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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 거짓이 참이다 / 광주특위 사진 한 장의 명제(국민신문, 1988. 12)

본문

< 금남로 >'거짓'이 '참'이다

- 광주특위 사진 한 장의 명제 -



  옛날 어떤 마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소작인의 아내를 탐낸 지주가 남몰래 그 소작인을 죽여버린 사건이었다. 지주는 죽은 소작인의 아내에게 논밭을 때어 주고 첩으로 삼았다.
  그러던 어느날 원에서 지주를 불러 조사했다. 살인 현장을 목격했던 이웃집 사람이 신고를 했고 결국 지주는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원님 앞에서 대질 신문을 받던 중 목격자인 이웃집 사람은 지주가 칼로 소작인을 찔러 죽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잠잠히 듣고 있던 지주가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이런 거짓말장이를 그냥 두어선 안되니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주는 이웃집 사람이 거짓말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보더니 낫을 들고 나왔다. 소작인을 죽인 것은 칼이 아니라 낫이었다는 것이다.
  이 어리석은 지주는 즉시 묶여서 가막소로 보내졌다.
  한가롭게 옛날 이야기나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어리석고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 개명천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광주 특위 청문회에서 평민당의 이해찬 의원이 80년 5월 광주에서 공수부대가 양민을 학살한 장면이라고 제시한 사진이 '가짜'로 드러나 경향각지의 입방아가 한창이다. 이 의원이 제시한 사진은 지난 69년 흑산도 대간첩작전 직후 찍은 사진이라는 것이다. 진실규명을 위한 청문회에서 확실한 검증 없이 자료를 제시한 것은 실수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청문회 부정론까지 제기하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때가 기회다' 싶은지 '진실' 운운하면서 펄펄 날뛰고 떠들어대는 민정당 의원들의 꼬락서니는 보지 못할 꼴불견이다.
  5공비리, 광주학살 등이 청문회를 통해 상당 정도 생생하게 국민들의 눈과 귀로 전달되어 께끄름하던 차에 청문회 자체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하는 민정당으로서는 안성맞춤이다.
  낫으로 사람을 죽인 지주가 칼로 죽였다고 주장하는 이웃집 사람에게 거짓말한다고 호통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제핵심은 살인 여분이지 칼이냐 낫이냐가 아니다.
  광주에서의 공수부대 만행 자체가 거짓은 아닌 것이다. 이해찬 의원이 제시한 것보다 훨씬 잔인한 현장 사진은 얼마든지 있다. 잘못 고른 한 장의 사진으로 진실을 호도하려는 행위가 가소로운 작태다.
  80년 5월의 잔인한 학살만행이 사실이고 진실인 한, 이해찬 의원의 사진은 거짓이 아니다. 아니 민정당의 기세 좋은 주장대로 거짓으로 받아 들인다고 해도 그 '거짓'은 '참'이다. 광주 특위의 이번 사건에 있어서 만큼 그것은 부동의 '참명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