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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5-30

[월간지 관련기사] 전두환.노태우 사면하면 안되는 일곱 가지 이유

본문

전두환.노태우 사면하면 안되는 일곱 가지 이유

김진경(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장)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라는 신세대 영화가 있다. 아무나 붙잡고 전두환 · 노태우가 사면되는 것보다 안되는 게 좋은 이유를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라고 하면 여덟 가지 정도는 쉽게 댈 것이다.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를 대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게 쉬우리라. 그만큼 전두환 ·노태우에 대한 엄격한'법집행 요구는 국민적 상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적 상식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노태우에 대해 선고된 대로 형이 집행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식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역사적 경험들 때문에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 점도 있고, 김영삼 정부 역시 국민적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나 잡고 물어도 여덟 가지 정도는 댈 수 있는 이유를 다시 늘어놓는다는 것은 김 빠진 맥주만큼이나 싱거운 일이다. 그럼에도 굳이 상식적 이유를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상식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국민적 염원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80년대가 어떻게 시작되었던가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보자. 필자는 80년에 28세였다. 별 의식없이 고등학교 교사를 하며 대학원에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그해 5월 보도가 통제되는 상황에서 광주를 탈출해 올라온 친구에게 학살의 끔찍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잠도 오지 않고 밥도 먹히지 않고 수업도 하기가 어려웠다. 숙직을 자청하여 학교 등사기로 유인물을 만들었다. 팬티 속에 허리띠 밑에 유인물을 감추어 10미터 간격으로 검문을 하는 종로 거리에 뿌리고 다녔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고 참으로 무모한 일이었다. 나의 머리 속은 한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단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팔아서 정권을 유지하는 관성이 무고한 국민을 학살하는 데까지 왔다. 이것을 허용하는 것은 더 이상 사람으로서 사는 게 아니다" 이것이 전두환 노태우가 사면되어서는 안되는 첫 번째 이유이다.. 김영삼 (정?)부인들 분단을 활용하지 않겠는가마는 그 활용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데까지 가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더 나아가 '분단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팔아 정권을 유지하는 관성'이 말끔히 사라져야 한다. 이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기반으로 하는 정부가 들어서야 할 때이다.전두환 노태우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은 그 출발점이다.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하면 우리는 여전히 출발점 이전에 서 있게 된다. 이것이 전두환 ·노태우가 사면되면 안되는 두 번째 이유이다.

광주항쟁의 진압을 바탕으로 5공화국이 들어서기까지 미국은 묵인하고 비호함으로써 고통받는 우리 국민들을 능멸하였다 더 이상 외국과의 관계가 그렇게까지 모멸 당하는 관계로 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전두환 ·노태우가 사면되면 안되는 세 번째 이유이다.

박정희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 지역차별을 했고 지역감정을 고착화시 켰다. 전두환 · 노태우는 광주 5월항쟁 과정에서도 지역감정을 활용했고, 지금도 지역감정에 의지하여 형집행을 피하려 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가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한다면 사실상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지역감정에 의거해서 학살을 사실상 묵인하는 조치는 있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전두환 ·노태우가 사면되면 안되는 네 번째 이유이다

광주 5월항쟁에서 죽거나 부상한 사람들을 비롯하여 그간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 젊은 날의 열정을 바치고 고생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간 국민들은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아직도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전두환 ·노태우가 사면되면 안되는 다섯 번째 이유이다. 전두환 ·노태우는 법정에 섰지만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유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많은 사람들과 사회적 구조는 여전히 현실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하면 군사문화적 사회구조의 청산이 출발점을 맴돌게 된다. 이것이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하면 안되는 여섯 번째 이유이다

필자의 경우도 79년말 80년초 군에 있으면서 수개월간 폭동진압 훈련을 받고 있었다. 언제 어디로 출동하여 누구에게 총질을 할지, 그러다 어떻게 될지 불안한 난날이었다. 군은 더 이상 국민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

는 군대로서의 명예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하면 안되는 일곱 번째 이유이다.

예컨대 정권 차원의 도청을 유지하기 위한 법규 하나가 한국 통신산업의 발전을 결정적으로 가로막을 수 있다. 저임금에 의존하는 산업화 시기에는 거액의 뇌물이 노동운동을 억제하는 대가로. 혹은 금응 특혜의 대가로 주어지는 단순한 부정일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술경쟁의 시대에 거액의 뇌물은 국가경제의 숨통을 틀어막는 반국가적 범죄행위이다. 예컨대 테제베 고속전철을 프랑스와 계약하고 거액의 뇌물을 먹었다고 하자. 고속전철을 국내 기술진에게 투자하여 개발하는 경우는 돈도 적게 들고 기술축적이 엄청나게 이루어져 이후 그 분야 산업 발전에 획기적 계기가 된다. 그런데 뇌물을 먹고 외국회사와 계약함으로써 돈도 돈이지만 기술축적의 기회를 잃었다. 이것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해를 끼치는 것이다. 저임금에 의존한 산업화 단계에서 뇌물의 해독과 기술경쟁의 시대에 뇌물이 끼치는 해독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더 이상 군사문화적 부패 구조를 온존시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경제의 목을 조르는 것이다

일곱 가지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전두환 노태우의 사면 여부는 우리 사회가 격변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가 여부의 시금석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반드시 국민적 상식이 관철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진경/53년 충남 당진 출생 85년 양정고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중 해직. 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천위원회 위원장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 『별빛 속에서 잠자자」 수필집 「30년에 3백년을 산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