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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5-30

성명서/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83.6.3

본문

성 명 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불의와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곧 복음을 이 땅에 실현시키는 길임을 고백하는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맏기신 이 시대의 예언자적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도덕적 양심과 신앙적 결단에 따라 오늘의 현실을 보는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통해 우리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 의해서가 아니라 통지권력에 의해 법질서가 공공연히 무시되고 파괴되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함께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갖는다”는 헌법 13조의 명문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연금과 연행은 정부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계속해서 되풀이 되고 있다.

전 신민당 총재인 김영삼 장로(예장·합동)에 대한 불법적인 장기연금과 광주 3주기 추모예배를 방해하기 위해 기독교 인사와 청년들을 강제로 연금하거나 납치한 사실, 구치소에 면회간 가족들을 무조건 강제 연행하고 폭행한 사실과 이 나라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본 위원회 사무실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인사들을 불법 난입·연행하여 자택에 연금하고 인권위원회 소집을 무산시키기 위해 인권위원회 전원을 연금하고 있는 현실은 바로 통치권력이 아무런 법적절차도 거치지 않고 물리적인 강압으로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이다. 이러한 통치권력의 횡포는 학원과 노동현장에도 만연해 있다. 수천명에 달하는 정사복경관, 기관원, 정체불명의 불량청년들의 학내상주와 학생감시는 정상적인 학생활동을 극도로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학생에 대한 무차별 검색과 연행, 강제 군입영, 무자비한 구타와 폭행은 오늘의 학원을 폭력에 유린되는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고 있다. 노동현장 역시 원풍모방과 콘트롤데이타노조사건에서 보듯이 민주적인 노조활동을 폭력적 탄압으로 말살하고 있다. 우리는 현 정권의 이러한 폭력적 탄압을 목도할 때마다 광주사태를 연상하게 된다.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총칼에 무참히 난도질 당했던 몸서리치는 그날의 악몽을 되새기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폭력적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 정권의 통치방식을 볼때 우리는 광주의 비극이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가 계속해서 폭력적 탄압과 공포정치를 정권연장을 위한 통치수단으로 삼는다면 이 나라의 장래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이 없을 것이며, 국민의 지지기반을 상실한 제5공화국의 운명 역시 자유당과 유신독재 체제가 밟아온 전철을 되풀이하게 되리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권력의 횡포를 근절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나라의 민주화가 시급히 요청된다. 우리는 최근 김영삼씨와 함석헌, 홍남순, 문익환, 이문영, 예춘호씨가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생명을 건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그분들이 성명서를 통해 밝힌 사항들 즉 (1)모든 양심수의 즉각적인 석방 (2)정치규제자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의 보장, (3)전면적인 복권, 복직, 복교 (4)언론자유의 보장 (5)현행헌법의 직선제로의 개정과 독재조항의 삭제 (6)각종 반민주 악법의 폐지와 개정 (7)민주노동조합활동의 보장과 농협의 민주화는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조건들임을 확인하면서 이에 대한 우리의 전폭적인 지지와 찬동을 표명하는 바이다. 우리는 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국민의 소리로 받아들여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탄압을 즉각 중지하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앞장 설 것을 촉구한다. 하나님의 가호가 단식을 하고 있는 분들의 건강을 지켜주시고 주님의 정의와 사랑이 이 나라에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면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이 땅에 실현될 때까지 모든 국민과 함께 싸우며 기도할 것을 다짐한다.

1983년 6월 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