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 5 · 18 학살자는 마땅히 처벌되어야 한다.
본문
5 · 18 학살자는 마땅히 처벌되어야 한다.
김우창(고려대 교수· 영문학)
오늘의 대표적 사상은 냉소주의
사고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을 정도로 사건이 터져 나온다. 원만한 일에는 눈한번 꿈적하지 않게 되었다.그래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의 경우처럼, 새로운 일이 아니라 전에 한 일의 결과가 지금에 와서 사고라는 이름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아야 할까. 아니면 부실·부패는 그 나름의 구조와 질서가 되어 사고로서 터지는 것일까.
중첩되는 거대 사고는 사람들을 냉소주의자가 되게 한다. 오늘의 대표적인 사상은 냉소주의다. 그것은 세상에 도리는 없고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힘의 논리라는 진리다.
냉소주의가 확산된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바로 정부이기 때문이다. 다른 종류의 힘은 기식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힘이 법과 도리에 일치함을 보여야 한다. 그것도 검찰과 같은 법을 담당한 기구의 책임은 가장 중요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의 공무원 부패, 4천억원 정치 비자금설의 수사에서 검찰의 태도는 믿을 만한 것인가. 그런데 적어도 여론적인 측면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5· 18 문제에 대한 검찰의 결정이다.
이 결정에서 검찰은 법이 아니라 자의적인 폭력이 나라의 근본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검찰의 결정이 왜 잘못된 것인가는 이미 수없이 지적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5 · 18 문제의 시정을
요구하는 대학교수들의 성명운동에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야기하고 더 분석하고 설득할 필요가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과 관계해서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여기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쿠데타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광주학살의 문제다. 앞의 것은 국가의 법적 ·도덕적 기초에, 뒤의 것은 국민의 생명보전에 관계되는 문제다. 이 두 문제는 서로 이어져 있다. 뒤의 것은 인권의 문제인데, 이는 앞의 문제에 관련되어 있는 민주적 정치 체제에서만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문제가 검찰이 발표한 것처럼 관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관계시키는 일은 사태를 왜곡시키고 그 해결에도 혼선을 가져온다.
첫째, 검찰은 정권의 기초에 대하여 초법적인 해석을 내린다. 정권장악의 과정은,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든지간에 법의 판단 범위를 넘어간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초법적 해석은 고려대학교의 성명서와 그에 이어서 나온 여러 성명서들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헌법과 법질서의 근본을 뒤집는 말이다. 사실 헌법이 여러 번 바꿔었지만,바뀌지 않은 것은 헌법 제1조에 규정돼 있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는 조항이다. 그리고 이것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1조 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여 민주 공화국의 의미는 권력의 기반이 국민에 있는 것이라고 못박아 설명한다.
현실적으로는 권력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동양의 전통에서는 권력은 천명에서 나온다. 서양의 왕권 신수설에서는 신으로부터 나오고 나치즘이나 파시즘 이론에서는 지도자로부터'나온다. 모택동은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무력도 권력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헌법은 이러한 여러 권력 창출의 방법을 모두 부정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국민이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는 권력에 기초하여서만, 대한민국은 국가로서 성립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것을 뒤집어엎는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그 결정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법학 이론을 끌어온다. 이론을 찾자면 부도덕한 일이거나, 세상에 어떤 일이든 그것을 정당화하는 이론이야 없겠는가.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검찰은 우리 법질서의 기본 정신,사회의 기본적 도덕과 상식에 의지하는 것이라야 한다.
현실이 법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법과 힘의 관계는 정치 철학의 중심 문제의 하나다. 이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정치 철학자들의 일이다.현실적으로 그것을 풀어 나가는 것은, 법 이전이든 법 이후든, 정치 영역의 과제다. 살인도 사기도 흔한 것이 세상사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하여 그것을 정당화하고서야 법이 성립하겠는가.
우리는 역사의 책임을 다했는가
국가와 사회 조직의 상징적 구조라는 차원에서는 권력의 기초에 관한 국민적 약속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국민감정에 더 절실한 것은 정권이 아니라 학살의 문제다. 1980년5월의 학살은,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게도 그러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에게도 절실한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유 없이 정부의 총에 맞아 죽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을 수 없는 나리에서 어느 누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가.
검찰은 5 · 18의 학살이 정권장악 과정에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 삼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의 죽음이 정권에 그렇게 깊이 관계되어 있는가. 광주의 죽음이 없이는 정권장악이 불가능했을 것인가. 정권장악에 주남마을에서 사람을 죽이고 부상자를 살해하는 일이 필수적인가. 정변 기간중의 모든 일은 범죄적 행위까지도 정권장악 행위의 일부를 구성하는가. 또는 관점을 달리하여 집권자의 입장에서 권력 장악 의도가 없는 경우 치안유지에 문제된다고 판단되는 시위행위까지도 아무런 대책 없이 방관만 할 것인가. 5 · 18 문제는 집권자의 문제다. 대책이 필요했다고 해도, 조준 사격, 양민 학살, 연행자의 불법 처형이 옳은 짓일 수는 없다. 물론 국민의 입장에서는 5 · 18 문제는 민주정치의 위기에서 국민 주권을 확인하려는 국민의 의사 표시가 야만적 폭력으로 저지된 사건이다. 그러나 최소한도의 관점을 취해도 쟁점은 국민이 함부로 살해돼서는 안된다는 보장에 관한 것이다. 이 보장은 국가가 국민의 국가로 성립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조건이다.
대응책도 여기에서 나온다. 5·18학살자는 마땅히 사법 당국에 의하여 조사·처벌되어야 한다. 최고 지휘자만이 아니라 각 단계의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위 책임자와 현장 하수인의 책임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관계자의 책임을 묻는 것은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하여서도 중요하고 국민의 도덕성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하다. 국회는 입법조치를 통하여 공소시효의 법적인 재한 조건 등을 제거해야 한다. 나치즘과 관련된 범죄는 서방 여러 나라에서 시효와 관계없이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로 몇 주일 전에도 나치에 관련되었던 영국 시민이 53년 전의 범죄로 인하여 체포되었다. 얼마 전에 체코의 국회는 1968년의 '프라하의 봄'의 탄압자들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공소시효라는 것은 그 나름의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 근거는 범죄도 세월만 지나면 그냥 넘어가버리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불법에 대한 지나치게 철저한 추적이 공동체의 삶의 기반을 손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아닌가 한다.그러나 공동체의 기본적인 존립을 위협하는, 그 윤리적기반을 위협하는 범죄행위까지 시효제한에 해당시킬 이유는 없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살인자에 대해서는 공소기한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여기에 관련하여 또 참조할 것은 유럽에서 전후 처리를 맡았던 뉴른베르크 법정은 나치즘 범죄의 경우 명령 계통 내에서 명령에 따랐을 뿐인 하급자도 책임을 면제받을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였다. '인간성에 대한 범죄'의 경우 모든 사람은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국민의 군대, 국민의 경찰이 국민에 맞서는 경우에 같은 원칙을 분명하게 천명하는 것은 앞으로 이러한 사건의 재발 방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도 계속하여 전국 각 대학에서 검찰의 결정에 부당성을 지적하는 성명들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쿠테타가 없어야 하며, 국민 각자의 생명이 국가폭력에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국자가 이러한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인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것도 힘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인가.
모든 일이 힘으로만 해결되는 세상이라면 그것이 자의적인 것이든, 국민의 뒷받침을 받는 정의의 힘이든 극히 불행한 일이다. 우리가 오늘 해야 할 일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법 속에서 해결해 나갈 수 있게 제도를 확립해 나가는 것이다. 검찰은 역사의 판단을 말한다. 역사가 있다면 5 · 18 문제에 대하여도 준엄한 판단을 내리겠지만 오늘의 우리의 판단이 바른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리가 오늘의 시점에서 주어진 도덕적 · 역사적 책임을 다하였는가를 물을 것이다.
김우창(고려대 교수· 영문학)
오늘의 대표적 사상은 냉소주의
사고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을 정도로 사건이 터져 나온다. 원만한 일에는 눈한번 꿈적하지 않게 되었다.그래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의 경우처럼, 새로운 일이 아니라 전에 한 일의 결과가 지금에 와서 사고라는 이름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아야 할까. 아니면 부실·부패는 그 나름의 구조와 질서가 되어 사고로서 터지는 것일까.
중첩되는 거대 사고는 사람들을 냉소주의자가 되게 한다. 오늘의 대표적인 사상은 냉소주의다. 그것은 세상에 도리는 없고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힘의 논리라는 진리다.
냉소주의가 확산된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바로 정부이기 때문이다. 다른 종류의 힘은 기식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힘이 법과 도리에 일치함을 보여야 한다. 그것도 검찰과 같은 법을 담당한 기구의 책임은 가장 중요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의 공무원 부패, 4천억원 정치 비자금설의 수사에서 검찰의 태도는 믿을 만한 것인가. 그런데 적어도 여론적인 측면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5· 18 문제에 대한 검찰의 결정이다.
이 결정에서 검찰은 법이 아니라 자의적인 폭력이 나라의 근본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검찰의 결정이 왜 잘못된 것인가는 이미 수없이 지적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5 · 18 문제의 시정을
요구하는 대학교수들의 성명운동에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야기하고 더 분석하고 설득할 필요가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과 관계해서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여기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쿠데타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광주학살의 문제다. 앞의 것은 국가의 법적 ·도덕적 기초에, 뒤의 것은 국민의 생명보전에 관계되는 문제다. 이 두 문제는 서로 이어져 있다. 뒤의 것은 인권의 문제인데, 이는 앞의 문제에 관련되어 있는 민주적 정치 체제에서만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문제가 검찰이 발표한 것처럼 관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관계시키는 일은 사태를 왜곡시키고 그 해결에도 혼선을 가져온다.
첫째, 검찰은 정권의 기초에 대하여 초법적인 해석을 내린다. 정권장악의 과정은,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든지간에 법의 판단 범위를 넘어간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초법적 해석은 고려대학교의 성명서와 그에 이어서 나온 여러 성명서들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헌법과 법질서의 근본을 뒤집는 말이다. 사실 헌법이 여러 번 바꿔었지만,바뀌지 않은 것은 헌법 제1조에 규정돼 있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는 조항이다. 그리고 이것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1조 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여 민주 공화국의 의미는 권력의 기반이 국민에 있는 것이라고 못박아 설명한다.
현실적으로는 권력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동양의 전통에서는 권력은 천명에서 나온다. 서양의 왕권 신수설에서는 신으로부터 나오고 나치즘이나 파시즘 이론에서는 지도자로부터'나온다. 모택동은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무력도 권력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헌법은 이러한 여러 권력 창출의 방법을 모두 부정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국민이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는 권력에 기초하여서만, 대한민국은 국가로서 성립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것을 뒤집어엎는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그 결정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법학 이론을 끌어온다. 이론을 찾자면 부도덕한 일이거나, 세상에 어떤 일이든 그것을 정당화하는 이론이야 없겠는가.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검찰은 우리 법질서의 기본 정신,사회의 기본적 도덕과 상식에 의지하는 것이라야 한다.
현실이 법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법과 힘의 관계는 정치 철학의 중심 문제의 하나다. 이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정치 철학자들의 일이다.현실적으로 그것을 풀어 나가는 것은, 법 이전이든 법 이후든, 정치 영역의 과제다. 살인도 사기도 흔한 것이 세상사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하여 그것을 정당화하고서야 법이 성립하겠는가.
우리는 역사의 책임을 다했는가
국가와 사회 조직의 상징적 구조라는 차원에서는 권력의 기초에 관한 국민적 약속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국민감정에 더 절실한 것은 정권이 아니라 학살의 문제다. 1980년5월의 학살은,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게도 그러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에게도 절실한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유 없이 정부의 총에 맞아 죽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을 수 없는 나리에서 어느 누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가.
검찰은 5 · 18의 학살이 정권장악 과정에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 삼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의 죽음이 정권에 그렇게 깊이 관계되어 있는가. 광주의 죽음이 없이는 정권장악이 불가능했을 것인가. 정권장악에 주남마을에서 사람을 죽이고 부상자를 살해하는 일이 필수적인가. 정변 기간중의 모든 일은 범죄적 행위까지도 정권장악 행위의 일부를 구성하는가. 또는 관점을 달리하여 집권자의 입장에서 권력 장악 의도가 없는 경우 치안유지에 문제된다고 판단되는 시위행위까지도 아무런 대책 없이 방관만 할 것인가. 5 · 18 문제는 집권자의 문제다. 대책이 필요했다고 해도, 조준 사격, 양민 학살, 연행자의 불법 처형이 옳은 짓일 수는 없다. 물론 국민의 입장에서는 5 · 18 문제는 민주정치의 위기에서 국민 주권을 확인하려는 국민의 의사 표시가 야만적 폭력으로 저지된 사건이다. 그러나 최소한도의 관점을 취해도 쟁점은 국민이 함부로 살해돼서는 안된다는 보장에 관한 것이다. 이 보장은 국가가 국민의 국가로 성립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조건이다.
대응책도 여기에서 나온다. 5·18학살자는 마땅히 사법 당국에 의하여 조사·처벌되어야 한다. 최고 지휘자만이 아니라 각 단계의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위 책임자와 현장 하수인의 책임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관계자의 책임을 묻는 것은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하여서도 중요하고 국민의 도덕성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하다. 국회는 입법조치를 통하여 공소시효의 법적인 재한 조건 등을 제거해야 한다. 나치즘과 관련된 범죄는 서방 여러 나라에서 시효와 관계없이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로 몇 주일 전에도 나치에 관련되었던 영국 시민이 53년 전의 범죄로 인하여 체포되었다. 얼마 전에 체코의 국회는 1968년의 '프라하의 봄'의 탄압자들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공소시효라는 것은 그 나름의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 근거는 범죄도 세월만 지나면 그냥 넘어가버리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불법에 대한 지나치게 철저한 추적이 공동체의 삶의 기반을 손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아닌가 한다.그러나 공동체의 기본적인 존립을 위협하는, 그 윤리적기반을 위협하는 범죄행위까지 시효제한에 해당시킬 이유는 없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살인자에 대해서는 공소기한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여기에 관련하여 또 참조할 것은 유럽에서 전후 처리를 맡았던 뉴른베르크 법정은 나치즘 범죄의 경우 명령 계통 내에서 명령에 따랐을 뿐인 하급자도 책임을 면제받을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였다. '인간성에 대한 범죄'의 경우 모든 사람은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국민의 군대, 국민의 경찰이 국민에 맞서는 경우에 같은 원칙을 분명하게 천명하는 것은 앞으로 이러한 사건의 재발 방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도 계속하여 전국 각 대학에서 검찰의 결정에 부당성을 지적하는 성명들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쿠테타가 없어야 하며, 국민 각자의 생명이 국가폭력에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국자가 이러한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인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것도 힘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인가.
모든 일이 힘으로만 해결되는 세상이라면 그것이 자의적인 것이든, 국민의 뒷받침을 받는 정의의 힘이든 극히 불행한 일이다. 우리가 오늘 해야 할 일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법 속에서 해결해 나갈 수 있게 제도를 확립해 나가는 것이다. 검찰은 역사의 판단을 말한다. 역사가 있다면 5 · 18 문제에 대하여도 준엄한 판단을 내리겠지만 오늘의 우리의 판단이 바른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리가 오늘의 시점에서 주어진 도덕적 · 역사적 책임을 다하였는가를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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