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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 광주청문회를 보고, 국민들이 벌이는 지상 청문회(국민신문, 1988. 12)

본문

5·18광장
광주 청문회를 보고




국민들이 벌이는 지상 청문회

  다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퍽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겨지면서도 왠지 떱떠름한 느낌도 든다.
  5공비리와 광주학살의 두령격인 전두환의 신변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썩혀온 노태우 정권은 간교한 국민 혼빼기 작전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은 듯 하다.
  국민들은 노태우가 레이건으로부터 지시를 받아오고 아시아 4개국 여행 등의 틈을 이용해 전두환과 연결된 사슬을 끊고자 했으나 순조롭게 풀리지 않은 까닭이 전-노가 뗄래야 뗄 수 없는 한 핏줄의 쌍생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5공비리청문회, 일해재단 및 언론청문회, 그리고 광주민중항쟁 청문회가 열리자 4천만 국민의 눈동자는 온통 텔레비젼 화면에 붙박혔다. 그러나 4천만의 분노는 한결같이 똑같았다.……"전두환·이순자 구속, 노태우 처단!"
  국민들이 지르는 분노의 함성이 점점 거세어지자 노태우 정권과 민정당은 국회특위의 청문회를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전두환 전임대통령의 계시"를 기다리자는 웃지 못할 광대극을 펼쳤다.
  전두환의 사과·해명이 끝나자마자 노태우를 우두머리로 한 민정당은 가증스럽게도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수준높은 발표였다고 자화자찬하고 이 기만적 발표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국민여론을 동원하여 자신의 목조르기에 성공한 노정권의 축배소리를 뒤로하고 전씨부부는 백담사로 줄행랑을 놓았다. 노정권의 술수는 간교하기 짝이 없었다. 전두환의 발표로 국민들이 숨을 돌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노태우씨 스스로의 담화문 발표가 몰아쳤다. 짙은 우수가 깔린 목소리로 "국민여러분. 이사람 노태우에게 힘을 모아주세요"로 끝나는 그의 담화문의 골자는 "과거는 과거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냥 덮어두자" "우리능력으로 지난 7년 동안 쌓인 숱한 부정·비리들을 파헤칠수 있겠느냐?"등이었다. 여기에 야권들의 태도는 흡사 김빠진 소주꼴이다.
  하기야 노정 권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국민들의 들끓는 여론의 핵심은 노정권의 목자르기를 포함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치보복은 사라져야 된다면서 약방의 감초처럼 들고 나오는 것이 양심수 석방문제이다. 1천여명의 양심수 가운데 불과 소수를 풀어주려 하면서 전두환과 바꾸자고 한다. 아마도 남은 양심수로는 노정권 자신의 목을 구하려는 것일까?
  분통터지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위증의 사슬을 격파하는 방법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는 청문회가 미국식 민주주의의 수입품이라서 그럴까?
  다시 재개된 청문회를 비롯한 최근의 정국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전두환씨의 사과해명과 노태우씨의 과거 덮어두자는 주장은 억지춘향

  5공비리와 광주학살의 주범 전(前) 전두환 대통령 부부가 텔레비젼을 통해 사과해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기도의 심정으로 기다렸읍니다. 적어도 이제는 진심으로 국민 앞에 백배사죄 하기를 말입니다.
  그러나 저의 이러한 소박한 소망은 완전히 난도질 당해버렸읍니다. 부질없는 기대이면서도 기다렸던 것은 그도 한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전두환씨 일족은 끝까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마지막 도덕성마저 인피면구를 둘러쓰고 백담사로 도주해 버렸읍니다. 전두환씨가 발표한 사과문의 구절구절을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5월 광주민중항쟁을 "민족사의 불행한 사건"이니 전씨 일족의 온갖 부정비리를 "여러가지 말썽"으로 표현한 점이라든가 정치자금 문제를 두고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현실과 관련제도 사이의 괴리 때문에 생겨난 당연한 처사"인양 호도하면서 은근히 협박조의 냄새까지 풍기고 있읍니다.
  그리고 "속죄하는 뜻"이라며 23억원의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했는데 국민의 피 땀을 되돌려 주는 것이지 어찌 헌납입니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읍니다. 전씨의 사과해명에 뒤이어 그의 둘도 없는 친구인 노태우씨의 담화문은 전국민을 아연실색케 했읍니다. "과거를 덮어두자"고 한 노태우씨의 속셈은 무엇입니까? 전씨가 8년동안 자행한 일이 한 개인의 잘못이나 실수가 아니라면 당연히 국가적 대사일진대 국가적 대사의 중대한 오류를 덮어두자고 말하는 노태우씨의 자질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전씨마저 "국민이 가라는 곳이라면 조국을 떠나는 것이 아닌 한 어느 곳도 갈 것"이라고 했는데 노태우씨가 이를 방해하고 나서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읍니까?
  민주화에 대해 역행하자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포복절도할 노릇입니다. 전씨에 대한 정치적 보복을 하지 말자면서 시국사범 양심수들을 놓고 정치적 흥정을 벌이고 있는 노정권의 가증스러움에 분노를 금할 수 없읍니다. 결코 이런 문제들을 좌시하고서는 민주화를 이룩할 수 없음을 명심합시다. 심상천(광주두암동. 운수업. 45)

'반민특위'의 재판이 안되었으면

  그동안 열린 광주청문회는 증인출석상태나 학살에 관련된 증인들의 답변태도를 볼 때 오히려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이 왜곡될 우려를 다분히 안고 있다고 봅니다. 학살의 주범 전두환이 증인으로 출석 안된 청문회에 무슨 기대를 걸 수 있겠읍니까?
  또 노태우도 학살의 공범인데 국회차원에서는 왜 증인출석요구조차 거론되고 있지 않는지 묘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청문회가 학살자들의 변명장소가 돼버리지나 않을지 걱정됩니다. 야당의원들은 정신차리고 이번 기회에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된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이번 청문회가 지난날 '반민특위'의 재판이 안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강재숙(36세, 여, 상인, 광주 남동 68번지 5통3반)

살인자는 마땅히 벌 받아야

  우리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청문회는 우리들의 관심에 비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특히 광주 청문회는 더욱 그렇다.
  계속되는 증인들의 증언거부, 위증들은 보고 있는 우리들을 우롱하는 것 같았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있었던 5. 18 사건이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이었음을 8년이 지난 오늘에 어렴풋이 알  있을 것 같다.
해마다 5월의 하늘이 희뿌연 최루가스에 물들고 학생들과 시민들이 모여 진상규명을 외치는 절규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국회에서 제출된, 묶인 채로 시신으로 변한 사진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사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으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들을 죽인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번 청문회에서 5.18사건의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올시에는 광주특위에서 계속 끝까지 의혹을 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역사적인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홍기주(공무원, 광주직 할시 동구 동명1동 37-5번지)

학살주범, 국민의 심판받아야 혼돈된 위계질서 바로잡을 수 있다.

  광주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의 태도는 뭘 믿고 그러는지 거만하기 짝이 없었읍니다. 증인들 모두가 한결같이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모른다'로 일관하니 말입니다. 2천여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등장한 5공화국 6공화국의 쌍생아 정권 하에서 녹을 억은 놈들이라 그런지 뻔뻔하기 그지없는 것에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 여기에 이르고 있는데 노태우는 또다시 국민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하는 것도 유만부득이지 '과거는 묻지 마세요'라니 말이나 됩니까? 사람 죽이고 국민의 고혈로 온갖 치부 다 저질러 놓고 이제와서 용서를 빌었으니 묻어두자고 하는게 말이나 되냐 이것입니다. 바로 그것만 봐도 전두환과 노태우가 그놈이 그놈이라는게 증명된 것입니다.
  아직도 80년 오월에 광주시민들이 흘린 피는 도처에 그리고 우리 가슴에 상흔되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씨되어 남아 있는데 올바른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현정권의 속셈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입니다. 백담사에 은둔한답시고 들어 가 있는 전두환이나 노태우등 당시의 주범들이 진정으로 죄과를 속죄하고 증언대에 올라 국민의 심판을 옳게 받아야만 이 땅의 혼돈된 위계질서가 바로 잡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뼈빠지게 일하는 노동자, 농민이 대우받고 국민들 등쳐먹고 사는 놈들 처단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광주학살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승휴(농업, 36세, 남, 나주 동강면 잔동리 883-18)

헌납이 뭐다요? 반납이제!

  전두환이가 발표한 사과·해명을 듣고 분통이 터져 참을 수가 없읍니다. 재산이 23억원이라는데 아마 2천3백 억원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완전히 거짓말, 사기로서 전 국민을 우롱하는 짓거리에 불과하고 재산은 국민의 재산이므로 헌납이 아니라 당연히 반납해야 할 것이지요.
  광주시민을 학살한 만행에 대해서 단 27분만에 지껄인 말 몇마디로 용서받으려 생각했다면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요.
  5월 항쟁을 "불행한 사건"으로 표현하고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는데 지가 치유하다니요, 국민이 해야제.
  국정감사나 청문회를 보았는데 바지 저고리들이 너무 많습디다. 못배운 내가 봐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다른 것인디 자신을 내세우려는 발언과 아부성 발언이 너무 많았고, 그래서 증인들이 '아니다, 모른다' 로 대답한 거 아닙니까? 우리 노점상인들에게는 노태우가 되나 전두환이가 있으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읍니다. 우리가 단결해서 싸우는 요즘에는 단속이 뜸하지만 아직 맘놓고 살 세상은 아닝께요. 결론적으로 그놈이 그놈 아니요?
김 춘자(34. 양동 노점상인)

값싼 동정 기대하지 말라

  광주사람치고 청문회를 보면서 성질안나면 그사람 광주사람 아니지, 전두환이 안나오는 광주청문회 도로아미타불 안될란가 모르겠네. 지금과 같은 광주청문회로 광주와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까?
  하긴 청문회로 80년 광주의 인식이 조금은 달라지긴 했지만 이 상태로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 심문하는 야당의원들도 미숙하고. '모른다. 기억 안난다'로 잡아떼는 증인놈들 봐, 5공과 6공, 전두환과 노태우 그놈이 그놈인디! 전두환의 사과해명, 그것 정치연극이여. 국민의 값싼 동정 얻으려고 왜나 애쓰는 것도 안봤어?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다 계산된 행동이어, 국민심판대로 따르겠다고 하고서는 왜 청문회 증인으로 안나오고 도망을 가.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써, 광주학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 우리 국민 모두가 단합해서 행동으로 보여줘야지(광주공원에서는 날마다 민주노인들이 모여 정치토론회를 갖고 있다-애국의 일번지 눈내리는 광주공원에서)
전두환의 사과해명은 정치연극이여!!
국민심판 따르겠다 하고 도망가!!
이기주(63세, 남, 민주노인회원, 광주 화정2동)

증인들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사실 청문회를 통해 너무도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되어 우리 사회가 많이 민주화되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또 가정에 신경쓰느라 약간 멀어졌던 정치에 가까워졌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형식에 치우친 듯한 느낌도 적지 않게 들었다. 광주사태나 비리의 주범들이 증인으로 나와 죄책감은 커녕 뻔뻔스럽게 구는데는 치가 떨릴 정도였고 특히 허문도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그 시대가 요구하는 정당한 일이었다는 식으로 합리화시키는 떳떳함( ? )을 보일 때 정신이 돌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였다. 자기들끼리의 신의를 지키기 위함인지 모른다고 하거나 서로에게 미루는 작태로 일축, 누가 발포했다든지 지시한 사실 등의 구체적인 사실 등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광주문제의 진상이 규명되어 광주시민의 명예회복이 되었을 때만이 청문회의 진정한 역할이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정 국(29세, 주부, 광주시 북구 문흥등 대주아파트 102동 301호)

아이들을 위해서도 철저한 진상 가려져야

  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은폐되어 왔던 80년 광주의 상황이 많이 드러났지만 광주시민으로서 부족한 감을 느낀다.
  즉 가장 절박하게 싸웠던 사람이나 희생자들의 얘기는 그렇게 쉽게 얘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단순히 알리는 차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당사자들의 요구가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함은 물론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교육자적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청문회가 아이들에게 준 피해는 상당히 크다고 본다. 즉 아이들은 해방후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 대통령이 하나도 없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우리 사회나 어른들에 대해서도 불신하게 되어 교사인 내가 민족 정통성을 얘기하기도 민망스럽게 되어있다. 아이들이 청문회를 보고와서 의원들이 증인들에 대해 감정적으로 다그치는 것에 대해 너무 심한것 같다는 얘기를 하던데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은 분명하나 아직 정확한 인식 체계를 갖지 못한 그들 눈에 비쳤을 의원이나 증인의 태도는 분명 많은 문제가 되었으리라 본다.
  죄를 인정한 자들의 향후 책임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리라고 여겨진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역사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진리를 실현시켰으면 한다. 즉 정확한 진상규명으로 책임자를 밝히고 책임자는 스스로 반성하고 그 책임을 통감하여 응분의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최종회(광주진흥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