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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 연희동 독안에 숨죽인 전두환 사과, 구속, 망명 갖가지 풍문속

본문

연희동 독안에 숨죽인 전두환

사과, 구속, 망명 갖가지 풍문속



"이제야 때가 왔다"

전두환은 어떻게 될 것인가? '5공 비리, 광주 학살 주범 전두환 처단'의 목소리가 드높은 가운데 전두환의 항방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학생들은 '전두환. 이순자 생포 결사대' 까지 조직해 연희동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88년 전반기 통일 운동과 올림픽에 가려졌던 '5공 비리' '광주 학살'이 최근 들어 학생들의 최대 이슈로 등장하면서 전두환 처벌의 요구는 전국적인 열기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을 전후해서 자제를 보였던 시위와 농성은 올림픽 직후 광주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된 민정당 정호용의 사무실을 점거하면서 불붙기 시작 '전두환 구속', '광주 학살 주범 처단'을 주장하며 서울, 광주, 대구 등지에서 미문화원 , 민정 당사, 연희동의 전두환 집을 연쇄적으로 타격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0월 31일에는 '전. 이 생포 결사대'가 연희동의 전씨 집에 접근하다 봉쇄하는 경찰과 맞서 화염병과 사제 폭탄을 던지며 결사적인 처단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3일 학생의 날에는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광주 학살 및 5공 비리 진상 규명과 전. 이 구속 수사를 요구하며 총궐기 전. 이 부부의 생포에 나섰다.
  전. 이 구속 요구는 학생들만에 국한돼 있지는 않다. 경향 각지의 국민들이 동참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70대 노인까지 '생포 결사대'에 참가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제 전두환씨의 거취는 어떻게 변할까? 모종의 납득할 만한 해결 과정 없이는 전 . 이 구속이나 처단의 국민적 요구와 의지는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그 '납득할 만한 조치'라는 게 현 집권 세력의 자발적인 해결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5공과 6공의 '일란성 쌍생아'라는 속성상 오히려 6공의 주체적 해결 과정은 불가능할 지 모른다.

  전국민적으로 일치된 전. 이 구속 수사 요구의 열기가 행동으로 묶어지면서 본질적인 해결에 도달하게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전. 이 구속 수사 요구의 열기는 '이제야 때가 왔다'는 분위기다.

사과냐 구속이냐 망명이냐

  노태우 권력의 정국 운영 방향과 전두환의 처리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권력 내부의 역학 관계나 대 국민 이미지 구축 작업에서 6공화국 권력 "쌍생아'이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러한 거리 조정은 어떠한 형태로 가져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씨의 사과를 통해 비등하는 여론을 무마하는 방식을 현 집권 세력은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이 방법이 일단은 충격을 최소화하고 6공화국의 도덕적 위상을 일정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 같다.

  최근 현 정권은 국회의 국정 감사의 대 정부 질문이 끝남에 따라 지금까지 국회 활동에서 드러난 5공 비리와 관련된 전두환의 친인척 비리에 대한 수사를 11월 중순까지 1차로 마무리짓고 그후 이를 바탕으로 여야 정치 협상을 통해 11월중에 전두환의 자발적인 사과와 해명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정 한 것으로 알려 졌다. 이 같은 방침은 5공 비리 해결을 놓고 최근 열린 고위 당정 모임에서 내부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 권력층은 노태우씨가 3일부터 14일까지 외국을 순방하는 기간 동안 검찰의 수사에 박차를 가해 전씨 부부를 제외한 친 · 인척 등에 대한 인신 구속 여부 등 사법적 결정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러나 전두환의 처리 문제는 노태우 측과 전두환 측간의 심한 이견으로 진통을 겪고 있어 현 정권 측의 희망대로 연내 종결 여부는 불투명하다. 물론 해결이라는 것도 현 집권 세력의 자의적인 해석이지만 전두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본인의 해명-사과-재산 환원-낙향이 라는 집권 세력의 구상이 전두환 측의 심한 반발에 주춤거리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전두환 측의 반사적 반응은 철권 정치에 길들여진 속성상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노태우 세력에서는 '최선의 아량'에 대한 반발로 고민에 빠진 듯하다.

  전두환이 '사과할 필요도 없다'는 고집을 부린다면 결국은 해결의 방식은 어떻게 될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전두환 본인의 아집이라면 '조용히 땅을 뜨는' 망명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노태우의 묵인 하에 전두환이 망명한다면 피차 큰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계산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노태우의 방임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나 망명 자체가 주는 책임 회피나 도피성이 전두환의 유죄를 자인하는 것이지만 노태우나 전두환에 대한 그 정도의 인식은 항상 적으로 잠재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긴 수개월 전 전두환의 망명설이 떠돌 때 '재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호언하던 것을 상기하면 언뜻 망명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수십년 간의 경직된 군대 생활, 12 · 12쿠데타, 5월 광주 학살 등 무감감한 도덕의식으로 굳어 온 '군대식 사고'와 특유의 오기의 발로일 가능성이 높다. 전두환은 미국이 라는 최대의 지원자가 이해관계에 따라 노태우에게로 넘어간 사실을 망각하고 아직 5공화국 철권 정치의 환상에 젖어 있는 지도 모른다.

  이러한 전두환의 아집에도 불구하고 5공 비리, 광주 학살 주범에 대한 국민적 제거 요구와 공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수천명의 민주 인사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든 철천지 원수를 어떻게 눈뜨고 보느냐"는 분노의 목소리도 예제없이 들려 온다. 전두환의 국내 거주 자체가 노태우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발의 고리로 작용한다면 전력 내부의 필요에 의해서도 망명으로 유도될 가능성이 높다. 유엔총회 연설차 건너간 미국에서 레이건이 전두환 처리 문제에 관한 전권을 노태우에게 위임했다는 소문도 있고 보면 전두환 문제는 전두환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결론 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그러나 사과·망명도 여의치 않을 경우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구속 수사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권의 5공 비리 해결 방안에서 구속 수사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6공의 철저한 '홀로 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적인 결론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순방을 떠나기 직전 "우리가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5공 시대의 비리와 부정일 뿐 5공 단절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고 한 노태우의 말에서도 전두환 문제 해결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권력 구조상 혼재되어 있는 5· 5공화국에서 전두환 구속은 그야말로 '자체 파멸의 지름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전의 제거가 아니라 전 ·노의 '독재 권력'을 청산하는 것이다. 전 ·노의 제거가 진정한 문제 해결의 방식이고 그 과제는 모든 국민의 어깨 위에 부과되어 있다.

'5공 비리'는 '광주 학살 진상'막는 방패인가.

  전국민적 열기로 끓어오르는 전 ·이 구속 요구의 근거는 5공 비리의 원흉이라는 단면에서 출발한 것만은 아니다. 그 근거에는 본질적으로 광주 학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지상 명령이 깔려 있다.

  그러나 그 동안 5공 비리라는 '폭로의 홍수'에 광주 학살 진상 규명 요구외 목소리는 묻혀 온 게 사실이다. 전두환 ·이순자의 일가 친척에서 사돈의 8촌까지 이권 개입. 횡포, 불법 재산 중식 등 인간의 머리에 담기도 어려운 비리들, 그것도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전부여서 세인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연일 신문에서는 5공 비리의 복마전을 대서특필하기에 바빴다. 온갖 언론 매체의 이러한 5공 비리 '줏어 담기식' 보도와 여를 조성은 6공화국 세력의 의도적인 고도 술책이라는 근거 있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5공 비리와 부각은 전두환 · 노태우 힘 겨루기 과정의 필연적 산물이었지만 취임 직후 '새마을 왕국'의 제왕 전경환 구속을 시발로 노태우의 의도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언론에 5공 비리 자료를 흘리면서 자연스럽게 5공과 6공의 분리 작전을 진행했고 결국 새 권력의 주도권 장악에 성공한 것이다.

  전두환 세력의 제거와 친위 세력 구축이라는 정권 초기의 당면 과제나 민심 이반의 방지라는 자구책을 넘어 노태우는 고도의 술수를 비장하고 있었다. 5공 비리의 의도적인 부각은 광주 학살 진상 규명의 열기를 잠재우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5공 비리를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노태우는 5공화국의 실세가 아니었다는 점이 권력 역학 관계로 어느 정도 대중의 의식에 조작되어 있기 때문에 5공과 6공과의 이미지 분리 작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노태우 측의 계산인 것 같다. 따라서 전두환을 '악의 꽃'으로 부각시킨 데 대한 반대급부가 '6공화국의 정통성'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6공 세력에서는 자칫 5공 비리보다 광주 학살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될 경우 전 ·노 분리 작업은 좌초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갖고 있다. 전두환 · 노태우는 12 · 12쿠데타의 엄연한 주체 세력이며 광주 학살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국민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한 광범위한 인식을 전제한다면 '광주 학살'의 문제는 철저하게 전 ·노를 하나로 묶는 올가미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 때문에 6공의 '5공으로부터 해방'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 올가미를 벗기 위해 6공 세력의 발버둥질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광주 학살 문제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과 조작의 연속을 예고하고 있다. 또 그것은 5공 비리라는 과장된 허상으로(5공 비리의 엄청난 사실 자체를 의도적으로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광주 학살'이라는 본질을 호도 하려는 음모이기도 하다. 광주 학살은 군부 독재의 반 민주성과 제국주의 미국의 실체를 폭로하는 상징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6공화국의 부담, 그것은 5공 비리가 아니라 광주 학살의 문제이다. 광주 학살의 반 민주성, 반 민족성을 규명할 주체는 결코 6공화국일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어떻게 자주. 민주. 통일 운동의 방향으로 풀어 가느냐 하는 것도 전국민의 어깨 위에 짐 지워져 있다.과거 비리의 청산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광주 학살의 책임자 처벌은 가장 확실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장하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