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광주사태 조사」 이렇게 결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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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태 조사」 이렇게 결말난다
윤재걸
장외 확산 움직임 보이는 「광주」
광주 민중 항쟁 진상 규명을 둘러싼 현 단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본질적인 근간에는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한 채, 여전히 지엽 말단 적인 절차상의 문제만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범국민적 비판일 것이다.
여야가 공히 「세월이 약이겠지요』를 합창하면서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음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일면 분노, 일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광주」문제는 점차 장내 정치권을 벗어나 장외 운동 차원으로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회를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너무나 지지부진한 형식주의와 여야의 뻔한 공방전이 이젠 더이상 지켜보기가 지겨울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현정권의 속성상 「광주 문제가 종국엔 현 체제의 수뇌부와 운명을 같이 해야만 한다」는 성급한 예단 까지 곁들여 있어, 현재의 정치 상황에선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보는 데서 그같은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는 듯하다.
그 좋은 예가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범 국민 조사 위원회」같은 단체가 아닌가 생각된다.
잘 알다시피 광주특위는 숱한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27일 그 구성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래,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4차례의 전체 회의와 12차례의 간사 회의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광주특위가 국민들에게 안겨 준 가시적인 성과는 다만 야권 3당이 최규하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함으로써 전두환 당시 보안 사령관을 국회 증언대에 세울 국민적 여망을 한층 강화했다는 정도다.
아직 최씨의 증언 여부를 속단하기는 시기 상조이나,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민주화의 장애 요인들이 너무나 많이 「잠복」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최씨나 전두환씨가 일단 증언대에서는 형식적인 면도 중시해야 되겠 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증언 내용의 진실성이 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규하 전 대통령의 증언 문제는 전두환씨나 여타 다른 증인에 앞서 광주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변수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규하 증언 문제의 두 측면
여기서 우리는 그와 관련된 두 가지 경우를 고려해 볼 수 있겠는데, 그 모두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첫째는 지금까지와 똑같이 「정치적 분위기의 미성숙」을 이유로 삼아 최씨 가 차일피일 증언을 미루는 경우다. 자신의 「단안」이 아닌, 「외부 여건의 성숙」에다 책임 전가를 계속할 경우가 되겠는데, 이렇게 되면 광주 문제가 국회 차원에서 빨리 해결돼 우리 사회가 한시 바삐 민주화의 도정으로 진입하기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과 피해 당사자 측을 포함한 재야 민주 세력들로부터 최씨는 더 없는 원성의 대상이 되리라는 점이다.
비단 최씨만이 원성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야권을 포함한 현 정치 세력 모두가 도매금으로 비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야 민주 세력과 학생 세력은 내년 5월을 전후해 거대한 「장외 정치권」을 형성, 현재의 노정권과 3금씨가 함께 누리고 있는 밀월 구도를 정면으로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
노씨가 차기 대권 주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3김씨는 당분간 노 정권과 한 배를 타면서 가능한 한 파고를 크게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자신들의 입장 강화에 진력할 심산이겠지만, 그같은 계산은 자칫 자실들의 정치 생명을 옥죌 공산도 없지 많으리라는 점을 명심해야만 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번째는 최규하씨가 좋든 싫든 간에 일단 광주특위의 증언대에 설 경우다. 이 경우에는 일단 형식 논리상으로나마 두 가지의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즉 ①최씨가 진실에 입각, 사실대로 증언할 경우,②그렇지 않고 최씨가 형식적인 언사나 췌언으로 국민을 기만할 경우가 그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다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민들이 진실로 최씨에게 기대하는 바가 바로 ①의 경우라는 점은 어느 누구보다도 최씨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몇 가지 점에서 최씨의 심중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 최씨의 「진실」이 또 다른 폭력의 악순환을 낳을 빌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뭏든 최씨 측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자신이 단순하게 증언대에서는 형식적인 측면도 중요 하겠지만, 얼마만큼 진실되게 증언하며 어떤 형식으로 증언을 꾸려 갈 것인 가도 결코 수월치만은 않다는 점이다. 들리건대, 최씨가 자신이 증언대에 설 수 있는 「정치적 분위기의 성숙」을 강조했다는데, 그 정도 따지고 보면 『자신이 오늘과 같은 난기류의 정치 상황 속에서 헤어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달라』는 대 국민적인 「구원의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변수」가 수없이 도사리고 있는「정치적 지뢰밭」을 건너감에 있어서 최씨의 증언 내용, 이를테면 증언 내용의 진실성과 충실도 등은 딱 부러지게 어느 한 개인의 용단(? )엔만 의존할 수 없는 정치적 역학 구조를 그 배면에 깔고 있다고 보는 게 보다 더 옳은 분석자세 터다.
왜냐하면 최규화씨가 증언대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사항-▲사태 유발 동기의 고의성▲배후 주동자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의 조작 이유 ▲사망자의 정확한 숫자 및 암장시신 숫자▲군 지휘 계통과 발포 명령 자▲미국의 개입 여부와 책임 한계등은 국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 이미 지난 8년 세월 거치면서 알만큼은 다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른 특위와 달리 광주특위의 어려움이 바로 이 점에 있다고 보겠다. 5공 비리 특위 등이 「가려지고 숨겨진」 사실 조사가 위주라면, 광주특위는 8년 세월을 거치면서 거의 모든 사안이 민주 세력에 의해 끈질기게 추적·조사되어 대부분이 사실로 판명되었거나, 확인 차원만 남겨 두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 같은 일련의 증언 대상들은 광주 문제의 핵심 사항이기도 하지만, 12·12쿠데타 이후 이 나라를 농단해 온 일단의 군부 세력을 사태의 공동정범으로 한 그물에다 「묶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 ? )한 것이다.
광주 문제를 놔두고 여야 정치 세력들이 이렇듯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질적인 배경도 따지고 보면 바로 「광주」가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공용 주춧돌」이 되어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현재의 노 정권을 가리켜 많은 국민들이 전두환 군부 정권의 「상속 정권」으로 규정하는 소이도 바로 그 때문이다.
야권 3김씨가 징검다리 돼야
그래서 문제는 최씨가 정치적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실 되게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사실대로 증언했을 경우의 상황 설정이다. 많은 국민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7년 12월 전두환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만료를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대규모의 군 인사를 단행했을 때 「자기 심복」으로 군 요직을 채웠다는 항간의 소문이 그같은 「우려」를 낳은 배경이 된 것 같다.
「정치적 분위기의 성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다. 일부 「정치 군인」을 잠재우고, 기득권에 연연해하는 수구 세력을 정치 지도층에서 격리시키며, 장외 정치권을 형성코자 하는 재야 민주세력 (학생 권 포함)을 적절히 포용하는 상황을 상정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연출하자면 야권의 3김씨가 주요한 징검다리 역할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문제는 결국 야권의 3김씨에게로 귀착된다. 현재의 정국 운용과 관련, 노정권.이 한 옥의 큰 지붕이라면 3김씨는 이를 떠받치고 있는 각주쯤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노태우씨가 차기 대권주자가 아닌 바에야 3김씨들은 자신들에게 잠재적인 문제 대상인 한국의 「군부」를 노 정권의 손안으로 밀어 넣는데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때까지는 당분간 정치적 밀월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바로 이 같은 분석 틀 속에서 우리는 「광주」의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규하씨의 진실 된 증언을 당분간 기대 할수 없다고 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최씨 자신을 비롯한 전두환등 전직 대통령, 그리고 현재의 노태우 대통령과 야권 3김씨는 올림픽 이후의 정국이라는 동일 선상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로지 한 사람만이 건너갈 수 있는 줄 위의 묘기라는 점에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가 「광주」의 멍에를 져야 할 사람들인 것이다. 그 「함께」줄타기의 시한이 얼마 동안 이겠느냐가 문제 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게 되었지만, 이제 우리는 끝으로 최규하씨가 「형식적인 언사와 췌언」으로 국민을 기만했을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경우엔 국민 모두가 현정권과 3야당을 한통속으로 매도하면서 광주 민중 항쟁 진상 규명 움직임을 「국민 운동」 차원으로 승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이 같은 기만에 접하게 되면 『그간의 민주화가 정말로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구나』라는 공감을 갖게 되고, 대다수 국민들이 광주 문제를 매개로 해서 연합 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적」 차원의 광주 문제 진상 규명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게 됨과 동시에 재야 민간단체가 연합, 지금까지의 증언과 조사 자료를 통합해 민간 차원의 「광주 백서」를 출간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앞에든 어떤 경우이건 광주 학살의 진상은 당분간 쉽사리 규명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 전망 대로라면 광주 문제의 해결이란 끝내 「현 체제의 진실된 각성과 퇴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그같은 결론은 아마도 13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광주」는 여야간의 「정치 싸움」의 제물, 혹은 「시간 벌기 싸움」의 호재가 되면서 차기 선거 이슈로 동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재걸
장외 확산 움직임 보이는 「광주」
광주 민중 항쟁 진상 규명을 둘러싼 현 단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본질적인 근간에는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한 채, 여전히 지엽 말단 적인 절차상의 문제만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범국민적 비판일 것이다.
여야가 공히 「세월이 약이겠지요』를 합창하면서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음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일면 분노, 일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광주」문제는 점차 장내 정치권을 벗어나 장외 운동 차원으로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회를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너무나 지지부진한 형식주의와 여야의 뻔한 공방전이 이젠 더이상 지켜보기가 지겨울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현정권의 속성상 「광주 문제가 종국엔 현 체제의 수뇌부와 운명을 같이 해야만 한다」는 성급한 예단 까지 곁들여 있어, 현재의 정치 상황에선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보는 데서 그같은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는 듯하다.
그 좋은 예가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범 국민 조사 위원회」같은 단체가 아닌가 생각된다.
잘 알다시피 광주특위는 숱한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27일 그 구성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래,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4차례의 전체 회의와 12차례의 간사 회의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광주특위가 국민들에게 안겨 준 가시적인 성과는 다만 야권 3당이 최규하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함으로써 전두환 당시 보안 사령관을 국회 증언대에 세울 국민적 여망을 한층 강화했다는 정도다.
아직 최씨의 증언 여부를 속단하기는 시기 상조이나,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민주화의 장애 요인들이 너무나 많이 「잠복」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최씨나 전두환씨가 일단 증언대에서는 형식적인 면도 중시해야 되겠 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증언 내용의 진실성이 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규하 전 대통령의 증언 문제는 전두환씨나 여타 다른 증인에 앞서 광주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변수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규하 증언 문제의 두 측면
여기서 우리는 그와 관련된 두 가지 경우를 고려해 볼 수 있겠는데, 그 모두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첫째는 지금까지와 똑같이 「정치적 분위기의 미성숙」을 이유로 삼아 최씨 가 차일피일 증언을 미루는 경우다. 자신의 「단안」이 아닌, 「외부 여건의 성숙」에다 책임 전가를 계속할 경우가 되겠는데, 이렇게 되면 광주 문제가 국회 차원에서 빨리 해결돼 우리 사회가 한시 바삐 민주화의 도정으로 진입하기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과 피해 당사자 측을 포함한 재야 민주 세력들로부터 최씨는 더 없는 원성의 대상이 되리라는 점이다.
비단 최씨만이 원성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야권을 포함한 현 정치 세력 모두가 도매금으로 비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야 민주 세력과 학생 세력은 내년 5월을 전후해 거대한 「장외 정치권」을 형성, 현재의 노정권과 3금씨가 함께 누리고 있는 밀월 구도를 정면으로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
노씨가 차기 대권 주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3김씨는 당분간 노 정권과 한 배를 타면서 가능한 한 파고를 크게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자신들의 입장 강화에 진력할 심산이겠지만, 그같은 계산은 자칫 자실들의 정치 생명을 옥죌 공산도 없지 많으리라는 점을 명심해야만 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번째는 최규하씨가 좋든 싫든 간에 일단 광주특위의 증언대에 설 경우다. 이 경우에는 일단 형식 논리상으로나마 두 가지의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즉 ①최씨가 진실에 입각, 사실대로 증언할 경우,②그렇지 않고 최씨가 형식적인 언사나 췌언으로 국민을 기만할 경우가 그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다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민들이 진실로 최씨에게 기대하는 바가 바로 ①의 경우라는 점은 어느 누구보다도 최씨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몇 가지 점에서 최씨의 심중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 최씨의 「진실」이 또 다른 폭력의 악순환을 낳을 빌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뭏든 최씨 측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자신이 단순하게 증언대에서는 형식적인 측면도 중요 하겠지만, 얼마만큼 진실되게 증언하며 어떤 형식으로 증언을 꾸려 갈 것인 가도 결코 수월치만은 않다는 점이다. 들리건대, 최씨가 자신이 증언대에 설 수 있는 「정치적 분위기의 성숙」을 강조했다는데, 그 정도 따지고 보면 『자신이 오늘과 같은 난기류의 정치 상황 속에서 헤어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달라』는 대 국민적인 「구원의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변수」가 수없이 도사리고 있는「정치적 지뢰밭」을 건너감에 있어서 최씨의 증언 내용, 이를테면 증언 내용의 진실성과 충실도 등은 딱 부러지게 어느 한 개인의 용단(? )엔만 의존할 수 없는 정치적 역학 구조를 그 배면에 깔고 있다고 보는 게 보다 더 옳은 분석자세 터다.
왜냐하면 최규화씨가 증언대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사항-▲사태 유발 동기의 고의성▲배후 주동자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의 조작 이유 ▲사망자의 정확한 숫자 및 암장시신 숫자▲군 지휘 계통과 발포 명령 자▲미국의 개입 여부와 책임 한계등은 국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 이미 지난 8년 세월 거치면서 알만큼은 다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른 특위와 달리 광주특위의 어려움이 바로 이 점에 있다고 보겠다. 5공 비리 특위 등이 「가려지고 숨겨진」 사실 조사가 위주라면, 광주특위는 8년 세월을 거치면서 거의 모든 사안이 민주 세력에 의해 끈질기게 추적·조사되어 대부분이 사실로 판명되었거나, 확인 차원만 남겨 두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 같은 일련의 증언 대상들은 광주 문제의 핵심 사항이기도 하지만, 12·12쿠데타 이후 이 나라를 농단해 온 일단의 군부 세력을 사태의 공동정범으로 한 그물에다 「묶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 ? )한 것이다.
광주 문제를 놔두고 여야 정치 세력들이 이렇듯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질적인 배경도 따지고 보면 바로 「광주」가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공용 주춧돌」이 되어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현재의 노 정권을 가리켜 많은 국민들이 전두환 군부 정권의 「상속 정권」으로 규정하는 소이도 바로 그 때문이다.
야권 3김씨가 징검다리 돼야
그래서 문제는 최씨가 정치적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실 되게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사실대로 증언했을 경우의 상황 설정이다. 많은 국민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7년 12월 전두환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만료를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대규모의 군 인사를 단행했을 때 「자기 심복」으로 군 요직을 채웠다는 항간의 소문이 그같은 「우려」를 낳은 배경이 된 것 같다.
「정치적 분위기의 성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다. 일부 「정치 군인」을 잠재우고, 기득권에 연연해하는 수구 세력을 정치 지도층에서 격리시키며, 장외 정치권을 형성코자 하는 재야 민주세력 (학생 권 포함)을 적절히 포용하는 상황을 상정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연출하자면 야권의 3김씨가 주요한 징검다리 역할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문제는 결국 야권의 3김씨에게로 귀착된다. 현재의 정국 운용과 관련, 노정권.이 한 옥의 큰 지붕이라면 3김씨는 이를 떠받치고 있는 각주쯤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노태우씨가 차기 대권주자가 아닌 바에야 3김씨들은 자신들에게 잠재적인 문제 대상인 한국의 「군부」를 노 정권의 손안으로 밀어 넣는데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때까지는 당분간 정치적 밀월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바로 이 같은 분석 틀 속에서 우리는 「광주」의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규하씨의 진실 된 증언을 당분간 기대 할수 없다고 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최씨 자신을 비롯한 전두환등 전직 대통령, 그리고 현재의 노태우 대통령과 야권 3김씨는 올림픽 이후의 정국이라는 동일 선상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로지 한 사람만이 건너갈 수 있는 줄 위의 묘기라는 점에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가 「광주」의 멍에를 져야 할 사람들인 것이다. 그 「함께」줄타기의 시한이 얼마 동안 이겠느냐가 문제 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게 되었지만, 이제 우리는 끝으로 최규하씨가 「형식적인 언사와 췌언」으로 국민을 기만했을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경우엔 국민 모두가 현정권과 3야당을 한통속으로 매도하면서 광주 민중 항쟁 진상 규명 움직임을 「국민 운동」 차원으로 승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이 같은 기만에 접하게 되면 『그간의 민주화가 정말로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구나』라는 공감을 갖게 되고, 대다수 국민들이 광주 문제를 매개로 해서 연합 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적」 차원의 광주 문제 진상 규명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게 됨과 동시에 재야 민간단체가 연합, 지금까지의 증언과 조사 자료를 통합해 민간 차원의 「광주 백서」를 출간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앞에든 어떤 경우이건 광주 학살의 진상은 당분간 쉽사리 규명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 전망 대로라면 광주 문제의 해결이란 끝내 「현 체제의 진실된 각성과 퇴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그같은 결론은 아마도 13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광주」는 여야간의 「정치 싸움」의 제물, 혹은 「시간 벌기 싸움」의 호재가 되면서 차기 선거 이슈로 동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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