두들겨 부시던 무서운 총소리! 그 아스팔트 길을 선혈로 물들인 그날의 장렬한 산화의 장면이 광주시민의 살아 있는 가슴과 전 인류의 양심의 거울에 역력히 아로새겨져 있는데 누가 그 찬란한 민주투쟁의 역사에 먹칠을 하며 성역이 되어 있는 이 망월동의 위대한 언덕에 배반의 역사를 되풀이 할 수 있습니까.1 보상금 몇 푼에 흥정하여 이 한평땅마저 모독하는 묘지 이장의 사기극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위령탑은 못세워 고혼을 위로하지 못할망정 한번 죽은 자를 두번 죽이는 이 잔혹한 처사를 이 이상 감행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벌써 몇 동지의 영혼이 떠나간 이 자리에서 그릇된 연극을 막지 못한 무능을 개탄하며, 차후로 여러 영령의 안식처를 지킴에 있어 살아있는 우리의 책임이 큼을 각성하옵니다.
죽어서도 폭도의 누명을 벗지 못하고 한평 땅마저 제대로 허락되지 않은 이 한많은 언덕에 누워 형형한 두 눈 부라리며 이 땅을 지키고 우리 영원한 임들이시여. 우리를 꾸짖어 주시고 아직 힘이 모자란 우리의 가슴에 접신하시어 위로나 추모가 아닌 님들이 못다 이룬 그 뜻을 이룩하는 참된 싸움의 폭탄이 되게 하소서. 이 땅의 어둠을 사르고 찬란한 내일의 새벽을 고할 태양이 되어 오시면 우리 맨발로 나아가 맞을 민주와 통일의 그날에 우리 한번 얼싸안고 춤출 찬란한 꽃밭을 이루어 주소서. 옥중에 있는 분들에겐 빛이 되어 지켜주시고,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에겐 향기로운 흙이 되어 함께 하시고, 모든 핵무기와 살인도구를 녹슬게 하시고 달빛이 되어 휴전선 가시 철조망을 찾아가시고 만나지 못하는 형제들의 가슴에 파아란 5월의 훈풍이 되어 찾아가서 우리들의 원한, 우리들의 소망, 우리들의 이 결심을 전해주소서.
이 땅의 수호신이여! 무등산의 꽃다운 아들 딸들이여! 빛고을의 빛나는 꽃들이여! 민주주의라 불러보는 이름이여! 우리들의 영원한 자유! 6천만의 빛나는 통일이라 불러보는 위대한 별들이여! 그대들은 소제 탱크로도, 미제 핵무기로도 결코 부수지 못할 우리의 위대한 역사, 민족 수난사 위에 새겨진 불멸의 깃발이라 불러보는 오오 우리들의 희망이여, 정열이여, 우리들의 가장 빛나는 내일의 승리여! 영원히 명복하소서! 고요히 잠드소서! 민주주의 만세! 민족통일 만세!
1984년 5월 18일
5.18광주의거유족회회장 전계량
빛나는 조국의 산하에 다시 5월이 찾아와 못다 푼 한을 피 토하듯 온갖 꽃들 흐드러져 피너울거리고 민주의 소망이 여울지듯 짙푸른 신록의 날개가 무등의 등어리를 타고 흘러내려와 이곳 한많은 망월동 언덕 위에 드넓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 부끄러움 위에 죽은 사람의 원한이 겹쳐 하나의 분노가 된 숙연한 역사의 현장에 서서 가신 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소리쳐 불러보는 오늘 또 한번 통곡의 메아리가 울려퍼지는 날입니다.
생각해 보건대 민중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었던 저 반역의 역사가 소용돌이쳐 간 지도 어언 4년! 그 수많은 핏방울도 헛되이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가증된 독재의 사슬에 묶인 고통의 현실이 허위와 감언 속에 전개될 뿐, 그 많은 핏값마저 찾지 못한 이 원통한 빈 주먹으로 영령앞에 무릎 끓고 회한과 통탄의 잔을 피눈물로 채웁니다.
한송이 꽃을 피우는 데도 전 우주가 동원되고 한 마리 나비가 날아가는 데도 하느님의 위대한 섭리가 작용한다 했거든 20여년 자랄대로 다 자란 젊은이들이 M16 한방으로 구멍이 난 채 무참히 짓밟힌 그 날의 죽음을 생각하면 그 크나큰 역사의 한을 어디 가서 무엇으로써 보상 받아야 합니까.1 천하를 얻고도 네 일신을 잃으면 무엇에 유익하겠느냐고 성현도 개탄한 바 있는데, 생떼같은 이 죽음에 대한 보상은 말로도, 더러운 돈으로도, 헛된 묘비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그러나, 가신 임들의 뜻이 목숨을 버리고 의를 따름이 오직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갈라진 땅의 통일이었다면 진정한 민중의 승리만이 참된 보상이요, 위안이요, 위대한 찬사임을 압니다. 그날의 값진 추모를 받기까지는 너무도 요원한 지금, 아직도 다 벗지 못한 폭도라는 누명과 죄인 아닌 죄인으로 감시받고 억압받는 살아있는 형제의 고난과 함께 죽어서도 죄인이요 폭도인님들의 무덤을 안고 우리는 아직도 억울하기만 한, 위대한 광주가 아닌, 고난의 광주를 지키는 괴로운 형제입니다.
죽어서도 못잊는 것이 광주요, 그 광주에 남은 고난의 형제요, 이 땅의 슬픈 현실일 것이매, 가신 임과 남은 자들이 한자리하여 만나는 민주주의의 슬픈 제일인 오늘, 이 땅의 현황을 고하고 아울러 내일을 다짐함으로써 생사를 초월한 광주의 결속으로 대신코자 합니다.
인귀가 동반하는 오늘의 음험한 역사의 비탈길에서 분명 님들은 우리 마음에 거하심을 믿기에 우리의 뛰노는 심장과 숨 쉬는 공기 속에 이 모든 말은 님을 대신하고 함께하는 역사적 공동체임을 확신합니다.
돌아보건대 제5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현 정권은 분명 금남로를 피로 물들인 광주의 민주의거를 짓밟고 세운 것으로서 명분과 정당성이 결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민중의 지지와 전체 의사로 이룩된 권력집단이 아님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이러한 권력구조는 우리의 핏값을 치루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전세계 우방의 양심적 비판대상이 됨으로써 외교상, 정치상, 경제상, 안보상 많은 손실을 초래하고 거기서 파생된 국내외의 숱한 불상사는 그 근원이 다름 아닌 이 정권이 안고 있는 재앙의 결과임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80년 5.18이후 민중의 피 위에 세운 이 5공화국 수립이후 국내외적으로 야기된 숱한 불상사는 그 근본적인 책임이 잘못 출발된 권력구조의 모순에 뿌리를 두며 경화된 이 땅의 비극적 민족현실 또한 그 근원은 모두 뿌리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필칭 정의사회구현이니 선진조국 건설이니 떠들면서 정부와 법이 있는 나라에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커다란 금융부정 사건을 필두로 하여, 온갖 정치적 스캔들, 전시효과적 허세로 인한 국고 낭비와 수많은 대중조작적 관제행사, 진정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민중의 외침을 용공으로 몰아붙이는 경화된 이데올로기의 철퇴, 생산가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농정의 실패와 빚더미 속의 농촌은 나날이 피폐하여 자립경제의 기반이 무너져 심화되는 종속화의 경제적 현실, 주체성을 상실한 대외적 외교로 인한 주권국가로서의 이미지 손상, 순수한 종교적 심방인 교황의 방문을 정치적으로 오용, 민중과 교황과의 이간질 인상을 주는 교황방문의 후유증, 철책속에 가두어둔 정책용 대학생 자율화로 학생운동을 모략 중상, 민중과 유리시키는 고차원적 언론 조작의 권모술수 타락상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허위가 민중의 눈을 멀게 하고 있고, 적반하장격으로 오늘의 경화된 정치현실과 불행을 민주인사나 민주학생에게 돌리는 언론조작의 현실 속에서 진실은 외면당하고, 의인은 혐의받으며 가증된 퇴폐풍조 속에서 민족정기가 말살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1900년대 제국주의의 침략의 역사적 비극이 되풀이되는 한반도는 미·소·중·일의 이데올로기적 냉전과 핵무기까지 설치된 극동의 화약고에서 강국의 이해와 냉전의 외교용 조정장치로 전락한 남북분단의 비극을 십분 활용하면서 외세에 의한 분할지배의 시기를 늘이고 있는 이 민족의 비극이 눈 앞에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신장과 몇몇 극우적 세력의 재산보호와 종속적 체제유지에만 급급함으로써 민족경제의 피폐는 어떤 위기를 느끼게 하고 있는 현실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정치부재·이념부재의 현실 속에서 대중조작에 의해 타락해 가는 젊은 세대는 길을 잃고, 방황과 혼미 속에서 강력범죄만 늘어나고 뜻있는 학생들이 스스로 정신을 가다듬고자 하는 독서열을 지하써클·불온써클 운운하여 좌경화로 몰아가는 이데올로기 철퇴는 한반도의 정치적 현실을 경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중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현상적인 반공이념 위배나 반미등으로 몰아 붙여 민족적 혈연에 대한 천륜을 끊게 하고 증오와 갈등으로 평화와 화해 보다는 위기 의식과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가신 임들이시여! 이런 현실을 바라만 보고 탄식만 하고 있는 것은 임들의 뜻도 우리의 원하는 바도 아닙니다. 이러한 부정적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5.16이후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래 이 땅에 만연된 비극적 현실이기에 이것을 바로잡고자 투쟁하다 임들께서 가셨고 그 뒤를 이을 우리도 이 암흑과 불의와 계속 투쟁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바로 이 자리임을 확신합니다.
사랑도 명예도 다 버리고 오직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앞서 가신 임. 그 핏자욱 위에 다시 새겨보는 광주와 무등산과 금남로위에 우리는 위대한 조국의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의 염원을 새겨 나갈 것을 다시 한번 맹세합니다.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외치신 그 뚜렷한 목소리가 이 망월동의 하늘 아래 울려 퍼지거늘 어찌 투쟁을 멈추며 5.18의거의 불길을 끌 수 있겠습니까.1 죽은 자의 원한 위에 산자의 분노를 더하여 그 피눈물을 폭탄삼아 민중승리의 그날까지 이 땅의 수많은 적들과 순수한 민주적·민족적 투쟁을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저 4년전 5월 18일! 금남로를 두들겨 부시던 무서운 총소리! 그 아스팔트 길을 선혈로 물들인 그날의 장렬한 산화의 장면이 광주시민의 살아 있는 가슴과 전 인류의 양심의 거울에 역력히 아로새겨져 있는데 누가 그 찬란한 민주투쟁의 역사에 먹칠을 하며 성역이 되어 있는 이 망월동의 위대한 언덕에 배반의 역사를 되풀이 할 수 있습니까.1 보상금 몇 푼에 흥정하여 이 한평땅마저 모독하는 묘지 이장의 사기극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위령탑은 못세워 고혼을 위로하지 못할망정 한번 죽은 자를 두번 죽이는 이 잔혹한 처사를 이 이상 감행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벌써 몇 동지의 영혼이 떠나간 이 자리에서 그릇된 연극을 막지 못한 무능을 개탄하며, 차후로 여러 영령의 안식처를 지킴에 있어 살아있는 우리의 책임이 큼을 각성하옵니다.
죽어서도 폭도의 누명을 벗지 못하고 한평 땅마저 제대로 허락되지 않은 이 한많은 언덕에 누워 형형한 두 눈 부라리며 이 땅을 지키고 우리 영원한 임들이시여. 우리를 꾸짖어 주시고 아직 힘이 모자란 우리의 가슴에 접신하시어 위로나 추모가 아닌 님들이 못다 이룬 그 뜻을 이룩하는 참된 싸움의 폭탄이 되게 하소서. 이 땅의 어둠을 사르고 찬란한 내일의 새벽을 고할 태양이 되어 오시면 우리 맨발로 나아가 맞을 민주와 통일의 그날에 우리 한번 얼싸안고 춤출 찬란한 꽃밭을 이루어 주소서. 옥중에 있는 분들에겐 빛이 되어 지켜주시고,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에겐 향기로운 흙이 되어 함께 하시고, 모든 핵무기와 살인도구를 녹슬게 하시고 달빛이 되어 휴전선 가시 철조망을 찾아가시고 만나지 못하는 형제들의 가슴에 파아란 5월의 훈풍이 되어 찾아가서 우리들의 원한, 우리들의 소망, 우리들의 이 결심을 전해주소서.
이 땅의 수호신이여! 무등산의 꽃다운 아들 딸들이여! 빛고을의 빛나는 꽃들이여! 민주주의라 불러보는 이름이여! 우리들의 영원한 자유! 6천만의 빛나는 통일이라 불러보는 위대한 별들이여! 그대들은 소제 탱크로도, 미제 핵무기로도 결코 부수지 못할 우리의 위대한 역사, 민족 수난사 위에 새겨진 불멸의 깃발이라 불러보는 오오 우리들의 희망이여, 정열이여, 우리들의 가장 빛나는 내일의 승리여! 영원히 명복하소서! 고요히 잠드소서! 민주주의 만세! 민족통일 만세!
198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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